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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권전

  • 전시기간

    2005-06-22 ~ 2005-06-28

  • 참여작가

    김재권

  • 전시 장소

    인사아트센터

  • 문의처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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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권의 혼혈주의적 기호시스템(Hybridismic Signal system)에 관하여


황 현 숙│미술사학 박사


김재권은 평면, 입체, 설치, 영상, 행위미술, 그리고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방식의 예술세계를 지니고 있다. 그에게 붙은 아방가르티스트, 토탈아티스트, 전천후예술가 , 전방위예술가 등의 명칭이 알려주는 것처럼 그는 그동안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을 해 왔다. 이는 김재권이 단 한 사람의 화가이거나 설치미술가, 또는 비디오아티스트가 아니라 이 모든 영역을 통합(Integration)하여 접근하는 이른바 학제(學際)적인 예술가임을 증명한다. 따라서 김재권의 작업을 따로 따로 분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점에 대해 그는”예술가는 한 마리의 물고기와 같아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즉 물고기가 칸막이 없이 자신의 체질과 능력범위 내에서 물속을 헤엄치듯, 자신은 고정된 양식이나 장르를 고집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거부하고 예술의 본질과 기능, 그리고 역할에 접근하기 위한 어떠한 행위도 실행 가능해질 수 있는 자유를 그 자신에게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폭넓은 그의 예술가적 사상은 조형예술학 박사로서의 그의 지식체계를 예술에 적용하는데서 비롯된다. 이것은 아마도 그가, 파리 유학시절 프랑크 뽀빼(Frank Popper)라는 현대미술사의 주요 인물을 지도교수로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고 짐작된다. 이에 대해 김재권 자신도 “나와 프랑크 뽀뻬와의 만남은 백남준과 죤 케이지(Jhon Cage)와의 만남 이상으로 나에게는 실로 엄청난 행운이었다. 내가 뽀뻬 교수를 통해서 깨닫게 된 사실은 사고(思考)의 대상으로서의 개방형태의 예술작품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 환경미술이었던 점을 상기해 본다면 이러한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력을 높일 수 있다.




