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ing
Jisook Lee Solo Exhibition
October 5 - November 4 , 2012 Reception 2012 October 12 18:00
우리는 두 개의 눈과 여러 감각을 통해 세상을 3차원의 입체로 인식한다. 하지만 바라보는 대상과 시야에 들어오는 세상은 언제나 평면으로 우리의 망막에 맺힌다. 두 개의 눈을 통해 들어오는 평면적 정보는 뇌 속에서 조합되어 세상을 입체적으로 구성하지만, 결국 우리는 세상을 평면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빛의 입자나 흐름을 볼 수 없지만 만약 그것을 볼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렇게 상상하면 바라보는 대상과 나 사이에는 언제나 빛이 가득하다. 내가 바라보는 대상과 나 사이에는 대상에서 출발한 빛들로 가득찬다. 만약 우리가 시간을 멈추어 대상과 대상을 바라보는 나 사이에 가득찬 빛을 3자적 관점에서 즉, 대상과 나 사이에 가득찬 빛을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페이스 오뉴월에서 열리는 이지숙의 2012년 개인전 ‘Passing’ 은 그러한 상상을 배경으로 진행된 일련의 작업을 좀 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 설명한다.
전시장 안쪽 벽에서 시작하는 ‘별의 폭발’의 이미지는 앞 쪽 유리창에 빛의 등고선 형태로 맺히고 그 사이, 즉 전시장 내부엔 ‘별의 폭발’의 이미지가 만드는 빛의 궤적이 여러 형태의 입체로 조각되어 공간을 채운다. 상상한대로 공간에 가득찬 빛을 다시 조각가의 기질을 발휘하여 깎아낸다. 그렇게 만든 그의 조각 작업은 애초의 공간이 전시장 안쪽 벽에서 출발한 빛으로 가득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가득했던 빛은 조각가의 손을 빌어 여러 크기의 구 형태로 남고, 나머지 공간을 채우던 빛은 깎여 나갔음을 의미하게 된다. 그리고 깎여나간 공간 속에서 우리는 빛이 남기는 궤적의 조각들을 만날 수 있다.
‘빛이 형태나 흐름, 혹은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라는 상상에서 시작한 이지숙의 ‘지나가는’ 빛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태도는 우리의 상상을 다른 곳, 저기 먼 곳까지 데려가기도 한다. 한번도 멈춘 적 없는 끊임없이 지나가기만(passing) 하는 시간을 형태화하고, 그 측면을 볼 수 있다면, 혹은 그 시간을 우리 마음대로 다시 조각할 수 있다면 어떨까? 물리학에서 언제나 시간은 빛과 함께 언급되는데 만약 우리가 빛의 궤적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시간의 흐름, 혹은 흔적 또한 시각화 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작가가 왜 빛의 궤적을 시각화하고 다시 그것을 조각하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작업의 이유는 차치한 채 그러한 그의 노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또 다른 상상을 시작할 수 있다. 상상력을 발휘해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는 것을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게 만든다면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작가가 보여주는 작업 과정과 태도를 바탕으로 관객들은 나름의 또 다른 상상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한 상상이 우리의 삶을 조금은 다른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스페이스 오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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