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박그림 × 조현익 초대 이인전
《잘 살고 있는 나를 죄인으로 만들기도 하며》
2024. 11. 1 (금) -12. 20 (금)
OCI 미술관
※ 만 19세 미만의 관객은 보호자의 지도가 필요한 전시입니다.
● 미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나와 내 인생 섬기기
● 개인적 서사를 동/서양 종교화의 형식에 담아내는 박그림과 조현익
● 불화 형식을 차용하여 현대사회 속 퀴어 문화를 드러내는 박그림
● 기독교의 성화 형태를 빌어 평범한 일상의 숭고미를 찾는 조현익
● 다른 듯 같은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생의 스펙트럼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 ‘잘‘ 사는 삶은 결국 ‘나 답게 사는‘ 삶임을 상기하게 하는 전시
OCI 미술관(관장: 이지현)은 오는 11월 1일부터 12월 20일까지 박그림(Grim Park, 1987-)과 조현익(Hyunik Cho, 1978-)의 초대 이인전 《잘 살고 있는 나를 죄인으로 만 들기도 하며》展을 개최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사회가 정립한 제도와 이분법적 사고는 결코 복잡한 인생의 모든 타선을 아우르지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세상이 만들어낸 기준과 타인의 잣 대에 의해 우리는 누구나 무해한 죄인이 될 때를 경험한다.
이번 2인전에서는 개인적인 서사를 종교화의 형식에 담아 풀어내는 박그림, 조현익의 작품을 동시에 조망하며 창작 행위를 통해 생의 방향을 확인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실현하는 두 작가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들여다본다.
OCI미술관 박그림, 조현익 이인전_전시전경
전시의 제목인 《잘 살고 있는 나를 죄인으로 만들기도 하며》는 조현익 작가의 2016년 작가노트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어느 날 '믿음의 도리'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포교용 전 단을 받은 그는 '믿음'과 '도리'라는 단어가 갖는 ‘책임과 강제’, '포용과 폭력'의 상반된 개 념들이 동시에 떠올랐다. 특정 종교를 신봉하지 않는다고 믿음이 없는 자, 혹은 도리를 다 하지 못한 자, 결국 ‘죄인’이 되어버리는 세상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믿음과 도리를 따라야 하는 것인가.
이번 전시의 출품작에서 그 해답을 엿본다. 겉보기에는 다른 위치와 방향으로 보이는 박 그림, 조현익의 삶과 작품도 같이 보니 분명 통하는 면이 있다. 그들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미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나와 내 인생을 섬긴다.
OCI미술관 박그림, 조현익 이인전_전시전경
박그림은 불화의 형식을 차용하여 퀴어 문화를 드러낸다. 그의 〈심호도(尋虎圖)〉 연작은 불교에서 소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내용의 종교화 '심우도'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소 대 신 자신을 대입한 호랑이가 등장한다. 단군신화 속 미완의 존재인 호랑이를 성소수자인 본인의 정체성과 연계하여, 인간관계로부터 얻은 상처와 극복을 담아내었다.
반면 조현익은 성화 형태를 빌린다. 그의 〈이콘〉,〈네오 이콘〉 프로젝트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화면 중앙에 위치한 성상과 머리 뒤 금빛 광배가 특징인 기독교의 이콘을 본 떠 제작한 연작으로, 일상 속의 순간들을 화폭에 담아내어 비종교적 대상에서 느낄 수 있는 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가족과 육아의 풍경, 즉 평범한 하루의 기념비적 측 면과 숭고함을 찾아내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OCI미술관 박그림, 조현익 이인전_전시전경
티 한 점 없이 수려하고 매끈한 필선과 잔잔한 호수에 비친 달빛을 연상시키는 곱고 나 지막한 색채를 사용하는 박그림, 유화 물감 냄새 짙게 배어 있는 정통 캔버스 회화부터 4m가 넘는 대형 철판 작업까지 재료와 크기와 구애받지 않는 과감하고 터프한 작업을 선보이는 조현익 작품의 공통분모 속 보이는 형태의 차이 또한 흥미롭다.
그러나 결국 두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큰 핵심은, 그들에게 창작은 각자의 삶에 대한 신념과 믿음을 선명하게 하는 수행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넓은 세상의 수많은 인생 중 하나뿐인 나의 삶. 결국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방법 아닐까.
