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명 : 부조리한 덩어리
2012. 7. 20 - 9. 22
(에필로그 2012. 9. 10 - 9. 22)
아티스트 토크
2012. 9. 7 오후 2시, S. Atrium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한국 작가들의 역량을 키우고 이들의 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작가 개인전을 정기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2012년에는 조각의 전통적인 작업 방식을 취하면서도 자서전적인 내러티브를 담아 설치작업을 전개해 온 천성명 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천성명은 작품에서 사실적인 인물 및 형상을 구현하는 한편, 자아를 비롯한 동시대인을 투영하고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을 은유적으로 제시해왔다. 그는 2007년 이래 현재 진행 중인 대표작 ‘그림자를 삼키다’ 연작의 장기 프로젝트를 포함한 총 8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연극적인 구성으로 내면 탐구를 제시함으로써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최근의 작업에서 그는 지난 10여 년간 과거 시점의 내적 성찰에 집중했던 것에서 나아가 현 시점에서 개인이 당면하는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1년 개인전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갤러리 스케이프)는 현존하는 자아상 탐구의 출발점이 되며 이번 전시 "부조리한 덩어리"는 자신이 고찰한 주제, 즉 자아와 외부와의 관계에 대한 맥락을 심화시키고 이를 투영하는 새로운 조형적 실험들을 선보이는 장이 된다.
본 전시는 한 개인이 사회에서 겪게 되는 분절의 경험 즉, 전체 맥락을 상실하고 상호 유기적 관계를 맺지 못하는 상황을 파편화된 조각들과 설치 작업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의 이야기는 작가가 상정하는 작품의 주인공이 2층 전시장에서 팔다리가 절단된 몸통으로 등장하면서 시작되는데, 이는 자기 본연의 모습이 상실되고 기능이 온전하게 발휘될 수 없게 된 내면 상황을 비유한다. 분열된 내적 상태의 주인공 의식은 복도를 따라 계단을 오르며 건물의 꼭대기에 다다를수록 외부와의 관계 안에서 점차 작아지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3층에는 영화나 드라마 대사에서 전후 맥락과 상관없이 발췌된 서로 다른 문장이 각각의 스피커에서 순차적으로 나온다. 상호 의사소통이 부재하는 문장들은 무의미하게 반복되어 각 전시장에 울려 퍼짐으로써 분절의 상황을 극대화시킨다. 주인공이 향하는 행로를 따라가면 건너편 전시장으로 향하는 연결 통로를 지나게 되는데, 가로막힌 시야와 공간을 체험하게 됨으로써 관객은 공감각적으로 단절을 느끼며 이를 통해 분절된 주체인 주인공과 교감하게 된다. 건너편 3층 전시장에 도달하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주인공에 대해 추측할 수 있는 상징적인 단서들과 마주하게 된다. 자연광이 쏟아지는 공간에는 매우 사적인 영역임을 나타내는 커튼이 걸려 있으며 5개의 심장, 옷걸이에 걸린 전형적인 독재자의 코트 그리고 좌대 위에 머리가 잘린 기념비적인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전시장 바닥 위로 어지럽게 찍힌 녹색의 발자국이 있으며 장난감 병사들, 공룡 머리 그리고 찻상이 함께 놓여져 있다. 이는 상호 상응되지 않을 법한 오브제와 조각 작품이 자연의 초록을 모방한 방수 페인트 발자국 위에 놓여짐으로써 생경함과 부조리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동시에, 주인공의 내면과 외면 모두를 관념적으로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최종 도착지인 건물 옥상에 도달한 주인공은 내리쬐는 태양을 견디며 주변의 상황을 관조한다. 전시장 2-4층을 관통하는 메자닌의 수직 공간에는 천성명 특유의 인물상 즉, 등불을 든 소녀는 작열하는 태양으로 상징되며 여러 육체가 반복적으로 쌓아 올려져 있는 형상은 주인공의 심리적인 압박감을 가중시킨다. 4층 전시장은 전시 내 주인공이 이동하는 물리적 공간과 분리된 ‘관념’의 공간으로, 옥상 위에 처한 주인공의 내적 상황을 일률적으로 헤엄치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어디에서도 주인공의 온전한 형상은 존재하지 않으며 헤엄치는 군상조차도 기계적인 익명성을 띄고 있을 뿐이다. 자기 성찰적인 내면 탐구로부터 외부 즉, 사회와의 ‘관계’에 주목한 천성명은 필연적으로 괴리되고 축소될 수 밖에 없는 개인의 일상을 ‘부조리’라는 맥락에서 조명한다. 특히, 본 전시 기간 중에는 아티스트 토크(9.7 오후 2시, S. Atrium)가 개최되며 에필로그(9.10-9.22)도 함께 이어지는데 각 전시장에 놓인 작품들이 본래의 의미와 맥락으로부터 분리되어 재구성됨으로써 관람객은 이를 통해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작가의 완결된 내러티브를 조망하게 될 것이다. 이번 개인전은 천성명 특유의 독창적인 사유의 흐름을 비롯하여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구상 조각의 조형적 실험을 함께 감상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소개
천성명은 1971년생으로 조각을 전공했으며 2000년 첫 개인전 이후 ‘그림자를 삼키다’(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2007; 갤러리 터치아트, 2008)연작을 비롯하여 총 8차례의 개인전을 꾸준히 개최하면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독창적으로 구축해 왔다. 주요 그룹전으로 ‘젊은 모색전’(국립현대미술관, 2004), 부산 비엔날레(2006), ‘나의 아름다운 하루’(로댕갤러리, 2007), ‘숨비소리’(제주도립미술관, 2009)등 다수의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으며 2007년 김세중 청년조각상을 수상하였고, 2011년 퍼포먼스 공연 ‘Nameless Forest’를 미국인 안무가 Dean Moss와 공동 연출하여 뉴욕의 극장 THE KITCHEN에서 공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