김재권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기 전에도 이미 한 사람의 화가로서 확실하게 자리 메김이 된 상태였다. 당시 릴리프와도 같은 모노크롬 회화로 개인전(77년, 그로리치화랑)을 연 바 있고, 5회에 걸쳐 국전에 연입선 했으며, 작고 작가 유경채가 이끌었던 창작미술협회 회원이었다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85년 남산타워에서의 레이저 이벤트(Laser Event)를 필두로 2000년대 초까지 15년 넘게 주로 레이저, 홀로그램, 비디오 등을 이용한 영상작업과 퍼포먼스, 음악 등의 작업을 해 옴으로써 현재 그는 <백남준과 박현기를 비롯해 한국의 테크놀로지 아트를 도입, 정착시킨 선구자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다가 2년 전(2003년) 조선화랑 초대전에서 김재권은「혼혈주의적 기호시스팀」이란 테마로 회화, 드로잉 등의 평면작품을 대거 보여준다. “이를 계기로 평면으로 귀환하는 것 아니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웃으면서) 원래 나이를 먹으면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지는 것이 아니냐. 앞으로도 물론 테크놀로지 작업도 하겠지만 예전처럼 본격적으로 작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미술운동으로서의 테크놀로지 아트를 한국에 정착시킴으로써 이 방면의 내 역할이 끝난데다가 요즘 테크놀로지 아트는 미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전자장치에 의한 시각효과만을 양산해 냄으로써 용산전자상가의 쇼윈도우 같아서 이러한 작품들하고 머리를 맞대기가 민망하고,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워낙 인색해서 스폰서가 되기를 꺼려하고 있어 나이 먹은 사람이 장비 좀 지원해달라고 굽실거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그럴 순 없어서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그러나 매체만 다를 뿐 평면작업이라고 해서 테크놀로지 아트와 다를 바 없다. 비디오 화면이 영상기호라면 내가 작업하는 화폭 공간 역시 기호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라고 정의한다. “영상기호의 기본요소는 주사선(注射線)이나 화소(畵素)인데 이것들이 중첩되어 영상기호를 만들 듯 실제로 나의 평면 작업에서 연필 선에 의한 얼룩주의(tachisme)적 공간은 화면에 진동과 공명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비디오 화면의 주사선에 해당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의 최근 평면작업의 테마인 <혼혈주의적 기호시스템>이라는 릴레이션 시스템(Relation System)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뛰어넘으려는 매우 진보된 논리로 해석된다. 그는 이미 10여 년 전(1993년)에 이 논리를 계발, 작업에 적용해 오고 있다. 93년 갤러리 도올에서 열린 <헤쳐모인 예술가와 예술들>에서 김재권은 그의 퍼포먼스를 통해 ‘혼혈주의 선언’을 하게 된다. “시간들의 혼혈과 공간들의 혼혈, 그리고 다시 시간과 공간들의 혼혈, 이 속에 미래문화가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동서양의 구분이 없어지고 모든 장르의 벽이 무너져 예술이라는 하나의 깃발아래 모일 것이다. 이것이 혼혈주의다(*카다록 참조).”라는 선언이 그것이다. 이 대목에서 김재권이 말하는 혼혈주의는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에 관계되는 것으로, 그것은 그의 작업에서 “주제를 설정하고 대상을 결절하는 동인(動因)이 될 뿐만 아니라 작품상에서 정신적이거나 이념적인 것을 내포하는 개념(Concept)이 된다.” 그리고 기호는 “어떻게 표현 할 것인가”에 해당하는 방법((Methode)적인 것으로 김재권은 자신의 작업이 “혼혈주의에 입각하여 동서고금을 넘나들면서 선택된 주제나 대상을 기호화하여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2003년 조선화랑 김재권 개인전 카다록 참조)
이번 인사아트센타에서 열리는 「혼혈주의적 기호 시스템을 적용한 김재권의 평면전」 역시 2년 전 조선화랑에서 개최되었던 개인전의 연속선상에 놓여지는 작품들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①공간상의 기호 체계가 좀더 구체척인 틀을 지니고 다이내믹하게 나타난다는 점, ②대상의 취급 방법이 보다 자유롭고 조형적 체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 ③색채가 더욱 화려해지고 투명해졌다는 점이다.
김재권은 켄버스도 사용하지만 작품 대부분은 기름을 먹이지 않은 장지를 사용하는데 이는 장지가 가진 특성이 그의 조형표현 의지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장지는 한지의 원료인 닥종이 펄프가 30% 정도 섞여 있어 내구성 면에서 서양의 화지에 비해 월등히 높고 그의 조형적 특징들-색채의 투명성, 배경이 되는 연필 선에 의한 얼룩주의 공간-을 표현하기에 가장 우수한 재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김재권의 장지그림을 접하게 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투명하고 명료한 색채이다. 다가 왔다가 때로는 뒤로 물러나는 강렬한 원색들은 대비와 조화를 이루며 마치 파스텔을 중첩시킨 것처럼 투명하고 친근하게 보는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이러한 색채에 이끌려 작품 앞에 다가서면 작품의 주제가 되는 대상(Objet)들, 이를테면 인물이나 동·식물, 사물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들은 얼핏 보기에는 평면 구조를 지닌듯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입체적인 것들, 사실적인 것들, 변형된 것들이 복합구조를 띠고 있어 상징주의나 초현실주의적 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의 회회적 대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역사와 종교, 전쟁과 평화, 관조와 성찰, 왜곡과 편견 등 인간의 삶에 대한 질문들을 쏟아놓는다. 이는 김재권이 추구하고 있는 정신적이거나 이념적인 삶의 가치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상의 주변에는 십자가(도덕과 윤리의 상징)라든가 사자(권력의 상징)등 한결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기호들이 대상과 연계되어 하나의 공간적 상황을 연출한다. 이러한 기호들은 작가와 관객 사이를 좁혀 소통(Communication)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즉 작가의 강요나 주장 없이 마치 음표처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며 사유할 수 있는 시지각적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두되는 것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얼룩주의 공간이다. 장지에 무규칙적으로 그은 듯 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나름대로 일정한 규칙(X자와 +방향의 선들)을 가진 연필 선들이 마치 그물처럼 얽혀 있어 배경 자체가 하나의 추상화적 공간을 이룬다. 김재권은 이러한 선들을 교차, 중첩하고 때로는 교착상태에 빠트림으로써 선속에서 작은 또 다른 선이 무너짐을 보게 하는데 이는 예전의 얼룩주의 회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올 오버(all over)적 분할공간이다.
미술사에서 현대미술이라는 새로운 사조를 가능케 했던 것은 바로 추상화의 출현이었다. 추상화가 그 이전의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예술을 형태적인 연구에서 공간창조로 표현방식을 바꾸어 놓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인 포스트모던 페인팅은 추상화의 공간창조라는 완전한 유산상속을 거부하고 조형적 형태에 의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자 한다. 김재권의 작품에서는 상징적 형태가 대상이 되고 그 배경을 이루는 공간은 얼룩주의적 추상작품으로 연출됨으로써 구상의 상징성과 추상의 공간성이 동거하는 완벽한 혼혈주의적 이미지들이 펼쳐져 있다.




이렇게 김재권은 개념, 장르, 양식(style), 사조의 벽을 허물고 상징과 공간을 결합하여 C.G.Jung적인 기호시스템을 계발함으로써 확실한 릴레이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이다. 칸딘스키, 클레 , 타피에스, 죤 케이지, 죠셉 코쥬스 등이 말해주듯이 철저한 자기논리를 가진 작가만이 미술사에서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끝으로 이번 그의 작품전이 상업주의와 수상쩍은 속임수가 만연한 한국화단에 새로운 예술적 창조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재권의 혼혈주의(hybridism)적 기호시스팀(Signal System)이란?

김재권은 1945년에 태어나 파리조형예술학교를 졸업(조형표현전공)하고, 다시 프랑스 국립 파리 제8대학 조형예술학부를 졸업, 1986년에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조형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지식 체계를 예술적 창조에 적용하는 학제(學制)적인 예술가로 활동해 왔다. 평면뿐만 아니라 입체, 설치, 영상(음악까지)등 다양한 장르가 그의 표현 영역이 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역사와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 기능으로서의 예술작품을 발표해 오고 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그에게는 전천후 예술가 또는 전방위 예술가라는 별칭이 늘 함께 따라다닌다.

그의 이러한 작품세계는 <혼혈주의적 기호시스팀> 위에 서 있다. 김재권에게 혼혈주의는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에 관계되는 것으로 이것은 주제를 설정하고 대상을 결정케 하는 동인(動因)이면서 작품상에서 정신적이거나 이념적인 것을 내포하는 개념(concept)이 된다.
기호는“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해당되는 방법(methode)의 문제로써 혼혈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동서고금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선택된 주제나 대상을 절제된 언어로 기호화하여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김재권의 작품세계는 혼혈주의적 개념 속에서 주제나 대상을 찾고, 이것을 절제된 조형언어로 기호화해서 공간을 창조하는 작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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