‘체화된 경험(Embodied experience)과 해석의 대화’전
이번 전시는 ‘구상회화의 재발견- 체화된 경험과 해석의 대화’라는 주제로 현대 미술계에서 때로 간과되곤 했던 구상회화의 깊이 있는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체화된 경험(Embodied experience)’ 개념과 한스-게오르크 가다머(Hans-Georg Gadamer)의 해석학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는 구상회화가 단순한 현실의 모방이 아닌 인간 경험의 복잡성과 풍부함을 담아내는 강력한 매체임을 살펴볼 것입니다.
첫째, 메를로-퐁티의 관점에서 구상회화는 작가의 신체적, 감각적 경험이 캔버스에 녹아든 결과입니다. 우리가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각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 작가의 전체적인 신체 경험과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반영합니다. 풍경화에서 느껴지는 바람의 질감, 인물화에서 감지되는 감정의 무게, 정물화에서 전해지는 물체의 존재감 - 이 모든 것은 작가의 체화된 경험의 표현입니다.
둘째, 가다머의 해석학적 관점은 구상회화를 작가와 대상, 그리고 관람객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로 바라봅니다. 각 작품은 작가의 선이해(pre-understanding)와 문화적 배경, 역사적 맥락이 녹아있는 해석의 결과물입니다. 동시에, 당신은 자신만의 지평을 가지고 작품과 만나게 됩니다. 이 만남에서 일어나는 ‘지평융합(fusion of horizons)’은 새로운 의미와 해석을 탄생시킵니다.
이 전시에서 당신은 다양한 구상회화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아카데믹하고 정교한 인물화부터 현대의 실험적 구상화까지, 각 작품은 작가의 체화된 경험과 해석적 대화의 결정체입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구상회화가 어떻게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인간 경험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포착하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디지털 시대에 구상회화가 가지는 독특한 가치입니다. 기계적 재현이 범람하는 시대에, 인간의 손으로 직접 그려낸 구상화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단순한 이미지의 복제가 아닌, 작가의 신체적 경험과 해석이 층층이 쌓인 결과물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구상회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시게 되기를 바랍니다. 각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체화된 경험을 느껴보시고, 자신의 경험과 해석을 더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대화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구상회화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인간 경험의 깊이와 해석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창입니다. 이 전시가 새로운 시각적, 철학적 경험을 선사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