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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미: Good Luck 십장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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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섞는 행위는 종종 순수성을 오염시키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관습적인 분류 체계는 새로운 창작 방식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혼성은 기존의 주류적인 계보들을 폐기하고, 형식을 새롭게 창조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유현미는 전통과 현대를 섞어 독창적인 창조에 대한 잠재력을 일깨우고 조각과 회화 그리고 사진을 결합해 분류 집단 사이의 경계를 허문다. 작가는 이러한 복합적인 접근을 통해 예술의 혼성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 탐구의 끝과 시작은 미적 쾌감이다.


전시 《Good Luck: 십장생》에서는 불로장생을 표상하는 열 가지 상징물인 십장생(十長生)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십장생〉연작을 선보인다. 구복과 길상을 바라는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그러나 구복을 상징하는 소재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그려지고 인식되기 마련이다. 작가는 “행운을 상징하는 요소들은 눈을 즐겁게 해 마음을 정화하고 복을 부른다고 해 패턴화됐으며 문화권 안에서 공감대를 이룬다.”라고 말하며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순수미를 모색한다. 유현미는 전통적인 십장생을 현대에도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로 치환하는 방식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연결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재료로 사용해 십장생이 존재하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전통적인 십장생도가 장식적이고 화려한 색깔을 통해 이상적인 환상세계를 표현했던 것처럼, 작가 또한 십장생을 다양한 색깔로 채색했다. 유현미의 작업에서 볼 수 있는 색깔은 전통적인 십장생도의 색감을 바탕에 두고 현대적으로 호응할 수 있게 변용한 것이다. 십장생으로 전환된 여러 오브제를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린 구성은 불안함과 유한함 덕분에 오히려 극대화되는 아름다움과 희열에 대한 반대급부를 역설적으로 나타낸다.


유현미의 작업에서는 매체의 성질에 대한 치밀한 고민이 드러난다. 조각으로 시작하는 작업 과정은 사진을 거쳐 회화로 끝난다. 작업의 주제인 복을 기원하는 것이 가장 원초적이고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바람인 것처럼 작가는 예술의 일차적인 성격을 아름다움으로 전제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여러 매체가 가진 특성들을 혼합한다. 각각의 매체들은 유현미의 작업 속에서 경계와 영역을 공유하며 상호작용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십장생〉연작 또한 작가가 부단히 지속해 온 혼성적인 매체적 실험의 단편이다. 작가는 조각을 통해 입체화한 십장생 오브제를 우연성에 기대어 조합하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한다. 카메라에 의해 평면으로 박제된 십장생의 세계는 캔버스에 프린트되었다가 캔버스 표면에 덧칠되는 유화로 인해 다시 입체로 돌아간다. 덕분에 지면이나 스크린으로는 매체의 혼성이 주는 그 모호함을 다 담을 수 없다. 단지 어딘가에 설치된 조각 작품으로만 보일 뿐이다. 그러나 전시장 벽에 걸린 작업을 마주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그 눈속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단한 작업 과정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조각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전시 공간에 작업실의 일부이자 하나의 독자적인 십장생 세계관을 구현한 셈이다. 이러한 시도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작업의 과정을 직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다. 아울러 작업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작가가 전달하려고 하는 미적 쾌감에 대해 사유하고, 각자 품고 있는 구복에 대한 염원을 십장생의 세계에 직접 투영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린이 프로그램:〈Good Luck! 행운을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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