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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e : 감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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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3일부터 20일까지 부산의 미광화랑에서 감민경의 개인전이 열린다.
감민경전
그늘 - 시선에 대해서



강선학 | 미술평론가



풍경. 우리는 늘 내가 그 풍경을 바라본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받아드린다. 그런데 감민경의 풍경은 때론 무섭다. 그것은 내가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풍경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늘 내가 바라본다고 여겨지든 것이 내가 바라보인다고 느껴지면서 생긴 당혹감이기도 하다. 입장이 바뀐 시선의 당혹감은 불안감에 다르지 않다. 그 시선은 피하고 싶어진다.

숲이 아니라 담너머 흔히 보이는 나무들이 이루는 풍경이다. 그런 나무들이 어느 순간 빛에 가려져 짚은 그늘을 만들고 목덜미를 스치는 차가움을 던져준다. 여느 일상인데도 어느 순간 다가갈 수 없는 완강한 거리를 만들어낸다. 그늘이라는 그의 작품은 상투적인 우리의 시선을 조금은 저어한다. 내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늘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지각 때문이다.
그런 정경을 바라보면서 풍경의 아름다움을, 때로 시간의 흐름을 보아내기도 한다. 그런 일상인데도 그의 풍경은 보는 이를 마뜩찮게 한다. 감민경 풍경이 가진 독특함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나뭇잎, 그것은 묘사와 색으로 중첩된다. 옅은 색감을 중첩해서 올리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색상과 형태는 어느새 형태나 색상을 가진 사물이 아니라 하나의 시선이 되어 그리는 자와 동일시된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나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전치를 만나게 된다. 누적된 색, 점층으로 이루어지는 색상감은 한번 혹은 몇 번의 붓질로 이루어질수 없는 깊이가 되어 자신을 보이기보다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된다.
희미한 배경색과 차이가 거의 없는 색상과 형태 사이로 나무가 드러난다. 묘사된 나무보다 빈 곳이 많다. 나무라는 형태나 색상을 느끼기보다 시선이 투과되고 마는, 어디에도 시선이 머물 수 없는 풍경을 만난다. 시선에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다. 타자에게로 시선이 갈 수 없을 때 그것의 행방은 어딜까.
화면 가득 나무 가지들이 들어 차 있다. 흔히 보는 나무의 묘사다. 섬세한 가지 사이로 아직 덜 떨어진 나뭇잎들이 가만히 붙어있다. 그 나뭇잎 위로 시선이 옮아가면서 어느 듯 시선은 산란해진다. 잎들은 작은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아파트 벽을 배경으로 선 나무는 시선을 막아버린다. 아파트 벽에 직선으로 데크레이션 된 형상은 사선의 나뭇가지와 대비를 이루며 나뭇가지와 벽 사이에 시선을 머뭇거리게 한다. 시선은 더 나아갈 곳이 없다. 그저 눈에 드는 것으로 나무와 아파트 벽이 거기 있을 뿐, 실은 보는 것이 없다. 시선은 바깥으로도 안으로도 향하지 못한다. 그곳에 머물러 버린다.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이다. 나무가 있고 그 나무들은 햇빛을 받아 작은 가지까지 잘 드러난다. 때로는 햇살 때문에 그늘을 이루며, 역광에 의해 어둡게 드러나기도 한다. 그늘, 그 자체를 그린 듯 한 나무들이거나, 낱낱의 잎들을 그려가는 과정이 드러나기도 한다. 아파트 벽을 배경으로 유독 드러나 보이는 잎 벗은 나무, 하늘을 배경으로 드러난 나무들은 요즘 그의 변화의 하나이다.
그동안의 그의 작업은 풍경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면 이번 전시의 작업들은 시선을 투과시키거나 산란하게 하고 그리고 막힌 시선을 제시한다. 화면의 시선이 바뀌는 것은 자신을 지켜보는 변화이다. 익숙한 풍경에 한발 다가선 태도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견인하는 시선의 단계들은 풍경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물음을 던지게 한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이동은 작가 자신의 변화이지만 우리의 시선을 점검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늘에 대한 그의 시선은 이런 요청이 없지 않다.




그늘은 자신의 존재감을 지운다. 자신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존재감 대신 그림자를 만들거나 평면화 시킨다. 그것이 그늘이다. 그늘은 존재의 영역이 아니라 정신의 영역이다. 그늘이 드리운 나무숲은 바라보기보다 도리어 바라보인다는 지각은 그렇게 형성된다. 좀 더 가까이 가면 조밀하게 엉켜 붙어 있는 나뭇잎들을 보게 되고 그 중첩에 의해 깊이, 공간을 바라보면서 어느새 자신의 시선을 잃는다.

그늘은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옮겨가게 한다. 바깥으로 나선 시선을 안으로 날을 세우게 한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물음이다. 나뭇잎들은 나뭇가지를 온전하게 드러내면서 나무를 잘 드러낸다. 나뭇잎이 움직이면 시선은 바깥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것이 볼거리가 아니라 시선의 차이임을, 세계를 바라보는 변화임을 지각하게 해준다.




감민경 Kam, Min-Kyung

1996-2009 개인전 9회 (미광화랑, 대안공간 풀, 대안공간 반디, 공간화랑 외)

1999-2009 기획전 및 단체전 다수 참여, 인간의 거울-머리전(킴스필드), 아름다움에 관해서(용두산미술관), 하정운청년작가초대전(광주시립미술관), 부산형상미술의 새로운 세대전(대안공간반디), 일상적 담론을 벗어나서(용두산미술관),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대구문화회관),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리빙퍼니쳐), 젊은시각 새로운 시선(부산시립미술관) 등

수 상 15회 부산청년미술상(부산공간화랑), 5회 하정웅 청년작가전(광주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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