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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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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현의 최근 작품은 방 속에 방이 계속 이어지는 구조를 가진다. 어두운 공간 안에 배치된 수 백 개의 아크릴 큐브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어디선가 들어온 빛에 의해 잠상(latent image)의 상태를 벗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작품은 카메라(camera obscura)와 같다. 물의 이미지는 재현이나 표현이 아니라, 구조적인 차원에서 재생산된다. 물이라는 불확정적인 물질을 조형적으로 고정시키는 효과적인 매개체가 투명 아크릴 큐브이다. 그것은 담을 수 없는 것을 담으려는 보이지 않는 용기로서 작용한다. 벽이나 바닥, 공중에 설치된 수 백 개의 큐브는 원래의 흐르는 물이 그랬듯이 기저면의 굴곡, 빛과 바람, 물리적 자극과 관객의 시선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보인다. 투명한 큐브나 철망 위에 스텐실 같은 판화기법으로 새겨진, 물로부터 발원한 비정형적 패턴은 다채로운 조합의 방식에 힘입어 빛과 운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살아있는 형태로 변모한다. .... 작가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장면을 바라보아도 매번 달라지는 물의 형태에 매료되어, 이 추상적 패턴을 카메라로 담아와 작업에 활용하였다. 자연 자체에서 발견되는 추상적 형태와 예술이라는 고도의 인공물이 만나는 것이다. 수초마다 바뀌는 물의 찰랑거림을 순간적으로 잘라내어 입방체로 고정시켜 빛과 움직임에 반응하는 또 다른 인공물로 재탄생시킨다. 이를 통해 물과 거울을 오가며 현실을 반영하는 또 다른 공간이 만들어 진다. 물의 심층이 아니라, 표면의 유희에 주목하는 작가는 물에 비친 이미지에서 ‘보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오미현)을 발견한다. 총체적인 환경과 반응하며 민감하게 변화하는 표면들은 무늬가 박힌 큐브라는 단위구조의 조합과 배치를 통해 인공적인 차원에서 재구성된다. 수 백 개의 큐브가 발처럼 늘어뜨려진 구조, 수 백 개의 철망들을 한쪽 벽에 드로잉처럼 붙여놓은 방식, 부조나 분수처럼 큐브가 바닥에서 올라오는 구조 등 다양하다. 

- 개인전 전시 서문 중에서 

이선영(미술평론가)


전시장은 ‘커다란 어두운 방(camera obscura - 카메라의 원형 격인 어둠상자)’¯이다. 

 그곳에 설치된 수많은 큐브들 또한 각각 ‘어두운 방’이다. 전시장에 들어온 빛은 큐브들을 비추고 그 빛이 만들어낸 다양한 그림자들과 어울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빛과 만나기 전 단지 잠상(潛像 latent image)¯에 불과했던 큐브들이 그 빛으로 인해 완전한 형상으로 표현되었다.

 내 작업의 모티브가 되는 수면 위에 되비쳐진 상은 빛에 의해 생성된 것이다. 빛과 그림자가 함께 어우러져 수면과 물속을 넘나드는 흐름으로 이루어진 이 상들이 나의 ‘어두운 방’ 안에서 또 다른 완전한 형상으로 변화 한다.

빛을 만나기전의 잠상은 나에게 있어 또 다른 'Free Surface'인 것이다.

 ‘Free surface’란 ‘자유로이 움직이는 액체가 기체와 접하는 면’이라는 의미를 가진 과학적 용어이다. 이 ‘Free surface’라는 공간은 과학적으로는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우리가 실질적으로 느낄 수는 없는 공간이다. 

 나의 작업 안에서 ‘Free surface’로서의 공간은 ‘수면水面’이다. 수면에 비친 그림자를 통하여 실물이 존재하는 공간과는 다른 공간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한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곳을 넘나드는 선들은  실재하지만 우리가 직접 느낄 수 없는 이 공간에 생기는 이미지들을 추상적으로 형상화 한다. 

 수면에 반사된 그림자들은 그 자체로도 이미 많은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다. 상징적인 경계가 되기도 하며 반대로 물속과 물위의 소통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도 투명하고 작업에 이용되고 있는 아크릴도 투명하다. 투명하다는 것은 빛을 통과시켜 내부의 것을 보여주는 시각적인 투사의 기능을 하는 반면 그 존재의 내면을 볼 수 있게 한다는 철학적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철망이라는 재료 또한 내겐 투명함을 의미한다. 비록 철망을 구성하는 철사 그 자체는 투명하지 않으나 철사사이에 존재하는 비어있는 공간 즉, 구멍들의 구성은 내게 그 너머 이면의 것을 투사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경계이면서 동시에 소통이 되고, 통과시키는가하면 동시에 내면을 반사反射시켜 자기 자신을 되비침으로써 자신의 내부를 보여주게 된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물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무거운 물(가스통 바슐라르는 <물과 꿈>에서 ‘풍부해지는 것은 무거워진다. 그토록 많은 반영과 그림자를 지닌 물은 '무거운 물'이다.’ 라고 표현하였다.) 이다. 나는 이 무거운 물을 표현하고자 한다.

 

작업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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