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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재개관을 기념하여 열리는 전시는 국제적 감각의 현대미술작가 20인의 작품전
현대미술에 대한 또 하나의 시선광화문 중심시대의 문화를 기억하게 하는 몇 가지의 표상 가운데 세종문화회관은 가장 중요한 명소이자 명물이다. 일찍부터 대소 공연장 및 전시장 시설을 갖추어 과도기 한국문화의 중심역할을 자처해왔으며, 순수문화의 아우라를 고집하던 태도도 우리에게는 매우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그 세종문화회관도 문화의 다양한 혼성과 이동에 따라 과거의 표상과 권위에서 한 발 물러나 이제는 많은 문화시설물 가운데 하나가 되어버렸다. 재탄생의 시기가 된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마침내 오랫동안 보수를 마치고 재개관하게 되면서 그동안 그럭저럭 전시장의 명맥을 유지하던 ‘세종문화회관 전시장’도 미술관으로 본격적인 면모를 갖추어 재개관의 기회를 맞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위치와 위상만을 고려한다면 벌써부터 미술관의 품격을 갖추어 공공미술 전시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전방에서 담당했어야 하는 중요한 곳이다.
이번에 재개관전으로 미술관이 내건 프로젝트의 제목은 ‘현대미술의 시선’이다. 이는 현시점에서 바라본 한국의 현대미술의 오늘을 점검해보고, 개념성 제고와 방향성을 암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의 재개관과 함께 미술관의 역할을 보다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하나의 제안형식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추측은 참가작가의 명단을 통하여 확인된다.
이번 전시의 참가 작가는
강익중, 곽훈, 김인겸, 이형우, 전수천, 곽남신, 권순철, 김승영, 김지원, 문범, 서용선, 양만기, 윤동구, 이강소, 임옥상, 조성묵, 진영선, 한만영, 함섭 그리고
홍성도 등으로 구성되었다. 주최 측이 밝힌 작가선정의 배경은 베니스비엔날레나 상파울로 등 그동안 비엔날레 참가 작가를 중심으로 구성하였으며, 그 외 이 들과 작품경향이나 전시주제에 근접하는 작가들을 선발하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작가들의 면면만을 보아서 전시의 방향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21세기 서두의 현대미술을 수식하는 미학적 용어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가령 80-90년대를 풍미하거나 어지럽히던 가공할만한 이론적 미사여구의 남용에 비한다면 세기 초는 거의 적막에 가깝다. 그 이유는 과거의 과민한 수식들로부터의 피곤증이 가시지 않은 점도 있겠고, 이제는 적당한 이데올로기와 현상을 이즘의 이름으로 시각예술이나 시각현장의 다양성과 혼성에 대입시키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의 혼성이나 이동, 사회적 반향의 문제를 집약하는 도구들이 인문학적이고 예술적인 담론을 통하여 제한적으로 형성되어 왔다면 이제는 그러한 협의의 도구로는 문화의 팽창과 뒤섞임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단이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이 현대 시각예술을 하나의 시선으로 설명하는 집약적 함의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번 출품작가들 가운데는 시각매체에 대한 다양한 섭렵을 거친 설치, 영상작가들을 비롯하여 회화나 조각, 또는 판화 등 제한적인 장르에서 나름대로 작업적 성과를 이룬 작가들이 혼재해있다. 가령 전수천이나 임옥상, 곽훈, 진영선, 문범, 강익중, 김승영, 윤동구 등은 다양한 매체의 혼합과 혼성을 통하여 작업의 문맥과 부피를 결정해 온 작가들이다. 또 이강소나 권순철, 한만영, 서용선, 곽남신, 김지원, 함 섭 등은 평면작업으로, 그리고 조성묵이나 김인겸, 이형우, 홍성도, 양만기 등은 비교적 견고한 입체작업을 통하여 단위별 목소리를 형성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특정한 경향이나 작업형식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혼합시킴으로써 전시의 성격을 확장시킨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한국현대미술의 흐름 속에는 창작의 다양성보다는 계열이라는 서술을 통하여 작가들의 작품을 설명할 때가 있었다. 가령 현실계열, 모더니즘계열, 포스트모더니즘계열, 또는 전통계열 등 흡사 특정한 이념이나 분파를 통하여 시각예술의 담론을 재단한 비극적 용어들이다. 이는 극렬한 대립적 양상을 통하여 나타난 사실이자 예술과 이념, 현실, 현장 등 우리의 사회, 정치적 구도를 통하여 나타난 예술의 수렴과정을 설명하는 단면들이다. 그러나 글로벌 이상과 지역주의, 민족주의 문화의 생산과 소비라는 후기생산시대의 담론들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다자간 혼재현상은 필연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번 세종문화회관의 미술관의 전시성격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용우│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ㆍ 입 장 료 : 일반 및 대학생 3,000원 / 초ㆍ중ㆍ고생 2,000원
ㆍ 주 최 : 세종문화회관
ㆍ 후 원 : 문화관광부,서울특별시,한국방송공사,동아일보사,한국문화예술진흥원, 한국예총, 한국미술협회
ㆍ 협 찬 : (주)루트원엔터테인먼트, 프리두(통합조형교육기관), 월간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