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 서울에서는 전속작가 이지현의 개인전 < Reflective surface >를 준비하였다. 성신여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이지현은 썬컨탬포러리 갤러리(2006), 아라리오 베이징(2006), 두아트 갤러리(2005)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이번 아라리오 서울 전시는 그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다. 이지현은 유명 특정 장소와 사적인 사물, 공간을 결합시켜 뛰어난 색채 감각과 공간 구성의 기량으로 평면 위에 의식의 서사구조를 만들어 낸다. 이번 전시는 시원한 구성, 색감에 더하여 시선과 공간의 확장을 꾀하는 페인팅과 설치, 드로잉이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지현의 페인팅에는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한 공공 장소가 사적인 사물 혹은 공간들과 섞여 드러난다. 고대 그리스 신전에는 제주도의 풍광이 펼쳐지고 스미소니언 박물관에는 화려한 장신구와 코끼리가 출연하는가 하면, 모마 미술관의 벽은 어느새 작가의 작업실로 뒤바뀌고 아라리오 서울 공간은 가정집 거실로 이어진다. 특정 공간의 아우라로 기억된 잔상은 익숙한 주변 사물 혹은 풍경과 얽혀 불현듯 기억을 쓸어버린듯한 느낌을 주는데, 다층적 시공간의 얽힘은 논리정연하지 않은 파편적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고는 마침내 자연스러운 시선과 의식의 흐름에 동조되어 기억의 아우라가 분열될 즈음 바라보는 자의 시선에 의문을 던진다. 당신은 펼쳐진 기억속 풍경의 당사자인가 아니면 갤러리 속 거실의 주인공인가? 시선의 주체인가 혹은 주변인인가?
이지현의 작품이 이끄는 이러한 시선 게임은 자연스럽게 시공간을 넘나들며 무심히 펼쳐지는 공간 속 공간 구조에서 비롯된다. 편집된 다중의 풍경에 동조되어 그림 속 주체가 되려는 순간 관람객은 그림 밖 타자가 되어 겹쳐진 공간 어딘가에서 한없이 소급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지현은 자신만의 노련한 시각기호를 평면 위에 구성하여 바라보는 관람객의 시선을 무덤덤하고도 세련된 제스츄어로 반사한다. 그리고 아주 간단히 주체와 객체의 줄타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 과정의 귀추는 이번 전시 제목인 의 중성적 암시처럼 관람객의 몫으로 맡겨진다.
이지현은 시원한 색감각과 뎃생력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뚜렷이 드러내는가 하면, 때로는 은밀하고 사적인 일기장처럼 숨길 줄도 안다. 이번 아라리오 서울 전시에는 탄탄하게 정제된 회화작품이 과감한 의식의 서사를 엮어가는 한편, 전혀 다른 스타일의 빠른 붓터치의 캔버스 드로잉과 설치가 은유적으로 작품세계를 연결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끝없이 펼쳐지는 시선과 공간의 게임 속에서 평면회화만이 제시할 수 있는 ‘보는 것’의 확장과 그곳에서 파생된 ‘보는 방식’의 세련된 표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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