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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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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는 벽

  • 전시기간

    2004-02-10 ~ 2004-02-29

  • 전시 장소

    아르코미술관

  • 문의처

    02-760-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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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기영) 마로니에미술관에서는 2004년도 첫 자체기획전으로 “이야기하는 벽 Talking to the Wall”을 마련하였다. 작년 “공원 쉼표 사람들”전에 이어 ‘공원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전시인 “이야기하는 벽 Talking to the Wall”은 지역과 사회에 밀착하기 위해 시작된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논의 과정 속에서 구체화된 전시이다. 지난 번 전시가 미술관이 위치한 외부의 주변환경을 파악하는 전시였다면, “이야기하는 벽”은 시선을 미술관 내부로 돌려놓는다. 미술관의 물리적 환경, 특히 ‘벽’을 통해서 현재 미술관이 어떠한 존재방식을 취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미술관 외벽은 바깥의 소란스럽고 탁한 세계로부터 미술을 보호하는 존재로, 그 내벽은 침묵을 유도하며 스스로도 말이 없는 순백의 신성한 성전의 벽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로 인해 미술은 사회적․역사적 맥락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진행되는 세계로 보였다. 그러나 이는 외부세계와의 소통을 배제시키며 미술의 순수성을 무기로 내세운 한때의 강력한 지배이론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미술이란 사회나 역사와 갖는 유기적 관계 속에서 발생되는 문화적 현상이며, 미술관의 벽은 그것들의 흔적이 끊임없이 덧붙여지는 공간이다.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벽’은 우리의 일상 삶 속에서 ‘단절의 장’이 아닌 ‘소통의 장’으로 존재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글자가 없던 시대 사람들은 자신의 소망을 동굴 속 벽에 그려 표현했고, 거기서 즐거움과 위안도 얻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20세기 중반 흑인들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주장하던 때, 도시벽화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저항 운동이었다. 특히 도시벽화는 지역에 뿌리를 두고 주민과 미술가 모두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완성해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은 전통적인 매체인 유화에서부터 비디오, 디지털 사진, 사운드, 설치에 이르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침묵하는 하얀색의 폐쇄적인 벽’을 ‘발화하는 형형색색의 소통의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강선미와 박은선은 라인테이프 작업을 통해 벽 위에 환영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미쳐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저편의 공간을 라인 작업으로 끄집어낸다. 임자혁은 색색깔의 고무줄로 벽에 드로잉하는데, 전체이미지는 고무줄이라는 재료의 특성으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매체로서의 벽화개념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남일과 이제는 미술관이 위치한 지역의 공간적 특성을 작품에 끌어들인다. 안두진과 임국의 경우, 도시벽화의 장난스런 이미지를 연상시키는데, 안두진의 작품은 마치 담쟁이덩굴이 벽에 뿌리를 박고 그 위를 뻗어나가는 것처럼 벽 안쪽에서 뛰어나온 이미지들이 벽 위로 계속해서 퍼져나가는 듯한 화면을 보여준다.  

 

시간의 흔적이 배어 나오는 듯한 벽면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정승운과 손한샘의 작업은 각기 나무와 골판지라는 재료의 질감에 의해 더욱 인상적이다. 허욱과 안성희는 벽에 의해서 형성되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허욱은 여러 개의 원통형 상자를 벽에 부착함으로써 ‘관계의 확장’을 표현한다. 안성희의 경우, 미술관 벽을 개인정원의 담에 비유하며 변화하는 사회적․역사적 상황 속에서 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공간의 안과 밖의 모습을 ‘관계’라는 맥락 속에서 설명한다. 여계숙의 경우, 단절이나 분리가 아닌 참여와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장르의 섞임을 시도한다. 음악 악보이자 소리그림인 그의 작품은 미술관 안에서 ‘말하는 벽’, ‘노래하는 벽’이 된다.    

 

미술과 미술관이 쌓아올린 두터운 장벽을 허물어 대중과 만나고 그들이 주체가 되는 참여의 공간을 제시하고자 한 이번 전시는 전시기간에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과 참여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시만으로는 부족한 활동들을 보충해줄 것이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후속작업으로 지역주민과 미술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벽화제작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공원 쉼표 사람들"전에서 이미 마로니에미술관 외벽 일부는 미술가(양주혜)에 의해 거대한 캔버스로 변화되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생산해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 벽이 지역주민들에 의해서 새롭게 꾸며질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첫걸음이 될 이번 행사를 통해 공공미술관으로서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야기하는 벽 Talking to the Wall’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사항은 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책임큐레이터 김형미 ⓣ7604-726, ⓕ7604-780)으로 문의하기 바란다. 

 

○ 전시명 : 이야기하는 벽, Talking to the Wall

○ 전시개막 : 2004. 2. 10(화), 오후 5시

○ 전시기간 : 2004. 2. 10~3. 11 

○ 전시장소 : 마로니에미술관 제 1ㆍ2 전시실 및 소갤러리

○ 전시관람 : 11:00 a.m. ~ 8:00 p.m.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 전시설명 : 전시기간중 매주 토요일, 일요일 오후 2시 각 1회

 

 

참여작가 (12명)

   강선미, 남일, 박은선, 손한샘, 안두진, 안성희 

   여계숙, 이제, 임국, 임자혁, 정승운, 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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