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배빈아, 하늘이야기서성록 |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아무 것도 눈에 치이지 않는 곳에서 위를 올려보면, 하늘이 의외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잠시 응시하고 있으면 하늘만치 오묘하고 광활한 것도 없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바다속같은 고요속에 침몰하여 있는 하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예술이고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쪽빛으로 물든 하늘색깔에 눈이 부시다. 맑은 시냇물에 휑구어 낸 듯이 맑은 빛살로 그득한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하늘, 저쪽가장자리까지 좇아가면 무엇을 만날까, 어떤 동네가 있을까 문뜩 그런 생각에 잠길 때도 있다. 푸른 하늘을 보기만 하여도 마음에 드리운 그늘을 씻어내고 와락 안기고 싶은 벅찬 느낌이 든다. 잡힐 것같지만 잡히지 않고 곧 다가설 수 있을 것같지만 결코 우리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먼, 그리운 연인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배빈아의 시선은 그런 하늘에 쏠린다. 그는 몇 년전부터 하늘을 테마로 삼아왔다. 광활한 천상의 세계를 바라보며 묵묵히 그려왔다. 그녀가 그린 하늘은 갠 하늘만은 아니다. 잔뜩 낀 구름이 하늘을 장악해서 적셔버린 것도 있고 노을이 진 풍경, 바람을 타고 하염없이 어디론가 동동 떠가는 구름, 그런가 하면 빛에 산란하는 광채 띤 하늘까지를 두루 구경할 수 있다. 정말 볼거리가 지천으로 널린 곳이 하늘이 아닌가 싶다.
하늘의 표정은 무궁무진하다. 그런 하늘의 표정을 그림으로 촘촘히 잡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배빈아가 그래서 궁리한 것이 어느 한 순간의 인상을 포착하는 것이다. 유동적인 흐름을 잡아낼 수 없을 바에는 차라리 하늘의 한 부분 혹은 노을이 지는 무렵이나 청명한 순간만을 집중적으로 옮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작가는 근래에는 더 적극적으로 하늘에 ‘표현’을 개진시킨다.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만든 모습으로 하늘을 형용한다. 단순히 하늘그림이 아니라 하늘에 작가의 심상을 얹혀 전달하려고 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래서 화면 하단에 매달려 있던 대지, 즉 호수나 산,들녁, 야생초,원두막같은 이미지를 없애고 하늘만 크게 클로즈업한 상태다. 덩그마니 놓인 하늘작품에서 종래에 보아왔던 세밀한 묘사는 덜 발견된다. 외부세계의 재현에서 물러나 좀더 주관적으로 자연을 표현했거나 자연에 삶의 이야기를 투사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하늘을 아예 개념으로 전락시킨 것도 있다. 하늘을 개개의 요소로 분해하여 나열한 작품이다. 공중에는 수십개의 네모조각들이 걸려 있다. 연두,희색,잿빛,진청,파랑 등 다채로운 색조를 띠는 이 네모들은 모두 하늘을 상징하지만 물리적인 하늘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그것들이 가리키는 의미는 어떤 ‘지순한 마음’, ‘청아한 상태’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작가는 근래에는 더 적극적으로 하늘에 ‘표현’을 개진시킨다.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만든 모습으로 하늘을 형용한다. 단순히 하늘그림이 아니라 하늘에 작가의 심상을 얹혀 전달하려고 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래서 화면 하단에 매달려 있던 대지, 즉 호수나 산,들녁, 야생초,원두막같은 이미지를 없애고 하늘만 크게 클로즈업한 상태다. 덩그마니 놓인 하늘작품에서 종래에 보아왔던 세밀한 묘사는 덜 발견된다. 외부세계의 재현에서 물러나 좀더 주관적으로 자연을 표현했거나 자연에 삶의 이야기를 투사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하늘을 아예 개념으로 전락시킨 것도 있다. 하늘을 개개의 요소로 분해하여 나열한 작품이다. 공중에는 수십개의 네모조각들이 걸려 있다. 연두,희색,잿빛,진청,파랑 등 다채로운 색조를 띠는 이 네모들은 모두 하늘을 상징하지만 물리적인 하늘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그것들이 가리키는 의미는 어떤 ‘지순한 마음’, ‘청아한 상태’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그녀의 하늘을 보면서 갖게 되는 반응은 크게 두가지다. 회색의 하늘을 보면서 느끼는 고독, 쓸쓸함과 같은 낭만적인 분위기,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하늘의 숭고함이 그것이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작가가 삶의 고통과 애환, 기쁨과 희열,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초월성을 하늘풍경에 담아내고 있음을 이미 간파했을 것이다.
그가 하늘에 유난히 관심을 갖는 것은 하늘에는 시간의 구속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공간의 구속도 없다.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다. 하늘은 그런 점에서 ‘자유’를 표상하고 ‘무한’을 상징한다. 그런 하늘은 삶의 굴레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우리에게 희망이 되어 준다.
갇혀 있으며 자유롭고, 내재해 있으면서 넘어서고, 바라보면서 날아가는 것은 우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비상을 꿈꾸기’를 멈춘다면 사람들은 육체의 외투를 영영 벗어버리기 힘들지도 모른다. 배빈아에게 하늘은 어떤 의미일까? 혹시 비상을 상징하는 창문같은 이미지는 아닐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하며 삶을 나누는 하늘이 있기에, 또 그에 관한 동경이 있기에 그토록 하늘풍경을 안간힘을 쓰고 추적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인사아트센터Tel 02.736.1020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
www.ganaartgall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