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조각가의 나들이전
‘숲속조각가의 나들이’전은 작가 김주환의 일상과 이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이다.
김주환은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결혼 후 강원도 횡성의 작은 농촌마을(하대리)로 이주하였다.
우연한 기회에 얻게된 작업실이 있는 곳 - 그 곳은 작가에게 새로운 작업의 세계를 열어준 무대이다.
단조롭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다가오는 일상, 그러자고 작정하고 들어선 곳은 아니지만 하대리에서의 삶은 마치 농부의 그것과 같았다.
눈이 녹고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면 폭신하게 솟아오른 땅을 뒤엎고 씨를 뿌린다.
싹이 나면, 순을 쳐주고 대를 세워주고 잡초를 매주고 흙을 북돋아주고, 가물면 물을 주고 바람에 쓰러지면 일으켜주고…… 고단한 노동 끝에 빨갛게 농익은 토마토나 물이 잔뜩 오른 오이며, 알알이 찰지게 박힌 옥수수, 제법 맵싸한 풋고추를 수확한다.
가을이 지나 찬바람이 불면 수확물은 하나하나 곱게 저장하고 나머지 죽은 몸체들은 겨우내 썩어 퇴비가 된다. 다시 새 생명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작가에게는 필시 불필요한 노동일 수도 있는 이러한 일들은 작업을 하는 그에게 자연스런 영감을 제공한다.
생명의 순환, 자연의 경이로움, 이러한 것들은 ‘한 송이 들꽃에서도 우주를 보는’ 성찰과 자기발견의 소재가 된다. 그래서 그가 3년째 기획하고 있는 ‘하대리 여름숲속미술제’는 사람과 자연과 예술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이해에 대한 강요나 제약이 없는 자연스런 축제를 지향한다.
이러한 일상의 배경들 속에서 보여지는 그의 작업은 관념적이고 미니멀하여 다소 생경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대학시절부터 줄기차게 매달려온 ‘선에관한각서’라는 제목의 작업들은 ‘이상의 시’ 연구에서 시작된 ‘정신의 변화’와 ‘무한’이라는 주제에의 끈기 있는 도전과 연구를 보여준다.
롯데갤러리에서의 이번전시에서는 ‘선에관한각서 1’작업에서 4작업까지 그의 작업의 진화의 4단계를 볼 수 있다. 특히 3작업부터는 하대리 정착 후, 자연에 가까운 삶과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삶을 살며 얻어진 정신적인 변화들이 작업에 반영된 모습이 보인다.
애벌레가 몇 번의 변태를 거쳐 성충이 되듯 ‘선에관한각서’는 허물을 벗을 때마다 그 내면의 동질성과 관계없이 새로운 작업 형태를 보여준다.
밭을 매는 농부의 이마에 한 방울 한 방울 땀이 맺히듯 그가 하나의 선을 한 땀 한 땀의 용접을 통해 이어가며 만들어낸 나선 구조의 형상들은 지난한 노동의 과정에서 수도자의 경건함을 읽게 하고, 단순하고 기호적인 형태로 사고와 해석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또한 일상과 이상이 깍지 낀 손가락의 맞잡은 두 손처럼 조화롭게 엮어져 탄생한 생태미술- 옥수수법계도(선에관한각서4-1)는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가 작업 속에 함께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주환의 첫 번째 개인전 ‘숲속조각가의 나들이’전은 스스로 소박한 삶의 형태를 선택하고 자연의 질서에 동참하며, 우주의 무한함에 비견할 수 있는 정신의 무한 세계로 끝없이 항해해 가는 작가의 예술세계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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