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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 Images_Chinese Contemporary Art-중국 현대미술과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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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급부상하는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 9인의 특별전. 등의 신작과 비엔날레를 비롯한 국제 전시회에 전시되었던 대작들을 선보임.
China! Absolute Images - 중국현대미술과 시대정신



윤재갑│아리리오



역사적으로 중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전 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1945년 중국 공산당 출범과 뒤이은 냉전의 영향으로 수 천 년 간 지속되던 교류는 완벽하게 차단되어 왔다. ‘죽의 장막’으로 불리던 중국은 1979년까지 줄곧 외부와 단절되어 있었고, 한국 역시 반공이 국시인 상황에서 공산국가 중국에 대한 접근로가 모두 차단될 수밖에 없었다. 1945년부터 외교 관계가 복원된 1992년까지 50여 년의 단절은 수 천 년에 걸친 양국 교류사에 비추어 볼 때 극히 미미한 시간일수도 있지만, 문제는 양국의 역사 어느 시점에서도 이처럼 철저하게 봉인된 시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최근 10여 년 간의 활발한 정치 경제적 교류가 있었지만 그것으로 지난 50여 년의 공백을 메우기가 역부족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20 여 년 동안 새로운 정치, 경제, 문화적 중심들이 출현하고, 문화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늘어나고, 민족과 지역을 넘어서는 새로운 전지구적 도시들이 탄생하는 것을 지켜봐왔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200여 년간 지속되던 서구 중심적 사유들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과 조건 속에 놓이게 된 것이다. 여러 면에서 1989년은 이러한 전지구적 변화와 패러다임의 변화에 있어서 분수령이 되는 중요한 해이다. 동서독의 통일과 구소련의 해체, 중국의 천안문 사태, 이로 인한 현실 사회주의의 소멸과 자본주의의 전지구적 팽창, 그리고 인터넷의 발명은 인류의 기억과 삶의 공간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이 제국주의와 산업혁명을 예견하는 서구 모더니즘의 분수령이라면, 자본주의의 전지구화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의 탄생으로 대변되는 1989년 이후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스키아 싸센(Saskia Sassen)이 말한 대로 1989년 이후의 ‘전지구적 도시’들은 정치, 경제, 문화적 권력들의 집중이 가장 강력히 일치하는 장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된 자본주의의 전지구화를 통해 중국이라는 강력한 자본의 제국이 새롭게 탄생했고, 죽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북경이라는 도시가 단숨에 ‘전지구적 도시’로 탈바꿈되었으며, 전지구적 문화권력의 재배치에 따라 중국현대미술이 국제 미술계의 주류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논의하는 ‘중국현대미술’의 시간적 범위는 구소련에서 들여온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모델에서 탈피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최근 20여 년을 지칭한다. 중국현대미술은 중국 내부의 사회적 변혁이 가져온 다양한 변화와 복잡한 문제의식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 20여 년간의 중국 사회는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는 중국현대미술의 시기 구분과도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그 첫 단계는 1979년 중국의 정치, 경제적 개혁 개방과 문화적 해빙으로 인한 외국 미술 사조의 유입, 그리고 이를 통한 1980년대의 급진적 아방가르드 운동의 확산이다. 중국현대미술은 문화혁명의 핏기가 가신 이 시기부터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강령이나 ‘정치를 위한 예술’이라는 구호가 사라지고, 회화적 언어는 상대적으로 개방되고 표현의 폭도 넓어졌다. ‘85 미술 신조류’로 대표되는 이 시기는 중국 전역에 걸쳐 수많은 미술 단체와 그룹들의 성립과 빈번한 전시회, 미술잡지 창간 붐 등을 그 특징으로 들 수 있다.

