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미술관(관장 최종태)은 에서는 <多 ․ 景 ․ 多 ․ 感> : 조각가 김종영의 풍경 전을 2월 25일부터 5월 15일까지 개최합니다. 형태의 본질을 찾는 예술가 김종영 선생의 풍경 드로잉들에서 천착의 대상으로 삼았던 ‘자연’의 의미를 파악하고 조형미를 구현해나간 과정을 밝혀보고자 마련한 전시입니다.
2005년 봄을 맞이하는 의미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 새해를 기다리는 세한도들을 필두로, 겸재 정선의 그림을 방(倣)한 그림, 북한산 풍경, 동네 풍경까지 다양한 그림들을 선보입니다. 또한 학창시절 졸업여행으로 다녀온 금강산 풍경그림과 김종영만의 붓솜씨가 무르익은 70년대의 금강산 풍경그림들을 대조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였습니다.
추상미술을 접하면서 큰 돌파구를 찾은 것 같다고 한 김종영에게 있어 작품의 소재는 주변의 인물이나 식물, 산, 자연들이었습니다. 김종영이 천착한 자연관은 이분법적인 외적 대상으로서 자연이라기보다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하며, 정복과 지배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 속에서의 자연관, 자연 속에서의 인간, 즉 상호 조화의 관계로 해석되는 동양의 자연관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세계와 같이 ‘스스로 그러함’의 상태를 형태적으로 찾고자한 과정들을 다양한 풍경드로잉들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김종영이 자신의 원고에서 밝힌 “창조라는 낱말은 나에게 없다. 다만 자연에 물체가 자연스럽게 있듯이 나의 조형세계는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고 하는 내용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종영의 평면의 소재들은 우리가 항상 접하고, 지나치는 평범한 사물들이자 대상 즉, 자연입니다. 그에게는 사실 설악산이니, 북한산이니 산마다의 산세나 형태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창 밖에 보이는 주변의 풍경 그 속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본질을 찾기 위해, 쉼 없는 사색의 흔적을 드로잉으로 남겼습니다. 김종영 특유의 먹과 붓을 주로 이용한 강한 터치들, 밑그림 없이 펜이나 여러 재료로 시원스럽게 그려낸 고유의 기법이 있긴 하지만 산마다, 주변의 모습을 실경처럼 그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라고 봅니다. 주변에 있기 때문에 그리는 것이며, 다만 그 대상-자연 속에서 물리적인 의미의 ‘자연’을 넘어서 형이상학적인 ‘자연’의 본질적인 실체를 지닌 무언가를 동경한 채 대상을 대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전시와 더불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는 <한국 현대조각의 선구자:김종영>전이, 갤러리 원에서는 김종영의 단아한 정물 드로잉들을 선보입니다. 같은 기간에 김종영의 예술세계를 연구하고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대거 마련되어 김종영의 작품세계를 연구할 수 있는 풍부한 기회가 되고, 자연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했던 그의 추상세계에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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