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2011-04-22 ~ 2011-06-26
042.255.4700
2011소장품기획전
「청풍명월-墨香」
‘청풍명월(淸風明月)의 묵향(墨香)’이라는 제목은 대전 충청지역을 그린 수묵채색화 계열의 작품을 모은 이번 전시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설명해준다. 미술관 소장품은 미술관을 성립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며, 그 수집정책에 따라 미술관의 성격을 규정하고 미래의 지표를 가늠할 수 있다. 후대에 물려줄 유형의 자산으로도 그 가치를 발하는 소장품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설전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도의 세 번째 소장품기획전「청풍명월-墨香」은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화작품들 중에서 대전 충청 한국화 화단의 형성시기인 1945년 이후부터 이 지역을 연고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과 이시기에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을 19점을 전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중남부에 위치한 충청지역은 차령산맥의 맥을 이어주는 평온하고 아름다운 고장으로 예로부터 물 맑고 달이 밝은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또한 삼남의 관문으로 충청남도의 도청 소재지인 대전을 중심으로 그 일대는 경부선과 호남선, 그리고 경부고속도로에서 호남고속도로 갈라지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하고, 남쪽에 우뚝 솟은 계룡산과 금강유역으로 구석기 문화와 칠백년 백제 문화의 요람으로 유명한 곳이다. 문화는 그 시대를 대변하는 거울임과 동시에 시대를 이끌어 가는 정신으로써 그것은 하루아침에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계승, 발전되어 온 것이다.
고구려의 웅장한 고분벽화와 고려시대의 불화(佛畵), 조선시대 선비정신 속에서 싹튼 서화(書畵)와 토속적인 민화들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문화로서 그 시대 생활상을 가늠하게 한다. 특히 조선시대 후기에는 중국 산수화풍을 배격하고 조선의 산하와 일상적인 생활주변의 삶을 현장감 넘치게 그린 진경산수화와 풍속화가 전개되면서 한국적인 독특한 화풍을 개척하였다.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20세기는 문인화풍과 장승업 계열의 화원화풍이 맥을 형성하며 발전하였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한국화단은 암흑시대를 거치면서 20세기는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변혁이 일어나기 시작하였고 전통한국화 역시 맥을 이어오던 계승기를 거쳐 해방 후부터 60년대 말까지 식민지 문화의 잔재와 서구문화의 무분별한 수용과 제도적 미비로 인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후 전통한국화는 모색기를 거쳐 1970년대 후반에는 본격적인 대학교육을 받은 세대들의 의해 전개 된다. 이처럼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한국화단은 현대화로의 전환기를 맞이하며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화단과 영남, 호남 화단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대전을 중심으로 하는 충청 화단은 그 출발점에 있어서 다소 늦게 형성되었다. 대전․충청지역의 미술활동 기록이 나타나게 되는 지점은 1945~1949년을 기점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1932년 충청남도 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옮겨지고 1935년 대전부로 승격되고 각종 관청과 시설이 설치되면서 급속한 도시 발전을 이루게 되면서 초․중․고에서 미술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유입과 일부 화가들의 등장으로 시작되었다. 이 시기의 한국화가로 대전에서 간판사업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였던 이응노와 문인화에 능한 이경배 등이 있었고, 1950년대 이후로는 호수돈여중고에서 교사로 잠시 재직하였던 민경갑과 서양화가 박성섭, 이동훈과 함께 충남미술협회를 발족시킨 박승무 등이 활동하였다. 그 이후로는 천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김화경, 조중현(당시 천안여중 재직)등이 대전․충청지역 한국화 화단에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한국화의 대전 충남을 연고로 하는 맥은 다양하게 분포되었다. 이 지역에서 활동은 안했지만 연기(燕岐)가 고향인 이상범의 산수는 연기의 표정을 그대로 닮아있음을 발견한다.
이번 전시되는 박승무의 「사계산수」역시 옥천의 맑고 신선한 그 어디쯤 같고, 이응노의 「공주산성」은 공산성에 올라 바라보는 소로를 정취 있게 표현하였다. 박노수의「취적」에서는 금강바람에 음률이 전해지는 듯하며, 조평휘의「산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계룡의 기를 전해준다. 김세원의「승무」에서 다소곳한 춤사위와 전래식의「산」에 힘찬 기운생동을 느낀다. 이처럼 청풍명월의 맑음과 밝음의 기운으로 짙은 묵향기가 어린 작품을 우리에게 선사함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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