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섭
대학졸업 후 ‘표상전’이란 그룹을 결성하여 10여 년간 함께 했던 심우채 화우를 인사동에서 만나 그의 작업실을 가게 되었다. 그 동안 그의 작품은 인물과 자연풍경을 주로 담아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집중적으로 바위를 소재로 한다고 한다. 작업실에는 온통 바위투성이라고 해야 할까. 캔버스 위에 모습을 드러낸 바위들이 저마다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홀로 있기도 또는 함께 있기도 한 바위들의 모습. 그리도 무더웠던 지난여름, 꽉 짜여 진 출강 속에서도
쉼 없이 작업을 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가 바위를 소재로 하게 된 것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고정된 듯 변함없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표현해 보고자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하지 않으면서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을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하는데 무위의 본 모습을 보여주기에 더없이 좋은 것이 바위라 하겠다. 바위는 곧 무위이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다.
부드러우면 흙이 되고 뭉쳐지고 단단해지면 암석으로 나타나는 바위이다. 이것은 바로 시작도 끝도 아닌 영원성을 함축하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현대 지금 이 시간에도 진화를 거듭하는 생명체와 현대기기들-그렇지만, 지구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바위. 시간이 쌓여서 세월이 된다고 한다. 계절과 시간의 흔적을 지금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바위.
그의 그림 속 바위는 태고의 에너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자(知者)는 물(水)이요 인자(仁者)는 산(山)이라고 한다.
앎은 동적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흐르고 흐른다. 물의 형상이 지적(知的)이고 동적(動的)이라면 바위는 그야말로 정적(靜的)이고 고요하여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형상이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작업을 하는 심우채의 사유 세계를 담아내기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소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개인전을 축하하며 그의 작업에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