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소감은 내 블로그에 / 이미령(자유기고가) --------------------------
짧지만 아쉽게도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도시를 둘러보는 여행이었는지라 두근거리는 흥분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환한 자연광선 아래 작품들도 실컷 눈요기하고 오밀조밀한 기념품들도 잔뜩 치타의 바랑에 쑤셔넣고 알타미라의 모형동굴벽화에서는 "다음번 여행은 좀더 오래전 세기로 떠나볼까.."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잠재우느라 힘들었지요.
스페인...
9박11일의 일정이었습니다. 남편과 1995년 5월말에 스치듯 다녀온 적이 있는 지역이었습니다만 그때 가슴 속에 콱 박혀 있던 이미지들이 너무나 강해서 다시 한번 다녀와야지..... 마음 속으로 다짐했는데 이번에 아주 우연히도 스페인 미술관기행이란 이름의 여행프로그램을 인사동 어느 갤러리 벽면에서 발견하고는 거의 충동적으로 제 이름과 이쁜 조카이름을 올렸습니다.
다소 여행에는 익숙해져 있어서 편하게 다녔습니다. 일행들이 와인에 익숙지 않은 분들이라 와인을 독차지 하는 행운(^^)도 누렸구요... 다들 미술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이라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여행의 빛깔을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게 해주었지요.
같이 갔던 조카 덕분에 사랑하는 자식과 여행을 떠나는 기분도 느껴볼 수 있었고 마음 속에 꾸덕꾸덕 비듬처럼 쌓여 있던 이런저런 감정들도 산세바스티안 해변가에서 휘... 날려보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돌아오니까 이곳은 찜통더위였더군요. 그나마 날이 많이 선선해졌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미안했습니다. 폭염을 예상하면서 더위에 거의 반죽음이 되리라 애초에 겁을 집어먹고 떠났지만 그곳은 아침저녁으로는 이곳의 10월초에 해당하는 매우 선선한 날씨였고 대서양 근처는 선선하다 못해 추웠습니다. 저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기 보다는 어디 긴소매 옷이라도 살게 없나 두리번거렸습니다.
태양이 눈부시게 쏟아졌지만 어찌나 청량하던지 모자도 쓰지 않고 선글래스만 달랑 착용하고는 그 태양 아래를 마구 돌아다녔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상쾌하였던 스페인의 한여름이었습니다. 그늘에 들어서면 다시 서늘해졌고......대륙이 다르니 같은 여름이라도 제 피부에 닿는 더위는 그리도 다르더군요.
11년 전에 다녔던 곳을 다시 한 발자욱 한 발자욱 꼭꼭 찍어가면서 그때와의 느낌을 비교하는 맛 또한 참 컸습니다. 마드리드를 포함해서 바르셀로나만 제외하고는 거의 여행 전 일정을 안내해준 분이 기타를 공부하러 스페인으로 떠나온 한국여성이었는데 그녀의 설명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역사, 그리고 기타의 장인들에 대한 뒷이야기, 이런 지식들이 무척 푸짐하게 담겨 있어서 나는 매우 흡족하였습니다.
여행 도처에서 타레가의 곡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 덕분에 내가 블로그에서 자주 듣던 기타곡들을 현지에서 제대로 들을 수 있어 그 또한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였지요. 이제 기회가 되면 하나씩 고운 사진들과 이야기들을 풀어보겠습니다.
가끔 궁금했었지요. 내 빈 집을 어느 분들이 다녀가주실까... 하구요.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천천히 올릴 사진과 여행기로 친구들과 해후의 인사를 나누겠습니다.
* 이 글은 네이버의 제 블로그 http://blog.naver.com/cittalmr.do 에 올린 글입니다.
김달진소장님께서 여행기를 써보라시던 제안을 원고가 밀려 바쁘다며 불성실하게 공항에서 대답하였지요... 죄송합니다^^
대신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의 소감과 사진들을 정리해서 제 블로그에 올려보겠습니다.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은 이곳 게시판에도 올리겠습니다.
여러분들... 여독은 풀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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