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Silent Dragger
참 여 자 원정인, 키시앤바질(조나경, 최서희)
전시기간 2025. 5. 29 (목) – 7. 10 (목)
오프닝 리셉션 2025. 5. 29 (목), 오후 6~8시
전시내용 조각, 설치, 영상 포함 30점 내외
관람안내 -장 소 : 신한갤러리 | 역삼로 251 신한은행 강남별관 신관 B1 신한아트홀 內
-관람시간 : 화~토 10:30~18:30 (일, 월 및 공휴일 휴관)
-관 람 료 : 무료
■ 《Silent Dragger》 展
신한갤러리는 2025년 5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2025 Shinhan Young Artist Festa' 그룹 공모전에 선정된 작가 원정인, 키시앤바질의《Silent Dragger》를 개최한다.
자취를 감춘 줄로만 알았던 존재들이 현실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때가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잊힌 사건이나 이야기들. 그것들은 수명을 다한 듯 고요했다가도 불현듯 그 존재감에 불을 켜 현재의 시공간을 밝힌다. 《Silent Dragger》는 기억과 언어가 사물로 전이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간성에 대한 전시이다. 이곳에 모인 작업들은 사라진 장소와 경험을 다시 구축하고, 대체된 이미지와 원본의 경계를 흐리며,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가시화한다. 전시 제목인 ‘Silent Dragger(조용히 끄는 사람)’는 사라져가는 것을 붙잡아 두고, 정착되지 않는 것들을 형태로 끌어오는 태도를 가리킨다. 원정인과 키시앤바질은 각자의 방식으로 흩어진 기억과 목소리를 불러오고, 그것들을 물질과 언어로 전환하여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원정인은 기억을 물질화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그는 도자, 사진, 영상 등 서로 다른 시간성을 가진 매체를 통해 사라진 흔적을 재구성하고, 기억이 사물에 스며들거나 유리되는 방식을 연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 작업과의 연장선상에서 책 『Road is Land』를 기반으로 한 사진, 영상, 도자 작업을 선보인다. 책은 2023년 겨울, 로드아일랜드에 머물던 집을 기록한 필름 사진, 3D 모델링을 통해 재현한 집의 캡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다. 전시에서 원정인의 작업은 물질이 기억을 대체하는 순간과, 그 대체물이 결국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탐색한다. 기억은 고정된 하나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을 담는 방식에 따라 변형되고 재구성된다. 필름과 3D 이미지, 도자의 병치는 원본 없이도 현실을 떠올리게 하고, 동시에 원본과의 거리감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이처럼 원정인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기억을 유지하고자 하는 시도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균열과 어긋남을 드러낸다. 사라진 것들을 다시 불러오는 과정에서 생성된 새로운 풍경과 형상을 가지게 된 기억들이 만들어내는 낯선 감각을 마주하려 한다.
키시앤바질은 두 사람이 겪어온 시간을 시각적, 언어적으로 구성한다. 작업에 등장하는 말과 글은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현재로 끌어오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들은 오랜 시간 개인 내부에 머물러 있던 이야기를 꺼내고 그 흔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이 나눠온 대화의 여정은 전시작을 구성하는 데 가장 단단한 출발점이 된다. 듀오는 함께 지나온 소통의 시간을 떠올리며 각자 8개의 입체 작품을 준비한다. 그리고 준비해 온 작품을 하나씩 꺼내어 두 개의 입체가 한 쌍을 이루도록 한다. 둘로 나뉘어 있던 존재는 비로소 하나의 덩어리로 연동된다. 이 과정에서 키시앤바질은 타인과의 연결에 대해 고민하며, 서로에게 건네는 지지의 마음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이들은 서로에게 건네 온, 수많은 말과 글을 되돌아본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떤 뿌리를 가졌는지, 그 이야기가 어떠한 방식으로 세상에 닿아야 할지 생각한다. 신중하게 써내려간 문장을 품은 상자와 말의 앞뒷면을 보여주는 월 텍스트는 언어가 가질 수 있는 물리적 형태와 그것이 해낼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하게끔 한다.
