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흥

다양한 소재와 유기적 이미지의 표현과 실험으로 유명한 조각가 조병섭이 새로운 작품을 통해 전시를 준비하였다. 그의 작품은 유기적 이미지 속에 존재하는 공간의 확장과 생산을 함께하는 매스(Mass)라고 할 수 있다. 유기적 추상형태는 부드러운 곡선과 볼륨을 통해 의미적 기의를 표현한 것으로 현대사회가 극단적 입방체구조와 직선적 사고 속에 주를 이루고 있다면 그의 작품은 따뜻한 생명, 인간애의 정서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의 구조적인 측면은 다양함을 그리고 있지만 그의 작품의 주를 이루는 구조의 궤적은 기하학적 구조를 탈피한 유기적 구조와 단순한 형태이다. 단순형태는 기존의 조각에 있어 미니멀 성향의 단순함이 아니라 알(卵란)과 같은 단순한 것이 더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단순한 형태를 통해 더 깊은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일련의 작업적 철학을 담고 있다. 또한 현대사회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그만의 견고한 사고의 틀을 만들고자하는 작가의 고집이 함께 응축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형태적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미지를 생산하는 확산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확산된 구조 속에는 그만의 순수한 조형언어를 통해 공간과 양괴가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표정들이 있다. 묵직하면서도 자유로운 그의 작업에는 생산된 창조적 공간과 놓여 진 공간(환경)과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우리는 공간을 그 자체만으로는 느낄 수 없다. 어떤 물체가 놓임으로써 우리는 공간을 느끼기 시작하며, 물체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공간의 표정이 생겨난다. 그러한 공간은 관객으로 하여금 시점을 맞추고 생산된 공간과 놓여 진 공간(환경)의 교차점을 공유하게 한다. 이러한 공유점은 단순한 형상을 넘어 그 주변 공간을 함유하고 확장하는 공간으로, 생명감과 기운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재조명된다. 또한 공간을 점유한 작품에 있어서는 관객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놓음으로 앉기도 하고 즐길 수 있는 폭을 넓히기도 한다.
작가가 조형화 시키는 형태는 정형화된 기하학적 구조(원, 구)에서 보여 지는 메마른 느낌에서 탈피된 약간은 일그러진 그리고 변화된 계란과 같은 모양으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유기적 이미지가 갖는 생명성과 그 속에 존재하는 공간의 조화는 작가의 작품을 형성하는 키워드로서 포지티브와 네거티브공간이 공존하는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유기적 이미지가 대두된 것은 모더니즘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시작과 함께 그 유형을 달리하며 회화뿐 아니라 조각에 있어서도 다층적 구조를 형성하며 그 다양성을 확장해 나갔다. 그러한 일련의 유형 중 조각가 조병섭의 작품은 기하학적 • 정형적인 틀을 벗어나 “ 생명성”이 크게 부각되는 유기적 이미지를 만들고 더불어 공간성을 확보함으로써 조형적 가치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품들도 그러한 맥락을 유지하며 재료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한층 더 완성도 높은 그의 손길을 보여 주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발표되는 작품 중 스텐레스 스틸을 단조하여 만들어진 그의 작품은 절제된 마감을 통하여 주변 환경을 동시에 반영하고 공간을 투영함으로써 작업의 폭을 확대해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재료에 있어 완결된 그의 작품들 또한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다채로운 조형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항상 끊임없는 사고와 실천을 통해 참된 그의 조각세계를 보여줌을 재확인할 수 있는 전시이며, 그의 힘찬 행보를 조명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