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술을 공부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료라도 찾으려면 과천의 코끼리 열차를 타고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여의도의 국회도서관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자료를 찾으러 다니는 수고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국내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해 보아야하는 예전의 우리 자료조차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에 비해 일본은 얄밉기 그지없다. 사실 부럽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아주 작은 것부터 기본과 전통을 중시하는, 심지어 남의 나라 자료까지 잘 보관해 두고 있는 그들에 비해 우리는 우리의 것조차 너무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거창하지만, 김달진미술연구소는 이러한 한국 미술계에서 묵묵히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 자료들을 보관할 공간의 부족이 또 하나의 고민이 되었지만, 수집만큼이나 중요한 보존과 관리를 위해 지난해 3월 작게나마 정성스레 공간을 마련하고 박물관으로서의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10월 22일 그 첫 전시 <미술 정기간행물 1921-2008>를 열었다. 초청장을 돌리면서 일반적인 박물관과는 다른 규모와 외형의 모습에 조심스러운 맘이 적지 않았지만, 많은 미술계의 선생님들과 관계자분들이 관심과 힘을 실어주셔서 그 마음만은 부자가 된듯하였다. 특히 생각지 못한 언론의 관심은 박물관 후원회로 이어지는 힘이 되어주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은 공간과 열악한 환경이 주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미술정기 간행물의 체계적인 자료를 남기기 위해 정보를 찾는 일은 정말이지 많은 고충이 따랐다. 수많은 미술간행물들이 당시의 미술현장을 짚어내며 우리 근현대 미술사를 함께 하였겠지만, 그들의 자료를 찾는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눈앞의 것만을 중시해 왔는지를 체감하게 하였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미술인들조차도 창작 작품에만 관심을 가질 때 그 작품의 정확한 자료를 남기기 위해 혼자서 그 일을 수십 년 해 온 김달진 관장께 존경을 표한다. 그 노력이 이제서야 한국 미술의 자료전시로서 첫 발을 내딛었으니 단지 본 박물관만의 개관전이 아닌 한국 미술계 의미 있는 첫 전시가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으로 최열 학예실장, 모든 자료를 뒤져가며 학예업무를 함께 해 준 김병민 어시스턴트, 그리고, 박물관과 연구소 모두 식구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우리의 노력이 한국의 미술계에 단단한 기반을 만들고 그 자료를 기반으로 한 훌륭한 연구자료, 전시들이 나오는 날을 생각하면 오늘의 야근도 행복하다.
최윤정│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