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1-03-23 ~ 2011-03-29
박준선
02.736.6669/737-66
▪ 전시개요
․ 전시기간 : 2011년 3월 23일(수) ∼ 3월 29일(화)
․ 전시장소 : 갤러리 이즈 2층 (제2전시관)
․ 개 막 식 : 2011년 3월 23일(수) 오후 6시
․ 문 의 : T.02-736-6669
▪ 전시서문
덮다...감추다.....보이지 않는...사라진 시간
이재은 (미술사 박사)
‘화이트 큐브’에 발을 내딛자 달빛 아래 부서지는 은빛 물살이 밀려들어온다. 어느새 발을 적신 물살 아래로 파란 터키석이 반짝이고 붉은 동백꽃이 피어오르더니 수면 위로 모든 것을 삼켜 버릴 듯한 폭풍을 머금은 깊은 보랏빛의 구름이 떠오른다. 언제가 한번은 마주한 달빛이 드리워진 수면의 풍경을 박준선 작가의 일련의 화면들은 만들어낸다.(그림 1) 이 같은 영상에 이끌려 화면 앞으로 다가가는 순간 색면 위에서 흔들리듯 반짝이던 은빛 물살의 실체 즉, 커터칼날이 드러나면서 박준선의 화면의 조형미는 어느덧 공포의 대상으로 탈바꿈한다.
박준선은 화면을 붉게 파랗게 채색한다. 그러나 그는 색면 화가들처럼 거기서 손을 멈추지 않는다. 색면이 마르기 전, 작가는 화면 위에 예술의 영역에서는 낯설법한 커터칼날을 접착한다. 커터칼날은 어느 순간 화면을 채운다. 그러더니 색면은 자연스레 지워지듯 사라진다. (그림 2) 현대미술사의 문맥에서 박준선의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색면은 1950년대 뉴욕화파의 화가들의 색면회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반면 공산품인 커터칼날을 하나 뒤에 다른 하나라는 산업 사회의 생산 방식을 인용해 나열한 형식은 미니멀리즘의 수사학에 가깝다. 더욱이 이차원의 평면 위에 정육면체 형태로 구획된 커터칼날이 만들어내는 환영은 도날드 저드, 칼 안드레 등의 미니멀리즘 작가들의 삼차원적 공간의 정육면체를 연상시킨다. 그의 화면에는 1940-50년대에 무의식, 숭고를 표현하고자 한 추상표현주의와 그것에 뒤이어 나타난 1960년대 중·후반 산업사회의 생산 방식을 반복한 미니멀니즘이 중첩되어 있다. 이처럼 하나의 화면에 다른 두 수사학의 혼성은 박준선의 화면에 다른 두 세계의 존재를 가능케 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커터칼날은 이성 중심의 산업화된 현대사회의 상징이라면, 색면은 이성의 질서에 통제받는 무의식의 상징이다.”
박준선의 화면이 만들어내는 풍경에는 무의식 세계에 드리워진 산업 사회의 질서 너머의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숨겨져 있다. 흥미롭게도, 색면을 완전히 덮고자 빼곡하게 커터칼날이 나열된 <Conceal-turquoise blue> 조차에서도 큐브와 큐브 사이로 푸른빛깔이 새어 나온다.(그림 3) 겹겹이 쌓아올려진 시간의 층 사이로 불현 듯 나타나는 ‘사라진 시간’처럼 말이다. 바로 여기서 박준선의 두 세계는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색면 그대로의 혹은 커터칼날이 만들어내는 큐브의 환영 그대로의 앞에서는 보이지 않을 시간이 박준선의 화면에는 존재한다. 다른 두 수사학의 틈이 드러남으로써 감춤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공간은 우리에게 궁금증을 만들어 낼 뿐 아니라 관음적인 욕망을 자극하기도 한다. 커터칼날 사이로 드러나는 틈은 왕가위의 <화양연화>의 한 구절처럼, “먼지 가득한 유리창 너머에 있는 것처럼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는 없는” 사라진 시간으로 다가온다. 일련의 화면들마다 감춤과 드러남 사이의 틈과 색채는 다르다. 사라진 세월에 대한 향이 다르듯 말이다. 흔들리는 은빛 물살을 붉게 물들이는 <Conceal-red in armor>는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되찾고 싶은 지나간 사랑의 시간이라면, 은빛 물살을 검붉게 적시는 <Conceal-buggy violet>은 현재의 시간에 새삼 시큰거리며 몰려오는 과거의 아픔의 시간이다. (그림 4,5) 하나의 공간에 커터칼날과 색면은 이렇게 우리의 사라진 시간의 감정을 불러낸다. 색면 위에 올려 진 커터칼날의 차디찬 금속성은 현재와 과거의 우연한 스침을 시각적 잔상에서 촉각적 여운으로 확장시키며 그의 화면을 더욱더 감각적으로 만든다. 그의 작품 앞에 선 우리에게 들레즈의 말 그대로, “옛날의 감각은 현재의 감각과 서로 겹쳐지고 결합되려 하며, 현재의 감각을 여러 시기들 위에 동시에 펼친다.”(『프루스트와 기호들』, 46)
▪ 작가노트
사회가 만들어낸 사물은 문화의 상징화된 기호로서 일상화된 기능주의적 관점과 기계화에 의한 우리 삶의 외형을 보여준다고 장 보드리야르는 말한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능적 사물, 커터칼날을 반복적으로 내가 화면 위에 부착함은 현대인의 감성적 사유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커터칼날은 현대사회의 일상에서 분명 유용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두려움과 상처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커터칼날의 이 같은 이중성은 풍요롭고 편리한 현대 사회 이면의 어두움과 다르지 않다. 커터칼날이 짓누르고 있는 색면을 통해 난 현대 사회의 빛과 그림자 아래에서 사는 우리의 감성지대를 건드리고 싶다.
박준선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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