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시사만화가 출신의 소오갈 안백룡 작가의 개인전이 9월 29일부터 10월 5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다. 작가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 보다는 주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자연의 미’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안정감 있고 진솔하게 담아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화와 유명인사 캐리커처 등의 40여 점의 작품이 전시 될 예정이다.
■ 작가 노트
「만난다는 것은 언젠가는 헤어진다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33년전 신문과의 만남은 기쁨 그 자체였습니다. 왜냐하면 만화가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지요. 또 독자들과 희비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도 크나큰 보람입니다. 이제 소오갈은 4590회를 끝으로 독자 여러분과 이별을 고합니다. 그 동안 소오갈을 사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05년 12월 30일자 지면에 이 글을 남기고 한국경제신문을 떠나며 이제 푹 쉬리라, 그리고 가고 싶은 곳을 찾아 아내와 함께 여행을 하리라 다짐했다. 배운 도둑질 못 버린다는 말이 있듯 퇴직한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다시 붓을 들고 캔버스와 씨름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만화를 그리기 전 서양화를 먼저 배웠다. 고백하지만 생계를 위해 신문사 기자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시사만화를 그리게 되었다. 시사 만화의 매력과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에 빠져 순수 미술을 잊고 지낸 20여 년을 빼고는 틈틈이 붓을 들을 수 있던 33년간의 언론계 생활은 행복했다. 이제 나는 5년간의 침묵을 깨고 네번 째 개인전으로 여러분 앞에 나서게 되니 무척 쑥스러울 뿐이다. 할미꽃처럼... 이번 전시회를 갖도록 용기를 주신 초서의 대가 취운 진학종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시사만화 서양화가 안 백 룡
전시평론
안백룡 화백의 풍경, 인물, 정물
박용숙
안백룡 화백의 풍경, 인물, 정물 많은 화가들이 풍경을 그리기 위해 산행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연은 누구보다도 화가의 영원한 스승임을 실감 할 수 있게 된다. 안백룡 화백이 시사만화가로서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도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풍경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화가의 본질이 자연과 묶여있음을 알게 만든다. 안화백의 이젤 작업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수묵산수처럼 억제된 자연의 본질이 아니라 활짝 열린 현대인의 감성이 그 나름의 색채미로 진솔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안화백은 시사만화가로 널리 알려진 분이다. 오랫동안 주로 선을 사용하는 만화작업을 하면서도 끝내 이젤에 매달리게 되었던 것은 그가 이점을 너무나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첫 번째 개인전을 열면서 말한 다음 글에 잘 나타난다. “오랫동안 만화에 파묻혀 살다가 문득 잊어버렸던게 생각났습니다. 물감을 붓에 듬뿍 묻혀서 하얀 캔버스에 쭉 선을 긋고 싶었습니다.” 물감을 듬뿍 묻히고 싶었다는 말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와 표현이다. 그의 작업은 자연이든 인물이든 정물이든 그 모든 대상을 우리의 시선 앞에 진솔한 느낌으로 다가서게 만들어 주는데 예컨대 그가 그리는 꽃을 보면 그 색상이 실제보다도 절제되고 색감도의 강약을 적절히 제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상 안화백 작업의 비밀이고 매력이기도 하다. 안화백은 풍경화 말고도 인물화나 정물화의 형식을 통해 그의 정감을 드러내 보이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시사 만화를 넘어 다시 순수 회화로
신항섭
시사 만화를 넘어 다시 순수 회화로
예술이란 마약과 같은 것이다. 그 동기가 어떻게 되었던간에 한번 예술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평생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시사만화가로 널리 알려진 안백룡도 학창시절의 순수미술에 대한 열정을 재우지 못한 나머지 다시 붓을 들어 마침내 개인전을 4회째 열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시사만화가가 순수회화를 병행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 이유는 어쩌면 그림이라는 관점에서는 같은 범주에 속하면서도 만화가 요구하는 선묘형식의 그 독특함은 자유로운 변주가 가능한 순수회화의 확장된 조형세계와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의 경우처럼 만화를 시작하기 전에 순수회화에 먼저 눈을 뜨게 되면 어느 때든 동기만 주어지면 순수회화에 대한 열정을 되살릴 수 있다. 이제 그는 지명도 높은 시사 만화가로서 뿐만 아니라 화단에 성공적으로 데뷔하여 활동함으로서 주변에 놀랄만한 새로운 길을 열어 놨다. 그는 풍경, 정물, 인물 등 다양한 소재 및 제재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들 장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작가가 의외로 많지 않다. 특히 인물화의 경우는 사실적 소묘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정확한 비례 및 형태미를 갖출 수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쉽사리 손댈 수가 없다. 따라서 인물화에 능숙하다는 것은 작가적인 역량을 말해준다. 이제 그는 순수회화를 통해 그 자신의 잠재적인 열정을 되살리면서 삶의 지평을 넓혀 갈 수 있는 굳건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