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하느님의 성전 <권상연 성당>이 세워졌다.
그곳은 그저 평범한 대지였을 것이다. 김주희가 한 평범한 인간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땅위에 성당이 세워지고 김주희가 하느님을 믿는 신자가 된 것이 세상사에 그리 큰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의 성당이 세워진다는 것은 하느님을 믿는 신자가 늘어난다는 뜻이며, 한 인간의 진정한 믿음으로 하여금 죽어가는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빛이 될 수도 있다.
김주희는 성당이 들어설 수도 없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아니 성당 초기 모임의 장소라는 의미가 더 큰 ‘공소’를 첫 작업으로 하고 두 번째는 성당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어서 이번 작업은 평범한 곳에 하느님을 숭배하고 기도하며 하느님이 주체가 되는 장소가 된 성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548일의 기록’이라고 작가가 말했듯이 각목과 각목이 이어지고 쇠 파이프가 상하좌우로 연결되는 매우 단조로운 빌드업(build-up) 과정에서 작가는 신심이 깊어졌다고 한다.
많은 무신론자의 마음속에도 자신이 모르는 어떤 신이 존재하는가 하면 반대로 유신론자 가운데서도 신의 존재에 대해서 회의를 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우리는 작가의 사진을 통해서 신의 존재를 믿기는 힘들다. 작가는 자기 작업을 통해서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고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주희는 전도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사진가로서 이 작업을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가 의도하는 것이 얼마나 적절하게 표현되었는지에 주목하게 된다. 어스름한 벽에 기댄 판자 더미 위로 들어오는 희망의 빛과 연속적인 파이프와 파이프의 연결에서 수많은 십자가가 연상된다. 예수님 곁에서 솟아오르는 나무의 새순에서도, 하트모양의 주차장 선에서도, 물결치듯 아카시아꽃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에서도, 하느님의 숨결을 느낀다. 자신을 유신론자로 규정짓는다는 것은 신과의 약속을 의미한다. 그 약속이 따뜻한 행위가 될 때 무신론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하느님의 믿음을 강조하는 작가의 순수한 고백에서 종교와 상관이 없는 사람들에게조차 순수한 열정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기도라고 생각한다. 김주희의 그 기도가 곧 사진이기 때문이다.
서학동사진미술관장 김지연
기도의 땅
글: 김 주 희
모든 것은 땅으로부터 시작이며 548일 기록을 담았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마음이 모여 하나씩 지어졌고 만들어졌다. 누군가 그 마음을 예비한 듯 이 땅은 그렇게 준비되어 있었다. 사실 전시에 임하는 나의 믿음은 빈 땅처럼 존재했다. 빈땅의 잡초처럼 불안과 의심으로 누군가 나의 빈 땅을 채워주기를 기도하며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개별적으로 존재하였을 땐 모든 것이 위태로워 보였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철골, 일렬로 쌓여있는 벽돌과 목재. 홀로 있을 땐 큰 존재감이 없었던 것들이 하나로 합쳐져 큰 골격이 만들어졌다. 목재와 철골과 벽돌들이 차분하게 정렬되고 이어진 철골 구조물을 보며 혼잣말로 ‘다 쓰임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목재와 철골과 벽돌들이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나의 자리를 내어주고 타인을 받아들이면서 각각 고유함이 하느님을 위한 사랑으로 온전히 하나가 되어 제자리를 찾아간 구조물을 보니 어느 것 하나가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사소한 무엇도 의미를 부여하시어 쓸모를 만드시는 하느님의 신비를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문자도 하나의 음소단위로는 어떤 뜻도 존재하지 못하지만 모였을 땐 비로소 나를 담아낼 수 있는 언어가 형성된다.
지어지고 있는 이 성전 또한 그렇다. 물리적으로 하나하나의 골격이 모여 하나의 공간이 되었다. 하느님의 성전이 건축되기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과 염원이 켜켜이 쌓여 성전이 되었다. ‘성당’은 단순한 건물의 개념과는 달리 하느님의 역사와 사람의 기도가 반영하는 곳이다. 따라서 권상연성당은 이제 그 역사를 써갈 귀한 장소로 첫발을 디디고 있다.
창을 따라 들어오는 빛처럼 하느님께서 인도하심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사랑이 누적될 장소이다. 나 또한 빈 땅으로 시작한 사진 작업이 어느새 함께함으로 마음이 다시 지어져 갔다.
땅으로 시작한 기록작업은 빛으로 옮겨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