《Silent Dragger》에서 원정인과 키시앤바질의 작업은 사라진 것들을 불러오는 방식에서 교차한다. 원정인은 물질을 통해 기억을 구축하고, 키시앤바질은 언어를 통해 내면의 목소리를 형상화한다. 이들의 작업은 원본과 대체물, 재현과 왜곡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억이 지속되는 방식을 탐구한다. 세 작가에게 기억이나 말은 잡히지 않는 것이며 형체 없이 부유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한곳에 모아 겹쳐 놓으며 해상도를 올려간다. 또한 시간의 잔여물, 흐려진 말이 힘을 잃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정서적, 심리적 흔적을 담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전시는 우리 곁을 지나쳐간 수많은 존재를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지금 여기로 다시 끌고 나온다.
■ 작가 소개 : 원정인 Jeongin Weon
원정인의 작업은 기억과 외상을 물질로 전이하는 과정에 대한 탐구다. 이를 위해 도자, 사진, 디지털 이미지 등 서로 다른 시간성을 지닌 매체를 사용하여 사라진 흔적을 고정시킨다. 그는 쉬이 휘발되지 않는 사건을 사물에 새기는 방식을 연구하며, 기억이 특정한 형태로 고착될 때 그것이 지니는 정서적 밀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작업은 기억과 물질이 얽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홍익대학교 회화과 학사를 졸업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도자 전문사에 재학 중이다. 《Limbo》(LDK, 서울, 2024), 《Dry Skin》(전시공간, 서울,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원정인, <p>, 점토, 언더글레이즈, 유약, 플라스틱, 가변설치, 2022
■ 작가 소개 : 키시앤바질 KISIandBASIL
키시앤바질은 조나경, 최서희로 이루어진 아티스트 듀오이다. 그들은 2022년 함께 2인전을 열며 의기투합, 8월 키시앤바질을 결성하였다. 말과 글은 키시앤바질의 작업에서 중요한 토대가 된다. 두 사람은 함께 대화를 나누고 글을 교환한다. 그들은 소통의 과정에서 서로의 존재에 기대어, 현재에는 드러내기 힘들지만 언젠가는 분명히 발언할 이야기에 조금씩 다가간다. 조나경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학사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최서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학사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주요 전시로 《느슨하지만, 매니페스토》(씨스퀘어, 서울, 2024), 《말과 그림》(누크갤러리, 서울, 2023) 등이 있다.

키시앤바질, <긴 침묵>, 나무에 페인트, 스텐실, 8개의 스피커, 가변설치, 2024

키시앤바질, <긴 침묵>, 나무에 페인트, 스텐실, 8개의 스피커, 가변설치, 2024, 세부
■ 신한갤러리 : 설립취지
신한갤러리는 국내 미술 저변을 확대하고 대중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자 신한은행이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으로 1997년 광화문에 이어 2011년 역삼 오픈 이후 2020년 통합되어 역삼에서 전시를 지속해오고 있다. ‘Shinhan Young Artist Festa’라는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공모를 통해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기획전 또한 꾸준히 개최함으로써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경계 없는 예술을 지향하는 본 기관 취지에 맞춰 2018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와 협약, 입주작가 대상으로 기획전을 개최하는 등 대중과 소통하며 사회공헌적 문화 공간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 신한갤러리 : Shinhan Young Artist Festa
신한갤러리의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신진작가 공모전 ‘Shinhan Young Artist Festa’는 젊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아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2003년 신한갤러리 광화문에서 시작된 신진작가 공모전은 2009년부터 ‘Shinhan Young Artist Festa’라는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되어 신한갤러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Shinhan Young Artist Festa’는 주제나 형식, 표현기법 면에서 서로 연관되는 2인 이상의 참신한 작가 그룹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가들에게는 전시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시진행과 관련한 제반 비용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