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얼굴'을 테마로 한 기획전시. 중국 작가 인쿤은 아이 얼굴을 통해 사회주의를 이야기하고 박영근은 위인의 얼굴에 담긴 아우라를 표현하며, 이이남은 명화속의 얼굴을 재해석한다. 강지만의 유머러스한 얼굴회화와 인터넷을 코드로 현대인의 초상을 그린 강우원의 작품과 김순임의 울소재로 만든 얼굴 캐릭터를 전시한다. 회화, 사진,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구성
대면하다 Gazing at...얼굴과 얼굴 사이의 공감인물에 관한 관심, 특히 얼굴에 대한 묘사는 작가들에게 끈임 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무릇 얼굴이란 사람의 생각과 인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릇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는 표정에 주력하거나 얼굴이 주는 ‘이미지’가 가지는 위력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부단히 관찰하고 묘사하면서 깊은 관심과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얼굴’이라는 단어로부터 떠오르는 온갖 이미지들은 그것을 묘사한 것이던 실제인물이던 간에 대면했을 때 나타나는 ‘첫인상’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작가들이 묘사한 얼굴들은 서로 한 공간에 모아짐으로써 ‘얼굴’에 주목함과 동시에 작품들이 모아져 나타내는 형상들의 대면식을 만들어 낼 것이다. 얼굴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나 첫 대면을 할 때 가장 먼저 보는 부위로써 사람이라는 한 우주를 모아놓은 형상이며 거대한 아우라이다. 사람이 묘사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하고 미묘한 부위가 바로 얼굴이 아닐까?
중국작가 인쿤의 아이의 얼굴을 통한 사회주의에 대한 시선, 이이남의 명화를 차용, 재해석한 연구로써의 얼굴, 박영근의 위인에 대한 아우라의 해석, 강지만의 코믹스럽지만 사랑스러운 얼굴, 강우원의 인터넷으로 인한 익명적 현대인의 초상, 김순임의 따사로운 울로 만들어진 얼굴의 캐릭터 등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주로 인물에 비중을 두고 있는 작가들 중 30대에서 40대 작가들로써 구성다양하게 구성되어 여러 세대를 거쳐 얼굴이라는 개념이 작가마다 어떤 영감으로 다가오는지 다양하게 관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강지만-일상의 무관심에서 펼쳐지는 환상의 바다
강지만은 일인칭적인 시점으로 환상을 넘나든다. 코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주인공들은 커다란 얼굴에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서 환상의 나래로 빠져들고 있다. 그가 항상 주제로 삼는 것은 대중의 무관심으로 주인공들은 항상 혼자이며 심지어 화면에 출연하는 동물들조차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기에 인물의 얼굴에 더욱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밝고 따스한 색감의 돌가루가 섞인 독특한 안료로 하나하나 정성어린 붓터치로 그려내는 얼굴은 고독한 현대인의 자아를 찿아 가는 여정을 소소한 소재로 담아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얼굴을 통해 아직 자라지 못한 피터팬이 세상에서 떠돌며 겪게 되는 좌충우돌 방황 여행기를 표현하고 있다.
인쿤-아이들로 대변되는 날카로운 풍자
인쿤은 중국의 아방가르드 작가로써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아카데믹한 배경과 이론, 조형성을 갖추었다, 그는 급변하는 중국의 사회, 문화의 흐름 한가운데에서 당대 아방가르드 작가들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의 변혁을 이끌었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자라는 그는 문화혁명의 세례 속에서 경직되고 획일적으로 길들여졌던 당시의 삶을 주요 모티브로 삼아 작업해 왔는데, 특히 중국 역사와 정치적 현실을 그려내는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인 중국 영웅(Chinese hero)시리즈는 어린 시절 서구에서 도입되어 중국에서 새로운 아이콘으로서 사랑을 받은 만화책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인물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어린아이로 상징되어지는 인물들의 변형을 통해 가지는 이미지는 얼굴을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살짝 벌어진 입술과 통통한 볼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가진 유머스러함이 보이지만 정반대로 아이들이 중국의 정치적인 현실을 풍자하는 상황묘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커다란 반전을 안겨준다.
