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CC 접근성 강화 주제전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는 ‘경계 넘기’를 주제로 존재의 ‘다름’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존재에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고민하는 전시입니다. 우리 안에는 ‘안과 밖’, ‘우리와 타인’, ‘안전한 것과 위험한 것’, ‘나 그리고 나와 다른’ 등의 언어처럼 다양한 경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경계가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타자가 될 수 있다면요? 내가 나인 채로 당신이 당신인 채로, 우리는 어떻게 비대칭적으로 소통하고 함께할 수 있을까요?
“장애가 있는 우리는 원어민 선생님에게 외국어를 배우거나 미술관에서
그림을 본 적은 없어도 각자의 몸짓과 말하기 방식,
삶을 향한 독특하고 드문 태도를 나누었다.
계단과 언덕으로 가득한 고등학교 생활에서 내 휠체어를 밀어준 친구들의 몸은 내 몸의 한곳에 새겨졌다.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상 우리의 몸에는 늘 구체적인 타인이 깃든다.
나를 돌본 사람들, 내가 만나고 나를 도와주고 나와 함께 배우고
무대에 오른 여러 개개인의 몸이 모두 연결되어 내 안에 있었다.
- 김원영,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2024)
이처럼 우리의 몸은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고 변화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장애를 의료적 관점으로 인식하며 비장애인을 정상, 장애인을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본 전시는 장애를 의료학적 관점에 따라 ‘손상’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장애인이 경험하는 사회적 배제에 초점을 맞추는 사회학적 관점을 따릅니다. 장애인은 특수한 존재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독특한 개인’, ‘의미 있는 타자’로서 존재합니다.
전시는 무장애, 장애 예술, 참여적 예술, 상호작용 예술을 연구해 온 국내외 5인(팀)의 작가들과 함께 예술을 통해 경계를 넘어가는 연습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이는 단지 장애인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이뤄지는 시도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접근성 강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예술은 무엇과도 연결될 수 있으며 우리는 예술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참여작가
김원영·손나예·여혜진·이지양·하은빈, 송예슬, 아야 모모세, 엄정순, 해미 클레멘세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