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스토리닷컴 공개방송
The 1st episode: 성북동 마을이야기
참여작가 : 최영환, 이혁종
방송기간 : 2012. 12.14 - 12.28
장 소 : 스페이스 오뉴월
프로그램 : 평상방송
동네이야기(상시방송-월요일 쉼)
주민 명랑 대토론회 (향후 공지)
개국방송 : 2012. 12.14 (Fri) 06:00pm
성북동 예술실험실 스페이스 오뉴월은 성북예술창작센터 거주 작가 최영환의 ‘동네스토리닷컴’ 방송 프로젝트를 12월 14일부터 28일까지 전시합니다. ‘동네스토리닷컴’ <성북동 마을이야기>는 주민들의 추억에 바탕을 둔 동네에 얽힌 개인사를 발굴하고 공유하는 인터넷 공개방송으로 성북동에 살고 있는 이들, 혹은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젝트입니다. 더해서 '개발과 보존' 그리고 '공동체 재생' 등 기존의 사회적 담론 안에서 통용되던 거창한 수사와 이상적 도식에 벗어나 주민 개개인이 바라보는 '집과 동네 그리고 이웃'에 관한 주관적 해석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욕망의 체계를 무한히 긍정, 수용하여 전파에 실어내는 인터넷 방송입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만나 이야기를 나눈 성북동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영상물의 형식으로 전시되고, 또한 14일 오프닝 날과 전시 기간중 에 공개방송을 진행됩니다. .
방송내용은 인터넷 창에 dongnestory.com을 치시면 언제든 시청 하실 수 있습니다.Introduction
최영환의 ‘동네 스토리’ - 공간의 기억에 개입하기
마천루(Skyscrape)라는 말을 만든 설리번(Sullivan)과 그의 건축물은 비단 건축사뿐만 아니라 인류사에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겨 놓았다. 작가 최영환의 <2시간 동안의 설리번 빌딩과의 대화>는 그의 기억 속에 담긴 설리번 빌딩의 위업이, 현재의 시간 속에서 지역의 주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그리고 주민과 공간(건축물)이 다시 관계할 수 있는지 되살피고자 만든 작업이다. 작은 원반형의 거울을 들고 태양 빛을 반사해 건물의 내, 외부를 구석구석 비추는 이 작업은, 이제 주변의 높은 빌딩 그림자에 가려 존재감이 무색해진 설리번 빌딩을 부분적이나마 밝혀주는 퍼포먼스 작업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세월이 걷어간 공동체의 기억을 사람들에게 다시 이어주고자 했다. 작가의 시카고 유학 시절 만들어진 이 작업을 지켜 본 사람들은 물론 매우 제한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가의 관심이 공간이 담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기억’에로 이동하고 있는 점은 주목될 만하다. 추측컨대 아마 그가 당면했던 이질적인 공간의 문화와 시간이 남긴 흔적에 관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예술가의 존재가 공동체의 기억에 개입하는 방식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어쩌면 예술의 행위 그 자체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최영환의 공간과 건축물 그리고 이와 관련된 관계의 의미들에 대한 작업은 이후 일련의 작업들에서 지속적으로 탐구되고 있다. “건축물은 도시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그 의미가 새롭게 생성되고 있는 인공의 자연물처럼,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변모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로 서술된다.”는 작가의 발언처럼, 그의 최근 작업 <우연(雨連)한 공간>은 건축물의 공간이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지게 한다. 갤러리 천정에 설치된 수도관은 건물의 옥상에 내리는 빗물을 실내로 끌어들여 의도적인 ‘누수(漏水)’를 일으킨다. 건물 사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완벽히 추방해야만 할 누수 현상을 그는 ‘예술적 틀(frame)’로 사용했다. 외부와 실내 공간이라는 관계에 전복을 꾀하며, 자연의 소리(빗물)가 우리의 의식이라는 필터링을 통해 몇 단계를 거친 후, 새로운 시각을 부여해 준 것이다. 갤러리에 떨어지는 물소리는 정교한 하모니가 아닐지라도 충분히 바깥(공간)을 느끼게 하고, 상호 모순적인 가치들이 뒤섞여 만든 새로운 공간을 보게 만들었다. 신체에 비유하자면, 누수라는 출혈 상태를 새로운 순환기제의 관계로 만든 것이다.
성북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최영환의 <동네스토리닷컴>은 작가의 ‘공간의 기억과 관계 맺기’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다. (공개방송 성북동 마을이야기는 주민들의 추억을 기반으로 동네에 얽힌 개인사를 발굴하고 공유하는 인터넷 공개방송이다.) 사실 커뮤니티 아트에서의 다양한 양상들,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는 일정한 형식으로 파악하기가 힘들다. 미시적인 개인사 발굴과 추억의 전달이 쉬운 것만도 아니다. 그것은 일상의 도처에 존재하며 이미 파괴되었거나 파괴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이웃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재개발 지역이라는 공동체에서 느끼는 집단적인 위협이 그 움직임의 출발이 되었다. 아마도 작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직접적인 주민자치공동체의 형성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지닌 독립적이고 독특한 삶의 환경을 ‘스스로 바라보게 하는 일’ 일 것이다. 유념할 일은 커뮤니티 아트에서의 형식적 완결성이란 때때로 규범적이기 쉽고, 참여라는 경험 그 자체를 대상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잡담 수준에서 발견되는 ‘공통의 언어’로서의 ‘예술적 틀’을 발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민들의 세상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대화의 즐거움’이 타인에게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설 때 최영환의 동네스토리는 완결될 것이다.
- 전승보 / 프리랜서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