이이남-걸작의 재해석을 통한 인물탐구
이이남의 초기의 작품은 주로 한국이나 동양의 고전을 차용한 것이었는데 근래로 오면서 그 범주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적이 폭넓은 것으로 확대되었다. 폴록이 등장하는가 하면 워홀의 <마를린 몬로>가 등장하는 등 고전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작가들 작품도 대담하게 차용되고 있다.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자유자재로 선택되고 변주된다. 그만큼 그의 레파토리가 풍부해졌음을 시사한다. 그의 작품은 영상을 조작하는 첨단과학과 고전의 만남이란 화두에서 시작한다. 액자틀이나 병풍으로 위장된 LCD모니터 속에서 일어나는 영상 작업이란 점에서 비디오 모니터 속에서 진행되는 비디오 아트의 형식과 닮은 점이 많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지닌 특징이라면 고대의 명화, 현대의 걸작이 차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완료되어진 작품에 또 하나의 생명을 가함으로써 고전이나 현대의 걸작을 재해석하고 있다는 변주의 미학에서 그의 창작의 요체를 발견할 수 있다.
이이남의 작품은 고전과 현대의 만남이란 독특한 상황 속에서 비그가 선택하고 있는 고전이나 현대의 작품이란 이미 완성되어진 것들이다. 과거의 것이고 그러기에 시간이란 아우라를 통한 역사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역사적 유물로서의 존재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런데 그의 작업은 유물로서의 존재를 상황으로서의 존재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다. 로소 빛을 발한다. 고전과 현대문명, 정지와 움직임, 공간과 시간, 평면과 입체, 완성과 상황, 존재와 인식 등 대립적인 차원 속에서 긴장을 획득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 이후의 또 하나의 영상의 혁명을 조용히 추진해나가고 있는 그의 연작들 중 인물 탐구를 조명한다.
박영근-속도와 시간의 생성이미지
박영근은 관념적이거나 사실적인 묘사로 현재 한국 및 해외에서 활발한 전시를 펼치고 있으며 작업 또한 여러 장르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 캔버스에 바탕색을 칠하고, 그라인더와 샌더로 형태를 만들어낸 후, 휙 흐르는 듯한 곡선들로 속도감을 더하는 기법으로 이질적인 시공간에 존재하는 요소들을 조합하는 '이미지 계보학'을 해왔던 박영근은 그 연장선상에서 더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서사 만들기를 시도한다. 즉 세상을 바라보는 좌표의 중심을 외부에서 자신에게 되돌리고,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에서 파생된 이미지와 그로부터 시공간적으로 확장된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객관적인 서사와 상관없는 주관적인 서사를 구축하는 일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는 위인들로부터 파생되어지고 조합된 이미지들을 빠른 속도감과 그라인더의 응축된 에너지형태를 통해 인물의 내적인 아우라를 표출해낸다.
강우원- 망점으로 표현된 익명화된 얼굴
강우원은 일정한 두께를 갖는 아크릴 판을 소재로 하여, 이미지에 해당하는 부분을 수공으로 일일이 따내는 과정을 통해 판을 만든 후에 그 판을 대고 안료를 수차례 덧바르는 기법을 시도한다. 작가는 작가가 만든 고유한 안료로 두꺼운 고형의 이미지로 물질성을 강화한다. 점들로 이루어진 작품이 가진 독특한 입체성은 흡사 척 클로즈의 인물 해석을 두툼한 입체화 버전으로 바꾼 듯이 보인다. 작가가 차용하는 인물상은 인터넷에서 차용된 이미지로서, 익명적이고 출처분명의 이미지를 일반화하고 보편화한 미디어 환경, 인공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익명의 주체가 포토샵을 통해 변용되는 개인의 자기연출시대-이미지의 정치학으로서 개개인의 불분명한 정체성이 작가가 중첩시킨 레이어로 된 망점으로서 표현되어 이질적이고 무한의 요소들로서 현세대를 구조화시킨다. 작가가 주는 현실 참여적 메시지가 얼굴주변이나 얼굴위에 언뜻 언뜻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얼굴 이미지에 빨려 들어갈듯 한 착시현상을 준다. 그리고 외면하기 쉬운 여러 사회적 이슈를 상기 서술한 강우원만의 방식으로 입체와 평면을 혼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그가 던지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김순임-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따사로운 이야기
작가는 작가가 만난 인물들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같은 느낌의 재료인 실이나 펠트를 사용한다. 작가는 기억의 한 부분을 더듬어 자신의 한 부분을 만들어준 평범한 사람들-알려지지 않은 작가만의 神(작가주)의 모습을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부드러운 재료들로, 가족을 입히고 덥히는 어머니들의 방식인 바느질과 펠팅으로 표현한다. 그들의 모습은 다른 누군가를 닮아 있어서 보는 이들로 그들의 누군가를 연상시킨다. 다시 말해 작가에게 기억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어떤 이가 되어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얼굴들이다. 또한 이 얼굴들은 설치 방식에 따라 괴기스럽게도 따스하게도, 혹은 공허하게도 보여 단편적으로 정의 내릴 수는 없는 다양한 특색들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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