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루타 수프: INSOMNIAC CITY
2025.5.31 - 7.20
화이트스톤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은 일본 만화 문화, 영국 특유의 블랙 유머 그리고 스트리트 컬처를 자유롭게 혼합하여 표현하는 아루타 수프 (Aruta Soup)의 첫 한국 개인전 《INSOMNIAC CITY)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도쿄 신주쿠의 밤거리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 회화와 네온 설치작업을 통해, 작가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 제목 《INSOMNIAC CITY)는 잠들지 않는 도시를 주제로 하며, 그 속의 인간 군상과 삶의 풍경을 함축한다. 도쿄의 신주쿠, 그 중에서도 환락가로 유명한 가부키초를 배경으로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와 공허를 품은 도시의 공기, 그리고 그 안에서 욕망과 불면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은 이번 전시의 핵심적인 배경이 된다. 아루타 수프는 이러한 풍경을 작가의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캐릭터인 'ZERO(토끼)'를 통해서 회화, 네온, 그리고 그래피티적 감각이 혼합된 시각 언어로 재구성했다. 갤러리의 4층 공간에는 작가에게 창작의 영감이 된 신주쿠의 밤을 이미지화한 몰입형 공간을 설치하여, 관객들이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감각적 경험 속에서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에이징 가공을 활용한 크롬 작품을 선보이며, 아시아 뒷골목 정서를 갤러리라는 정제된 공간 속에 녹여내는 실험을 시도한다. 강렬한 보색 대비와 리듬감 있는 색채 구성은 시선을 사로잡고, 동시에 편안한 색조의 작품들을 함께 배치해 전시 전체에 완급을 부여한다.
아루타 수프의 날카롭지만 유쾌한 시선으로 동시대의 도시성과 인간성을 담아내는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이들에게도 깊이 있는 공감과 새로운 해석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작가 및 'ZERO' 소개
아루타 수프(Aruta Soup, 1987)는 만화적 상상력과 블랙 코미디, 그리고 이스트 런던의 스트리트 컬처를 결합해, 도시의 폭력성과 인간 내면의 불안을 날카로운 선과 상징적 캐릭터로 표현하는 작가다. 17세에 런던에서 그래피티와 클럽 문화를 흡수하며 현재의 스타일을 확립한 그는, 일본 귀국 이후 시부야 세이부를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대규모 개인전, 아트 페어, 브랜드 협업, 벽화 작업 등 다방면의 활동을 전개해왔다. 작가는 이번 한국 첫 개인전을 통해서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노티드(Knotted)와 협업하여, '제로(Zero)' 캐릭터와 '슈가베어(Sugar Bear)'를 활용한 감정의 치유와 연결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패키지 및 굿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ZERO'는 공허(Void)에서 태어난 붕대를 감은 토끼다. 처음에는 자아 없이 인간을 흉내 내던 존재였지만, 시간과 경험을 거치며 친구를 만나고 밤거리를 산책하고 실험을 즐기며 고유한 세계를 형성해간다. 아루타 수프는 ZERO를 단순한 페르소나가 아니라, 혼란과 상처 속에서도 변화와 재생을 반복하는 존재로 설정한다. 또한 그는 자신을 이 캐릭터의 창조자가 아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삼월 토끼처럼 그 움직임을 따라가는 이야기꾼으로 정의한다. 결국 아루타 수프의 작업은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끊임없이 탈주하는 내면의 이야기이자, 유머와 상처, 동시대성과 환상을 넘나들며 새로운 감각과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하나의 서사적 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