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1-03-28 ~ 2011-04-02
김은술
02.710.9280
작가노트
아이의 시선은 우리들이 볼 수 없고,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만의 언어로, 생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보는 이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순수한 세상의 캔버스 안으로 인도한다. 이렇게 아이의 시선에 머물러 바라 본 사람들이나 사물들은 독특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재기발랄함과 상상력은 우리를 미소 짓게 해주고,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내 그림엔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한다. 버스와 그 뒤로 보이는 건물들은 현실 속에 그대로 존재하는 풍경이지만 그 건물들이 버스 위에 올려지는 순간부터 이삿짐처럼 쌓이게 된다. 건물과 한옥들이 해체되어 블록처럼 쌓이듯, 다양한 것들이 이상하고 낯선 방식으로 거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현실 속의 한옥이나 풍경은 버스가 지나가면서 비현실의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건물 안은 아이가 가고 싶은 동물원이나 수족관, 바다, 정글이 되기도 한다. 그 곳에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게 되면서 비현실의 공간은 점점 더 확장된다.
그 속에서는 오로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거림만이 들린다. 사람들이 내 그림 속에서 아이로 되돌아가 지친 마음이 쉴 수 있는 작은 휴식처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 김은술
김은술의 작업은 발랄하고 감각적인 그녀만의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그녀의 작품에는 보편적인 우리들의 사고로는 공존하기 어려운 이미지들이 어우러져 있다. 버스와 고궁, 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쇼핑카트와 빌딩, 아파트 그리고 수족관과 고가구 등이 그것이다. 작가는 이들의 만남을 두고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작가의 언급은 버스, 트럭, 쇼핑카트 등이 각각 현실의 세계를 상징함에도 불구하고 함께 있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모순을 드러낸다. 이러한 모순은 『아이의 시선_ Imaginary of child』이라는 전시 제목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아이의 시선에서 우리들이 볼 수 없고,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은술은 화면 안에서 대상물을 원근감과 입체감 없이 구성한다. 그리고 여백의 미를 살렸던 2008, 2009년 작업들을 지나 2010년에는 여백 없이 빽빽이 들어선 구성의 작업을 보여준다. 이는 작가가 말하는 '아이의 시선'이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김은술의 작품에서 보이는 아이의 관심사는 몇 년 사이에 더욱 세밀하고 섬세해졌으며, 규모적으로 방대해졌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화법은 자유로운 아이의 눈높이를 대변하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조선시대의 민화 제작 시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민화는 사대부나 도화서와 같은 제도권의 화법에 따르지 않은 실용화였다는 점에서 김은술 작업에서 드러나는 대중적인 성격이 연상된다.
김은술의 최근 작업에서 '현실속의 아이콘들이 모여 비현실이 된다'는 주제는 더욱 명확해 진다. 특히 2010년 작업들은 고가구, 대관람차, 회전목마 같은 놀이기구, 남극의 펭귄, 그리고 달콤한 색감의 열기구 등을 통해 그녀가 전통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을 하나의 맥락 안에 구성하는 것에 더욱 집중했음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화의 기본에 충실한 김은술의 작업은 장지에 안료를 섬세하고 투명하게 채색하는 '담채(淡彩)기법'을 통해 현대의 부산물들을 전통적인 정서 속에 재배치한다. 이번 전시를 보는 이들은 빌딩과 아파트, 쇼핑 카트 등이 서양 문물의 부산물임에도 불구하고 한옥의 기와나, 궁궐과 같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상징들과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놀라게 될 것이다. ■ 민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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