두 번째 시기는 1989년 천안문 사태부터 1995년까지다. 1989년에 세계는 동양과 서양에서 두 가지 놀랄만한 사건을 경험하는데, 하나는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의 천안문 사태이다. 중국의 지식인들이 경험한 이 두 사건은 이후 중국의 사회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동유럽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는 공산주의적 이상에 대한 폭넓은 회의와 불신을 가져왔고, 중국 내부의 민주화를 요구하던 천안문 사태의 비극적 결말로 인해 중국 사회는 미래에 대한 절망과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두 사건을 계기로 순수한 격정과 이상주의로 물들었던 초기 아방가르드 운동이 사라지고, 중국 사회 전반은 정치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과 인간에 대한 냉랭한 불신으로 가득 차게 된다. 중국 지식인의 일상은 자조와 조롱, 냉소만이 그들의 유일한 언어가 되었고, 술과 도박으로 소일하며 무기력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이 시기의 이러한 경향들을 미술 평론가 리시엔팅은 ‘냉소적 사실주의’와 ‘정치적 팝’ 이라고 부른다.

세 번째 시기는 1996년 이후 지금까지이다. 1996년의 ‘원명원 사태’는 중국 현대미술에 있어 매우 중요한 또 하나의 분수령이다. 천안문 사태 이후 반체제 지식인들이 모여 살던 원명원이 중국 정부에 의해 강제 해산된 이 사건은 중국 자유주의자에 대한 공산당의 승리이기도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중국현대미술의 승리라고도 할 수 있다. ‘원명원 사태’로 알려진 이 사건은 천안문 사태 이후 인권 탄압의 대표적인 사례로 서구에 알려졌고, 결과적으로 구성원의 반을 차지하던 화가들에게 외국 미술관과 화랑의 눈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원명원에서 쫓겨난 작가들은 이제 뿔뿔이 흩어져 상대적 고립 속에서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다양하고 다원화된 형식과 장르가 고르게 발전하기 시작한다. 설치나 영상, 사진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도 이 시기부터이다. 중국 현대미술이 죽의 장막을 넘어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부터이다. 또 이 시기는 중국경제가 탄력을 받아 안정적인 고도성장으로 진입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자신감이 전 시기의 경험들과 어우러져 각각의 개성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의 중국현대미술은 지난 두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우며 다양하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중국현대미술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과 공존이 함께 하는 중국 특유의 정치 사회적 환경과 국제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중국현대미술, 특히 차이나 아방가르드로 명명되는 회화적 언어는 영국 현대 미술과 더불어 영상 설치로 치닫던 국제 미술계에 회화의 복권을 가져왔고, 미국이 주도하던 현대 미술이 다원화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될 만큼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1993년에 있었던 두 전시, 45회 베니스비엔날레와 호주 브리스번의 트리엔날레는 이들 일군의 중국 화가들이 세계 미술계의 주요 동력으로 등장한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중국사회가 상대적으로 민주화되고, 중국현대미술관에서 이들의 작품을 수용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차이나 아방가르드’의 강조는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왜곡하고 왜소화시킬 위험이 있다. 서구 미술계가 중국아방가르드를 중국현대미술의 동의어로 만들어 중국의 인권상황을 비난하며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미 몇몇 중국의 작가들은 인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에 못지 않는 대중적 인기와 부를 동시에 누리고 있는, 이 시대의 엔터테이너이자 시대적 아이콘이 되었다. 중국이라는 정치, 사회적 배경이 잉태한 차이나 아방가르드가 탈사회화되고 탈정치화된 만큼, 이들 스타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세계와는 무관한 자본과 대중의 우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차이나 아방가르드가 비서구 미술이 서구에 뿌리를 내린 유일한 사례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동시에 화석화된 역사화로 남거나 한 시대 특정 지역의 미술사를 구성하는 콜렉션의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전시 ‘China! Absolute Images - 중국현대미술과 시대정신’은 이러한 다양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차이나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9명의 작가들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과 공존으로 대변되는 20세기의 상처와 영광을 고스란히 체화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인류가 지난 세기에 실험한 모든 이데올로기와 사회구성체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그들 작업의 핵심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작업이 중국 내에서만 호소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전지구적 도시들에서 국제적인 언어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 작가들이 단순히 대중과 자본의 우상으로서만이 아닌, 중국이라는 경계를 벗어나 전지구적 삶들의 모순과 부조리를 체화하고 있는, 지난 세기 인류가 살아온 ‘격렬한 근대’의 초상으로 재평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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