다양성에 대한 용인의 역치를 넓혀주는 것이 미술의 주요한 역할임을 상기해 볼 때, 두 작가의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개인의 삶과 자유, 선택의 권리, 사회의 다원화를 인정하는 태도를 일깨운다. 생의 스펙트럼을 존중하는 두 작가의 작품이 나의 하루를, 삶 전체를 회고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OCI미술관 박그림, 조현익 이인전_전시전경
박그림 (Grim Park, 1987-)
동국대학교 불교미술학과를 졸업하였다 . 전통 불화 양식에 성소수자인 본인의 정체성을 녹여내어 독특하며 독보적인 그림을 그린다 . 그가 사용하는 수려한 색채와 치밀한 묘사력은 관객의 감탄을 자아낸다 .
grimipark@gmail.com │ @grimpark │ grimpark.com
주요 단체전
2023 PANORAMA, 송은, 서울 2022 제22회 송은미술대상전, 송은, 서울 다시 그린 세계: 한국화의 단절과 연속, 일민미술관, 서울 2021 Bony, 뮤지엄헤드, 서울
주요 수상 / 선정
2018 앱솔루트 보드카 아티스트 어워즈 수상, 앱솔루트, 서울
작품 소장
Sunpride Foundation
박그림_간택, 회(柬擇, 回)_비단에 담채_170×230cm_2023
박그림_심호도, 춘수(尋虎圖, 春秀)_비단에 담채_250×340cm
조현익 (Hyunik Cho, 1978-)
세종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의 동일 전공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 평범한 일상을 성화의 형식에 담아낸다 . 조현익에게 사랑 , 실연 , 결혼 , 육아 등 삶의 현장과 모습은 작품의 재료이자 방법이며 목적이다 .
artisthi@hanmail.net │ @chohyunik78 │ chohyunik.com
2023 아트 쇼케이스-뉴 본 아티스트, 동탄아트스페이스, 화성 2020 여성신곡( 女性新曲), 자하미술관, 서울 2016/2017 CRE8TIVE REPORT, OCI미술관, 서울
주요 레지던시 2018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시립미술관, 청주 2017 경기창작센터 창작레지던시, 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센터, 안산 2015 -2016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OCI미술관, 인천
작품소장 경기문화재단,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오산시립미술관, 자하미술관
외 다수
조현익_믿음의 도리-가족사진_캔버스에 유채, 벽지 콜라주_227.3×181.8cm_2023-2024
조현익_부처팬 대 예수팬 대 마리아팬 대 간디 팬_캔버스에 유채_각 41×33cm_2014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
사회가 정립한 제도와 이분법적 사고 , 흑백논리는 복잡한 인간사의 모든 타선을 아우르지 못한다 . 내 인생은 나의 신념대로 '잘'만 굴러가고 있는데 세상의 규범에 , 타인의 잣대에 의해 무해한 죄인이 될 때가 있다 . 그저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고 틀린 삶인 것인가 . 때로는 굳건하다 믿었던 나의 신념도 흔들릴 때가 있다 .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지는 순간 , 우리는 기도한다 . 사람의 영역이 아닌 초자연적인 무언가 . 즉 종교와 신앙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
얼핏 낯선 조합인 듯 보이는 박그림 , 조현익의 작품과 삶도 같이 보니 분명 통하는 면이 있다 . 그들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 미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나와 내 인생을 섬긴다 . 불화의 형식과 불교 교리를 차용하여 성소수자의 정체성과 현대사회 속 퀴어 문화를 드러내는 박그림 , 종교적 성상과 기독교의 성화 형태를 빌어 평범한 일상에서의 기념비적 측면과 숭고한 의미를 찾아 나가는 조현익에게 작업 활동은 제의적 행위와도 같다 . 창작은 그들의 신념을 선명하게 하는 수행이다 .
결국 '나답게 사는 것 '이 가장 ‘잘’ 사는 방법 아닐까 . 다양성에 대한 용인의 역치를 넓혀주는 것이 미술의 주요한 역할임을 상기해 볼 때 , 두 작가의 작업은 우리로 하여금 생의 스펙트럼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일깨운다 .
정유연 OCI 미술관 선임 큐레이터
OCI미술관 박그림, 조현익 이인전_전시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