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통공예교류전
2005. 7. 25 - 9. 20 덕수궁 석조전
어느새 시간이 흘러 지난 두 달 간 덕수궁 석조전에서 전시했던 <제1회 남북전통공예교류전>을 접고 정리할 때가 되었다.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공동 전시, 북한 인민예술가 공훈예술가급 작품 300여점, 남한 중요무형문화재와 서울시무형문화재 작품 300여점, 50여 일간의 전시기간 중 4만 5천 여 관람객’이라는 짧은 글 뒤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전시의 씨는 몇 년 전 한 학자가 가졌던 ‘북한에도 인간문화재가 있을까?’라는 다분히 학술적인 질문이었으며, 통일부과 문화재청의 후원 하에 수많은 산고를 겪은 후 이번 여름 개화한 것이다. 전시의 진행을 제의받고 처음 북에서 보내온 작품사진들을 봤을 때 이 전시가 가능은 한지 의문하였다. 전시의 의의는 차치하고 전시를 꾸미는 사람으로서 ‘전시’라고 하는 또 하나의 작품을 잘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때 본 사진들은 북한이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한 도자와 석공예 등이었는데, 이것들이 전통공예인지 의문스러웠고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미의식과도 많이 부딪혔기 때문이다.
수차례 북한에 전통공예작품을 요청하고, 국외전시를 담당하는 ‘조선인민민주의의 공화국 대외전람총국’에서 보내온 사진으로 작품을 선정하는 1차 과정 속에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전통공예’ 개념이 우리와는 간극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의 작품들은 도자기와 수예외에는 전통공예라고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으며 사용된 소재도 줄당콩 등 과거 우리문화에서 사용한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수예도 솜씨가 뛰어나만 역시 호랑이와 같은 소재는 근대기 일본화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그저 과거를 그대로 복제해내는 것이 무슨 의의가 있느냐”며, “전통을 현실 속에서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옳지 않냐”며 반문해 왔다. 수개월에 걸쳐 작품선정하고 또 선정하는 과정을 보내면서 북한은 남한에서 의미하는 ‘전통공예’라는 단어를 이해하고 북한 각지의 전통공예들을 모으고 제작해서 보내오기 시작하였다.
‘전통공예’라는 하나의 단어의 개념을 함께 이해하고 전시를 준비하면서 한편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공예의 개념과 그 개념의 발현이 정말 옳은 것인지 고민하였다. 북한은 1950년대 인간문화재 제도가 시작되었으나, 1971년 사람에게 문화재라고 하는 명칭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그 제도를 해제시켰고, 복고나 방고에는 가치를 두지 않은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 ‘전통공예’라는 것은 조목도, 의도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였다. 반면 남한에서는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1960년대 초 무형문화재제도가 만들어졌고 이 제도에 의해 전통 연희와 공예들이 보호받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40여년이 흐르면서 마당에서 하던 연희들이 무대에서 재현되면서 진행된 박제화, 쓰임새를 잊고 겉모습으로만 남거나, 혹은 본래의 소박한 의미는 잊고 작품화 되어가는 전통공예의 진정성 부족, 지정되지 않은 전통문화의 상대적인 쇠퇴나 의의 축소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각자의 현실 속에서 이번 전시는 남한과 북한, 북한과 남한이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이 되었다. 북한에서는 그동안 소중한 우리의 전통문화와 공예를 도외시했던 것을 깨닫고 남한의 무형문화재제도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전해 들었고 남한에서는 이 제도의 의의를 다시 인식하는 한편, 그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교류전’이라는 명칭은 상대를 ‘타인’으로 인식해야만 가능한 전시이다. 그러나 이번 ‘교류전’를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남과 북, 북과 남이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라고 하지만, 전후 세대인 나로서는 그곳은 어느새 다른 나라처럼 느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다만 전통공예에 대한 공부를 할 때 조선 왕실에 공물에 대한 기록이나, 『규합총서』에서 전국의 특산물을 읽으며 황해도나 평안도에서 유명했던 것들이 지금도 그대로인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번 전시를 위해 북한에서 작품이 올 때마다 회령오지며, 위원벼루며 그동안 궁금했던 것이 가뭄에 가랑비처럼 조금씩 그 갈증을 풀어주었다. 우리가 하나의 국가였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한 민족이기 때문에 한 쪽만 가지고는 우리 스스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남북전통공예교류전』은 내년까지는 남한에서 열리고, 제3회는 평양에서 열기로 협의가 되었다고 한다. 내년, 후내년에는 더 다양한 분야를 다양한 층위에서 조명할 수 있는 전시가 되고, 작가들이 함께하는 인적교류도 가능하길 기대한다. 앞으로 이 전시가 한국의 전통공예의 참모습 제시할 수 있기 바라며 그리고 무엇보다 남과 북, 북과 남이 하나 되는데 소중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아트가이드 20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