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의도
보철-환상
이병희 (갤러리정미소 아트디렉터)
매년 신진 작가와 새로운 경향의 작업을 담화의 차원에서 발굴하는 갤러리정미소에서 ‘남지’ 작가의 개인전을 기획하였다. 이미 2004년 갤러리정미소에서 기획초대 개인전을 한 반 있는 남지 작가는 2009년 인사미술공간에서 “Visibility" 전시로 최근의 작업 경향을 소개한 바 있다. 2010년 갤러리정미소에서는 현대의 새로운 인간상 혹은 포스트 휴먼 상을 제안하는 현대 미술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남지 작가의 작업을 변화하는 현대 주체의 관점에서 다시 조명하며, 기계-보철-인간의 조건에 대해서 재검토해보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지난 개인전에서 볼 수 있듯이 남지 작가가 주로 활용하는 카메라와 기계장치들은 인간의 눈(이나 다른 기관)을 대용하거나, 심지어 그것을 대체한다. 인간의 ‘몸’의 입, 코, 귀, 항문 등의 여타의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눈’이란 기관 혹은 ‘시각’이란 장치는 대상을 인식하거나 욕구를 일차적으로 받아들이는 도구 차원을 넘어 타자와의 사이에서 욕망이 흐르는 경로이기도 하다. 그런데 남지작가의 작업에서는 장치들이 몸을 단지 재구성한다기보다는 ‘몸을 새롭게 제안하면서, 몸의 외부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나아가 인간 조건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게 하기도 한다.
일견, 인간 활동을 도와주고, 때로 그 활동을 대체하기도 하는 여타의 기계장치나 개인용 커뮤니케이션 장치들과 마찬가지로, 남지 작가의 카메라나 여타의 장치들도 인간의 ‘어떤’ 활동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장치들이 단지 인간의 활동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인간의 무의식이나 잠재된 어떤 부분, 심지어 불편하고 피하고 싶고, 저항하는 부분까지도 드러내는 매개체가 되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장치들은 인간 조건에 기생할 수 밖에 없지만, 그 기생이란 인간 조건을 불편한 것을 만들고, 낯설고 불안하게 하는 ‘외부의 응시 장치’로써이다. 물론, 문제는 이것이 단지 우리 몸의 외부에 있다고 해서, 단지 외면하거나 회피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는 불편하고 불안을 야기하는 이 매개-소통 장치들이 바로 인간조건, 즉 욕망과 충동의 역학이 항상 불완전함을 유지시키게 하는, 바로 그 조건을 역설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심지어 장치들은 인간의 욕망을 대신하는 듯, 혹은 무의식이나 환상을 재연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현대의 여타의 매체들도 단지 도구차원에서 인간의 보철 기능을 하는 것을 넘어서고 있다. 이번 남지 전시도 여타의 장치들이 욕망과 무의식과 환상을 보철하거나 심지어 그것을 통째로 집어 삼키고 지배하게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까? 어쩌면 장치들은 이젠 인간-숙주와는 별개로 스스로 욕망하는 개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와 더불어 지금껏 인간의 보철 기능을 해온 현대의 여타의 소통 매체들과 장치들이 어떤 기능을 전망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만할 것이다. 즉, 장치들의 공간이 나르시시즘적인 반영 공간이 될지, 초자아적인 명령의 공간이 될지, 욕망의 지위를 불안전하게 하는 타자들과의 조우 자리가 될지, 무의식이나 환상의 공간을 낯설게 재연하는 공간이 될지, 아니면 여기서 인간 자체를 대체해버릴 자율-장치들의 낯선 귀환을 지켜봐야 할 지는 기다려볼 만한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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