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2008 리나갤러리 기획초대전
'어제의 기억'展 서지선 ㆍ 홍원석
Opening party 9.1. 월요일 7시 하루하루 숨가쁘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억을 남기며 살아갈까? 사람들은 수많은 감각의 잔상으로 가득 찬 뇌리 속에 정작 몇 안 되는 기억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 추억하며 살아간다. 내가 존재하는 세계의 영역에서 결정지어지는 사물, 사람, 현상의 관계는 그것을 인지하는 '나'라는 존재가 생동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인연'의 관계가 형성되는 듯 하나, '스치듯 안녕'이란 말처럼 동시에 또 다른 상황을 받아들이며 인연이라 믿었던 존재를 과거의 기억 속으로 묻어 버린다.
작가 서지선과 홍원석은 스쳐 지나가는 지난날의 기억들 중 강렬함으로 살아나는 지점을 화면에서 편집하여 작업하는 작가들이다. 그들이 담아내는 색과 형상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들이지만 작품 안에서 나타나는 구성체들은 작가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한 강렬한 감정의 집약체, 즉 푼크툼(punctum)으로 작용한다.
서지선의 작업은 일상의 단면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미지의 실루엣을 화려한 색의 패턴으로 화면에 배치하여 보여준다. 작가는 이미지를 평면화시키기 위해 종이를 잘라 붙여 놓은 듯한 깔끔한 색면의 처리와 절제된 듯하나 생동감 있는 색으로 실루엣을 패턴화 시킨다. 그녀의 작품 제목은 관계가 형성된 그날의 일기를 쓰듯 <071020, 080515>처럼 모두 날짜이다. 작가의 눈에 포착된 술병과 술잔, 커피잔과 케이크접시들… 일상 속에서 너무나 사소하게 존재하는 것들 이라서 일까? 많고 많은 것들 중 왜 그것들에 작가의 눈과 손이 가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 이유를 미루어보건대 아마도 기억해야 할 만남의 자리에선 늘 관계를 융화시키는 매개체로 커피나 술이 등장하기 마련인 것처럼, 어색한 사이라도 서로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한 모금의 술잔 속에 담긴 마음은 그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픈 작가 자신의 바램이기도 한 듯 하다. 상대가 누가되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얼마나 가치 있는 만남으로 우리의 마음이 풋풋한 파스텔 톤으로 물 들었는지 기억될 뿐 이다.
홍원석은 유년기 시절 아버지가 운전하시던 택시를 통해 바라본 세상과 군 복무시절 엠뷸런스 운전을 하면서 직면했던 긴박한 순간들, 그리고 일상의 스쳐 지나가는 잔상들이 합쳐진 순간을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그의 근작은 이전의 작업들과 달리 본인의 마음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요>, <아버지의 마음>은 작가 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관광버스는 젊은 예술가로서 주어진 기회들에 안전하게 몸담아 여행하며 행복을 느꼈던 자신이면서 동시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깊이 있는 작업을 위해 스스로를 벼랑길로 내던지듯 채찍질 하는 또 다른 자신이다. 자신의 몸보다 더 큰 덩치의 버스를 어두운 밤하늘 한줄기 불빛을 쏘며 힘겹게 이끌어가는 견인차는 가장으로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애처로운 아버지의 모습이다. 현실 속에서 '운전運轉'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연스럽게 삶을 바라보게 된 작가는 이제 자신의 그림 안에서 가상의 Art-Driver(예술운전사)가 되어 기억의 파편을 따라 이리저리 자유롭게 여행하는 동시에 밝은 미래를 꿈꾸며 힘차게 달린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정한 삶 속에서 깊은 울림으로 오늘까지 기억을 이어오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이번 '어제의 기억' 전시를 통해 서지선+홍원석 두 작가의 감각경험에 의한 잔상이 캔버스 화면을 통해서 어떻게 전개되어 나타나는지 관람자가 감각의 주체가 되어 지켜볼 수 있는 유익한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
리나갤러리Tel 02. 544. 0286
Fax 02. 544. 0287
서울 강남구 논현동 229-26 해광BD 1F
Open. am 11 - pm 12(Mon-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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