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2006년 5월, 미술에 관심 없던 평범한 문학도인 내게 번쩍 정신이 들게 만들던 사건이 있었다. 우연히 찾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슨트의 설명으로 상설전시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림도 문학처럼 내러티브를 갖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림을 보는 법도 문학처럼 배울 수가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그때 그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아직까지도 미술관이라는 신천지를 막연하게 두려워하고 있었을 것이다.
'명화는 스스로 말한다'는 그 시절의 나처럼 미술과 친해지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고, 은밀히 미술과외라도 받고 싶은 분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도서이다. 미술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미술사를 읽으면 되지 않겠는가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영어공부를 교과서로 하는 사람 봤나. 우리는 항상 정직한 길보다는 갓길이나 곁길을 가보고 싶어 한다. 갓길이나 곁길이나 가다보면 시간은 걸릴지언정 저만의 깊이와 심미안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가볍게 기초 를 쌓고 싶은 분이나, 아름다운 그림들을 내 서재에 살포시 간직하고 싶어 하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사조'나 '시대'를 구태여 따지지 않는다. 명화가 들려주는 말을 따라 다빈치와 폴락의 시대를 오간다. 편의상 나눠놓은 챕터와 상관없이 마음의 흐름을 쫓아가면 된다. 고급스러운 재질로 제작되어 명화집으로도 손색이 없다.
왼쪽 면은 명화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할애하고 있으며 오른쪽 면은 화가와 그림에 대한 설명, 그리고 에피소드 혹은 명언 등으로 채우고 있다. 친근한 도슨트의 설명처럼 지루하지 않게 관람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도 잊지 않는다.
맨 앞장에 있는 미술관 지도와 책에 실린 화가들의 연대와 나라 등은 크게 확대복사해서 방에 걸어두고 싶을 정도이다. 내 저 미술관을 언젠가는 다 돌아보겠어!!라는 야무진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말이다.
‘유디트’처럼 똑같은 소재를 다룬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 비교나 모네의 생 라자르 역 그림처럼 한 작가의 그림을 연대별로 살펴보는 코너도 흥미롭다. 모딜리아니의 '잔느'나 밀레의 '만종'처럼 익숙한 그림들도 있지만, 세잔이나 브뢰겔의 생소한 작품들도 실려 있어서 균형을 맞춘다.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미술관의 화살표를 따라 도는 것처럼 다음엔 어떤 그림이 나올까 궁금해지면서 좋아하는 작가나 실제로 본 작품이 나오면 반가움이 앞선다.
내 서재의 작은 책상 위에서 세계 각국에 흩어져있는 명화들이 걸어오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여름, 세상에서 가장 작은 미술관을 만나 호사를 누리는 것도 멋진 휴가가 될 것 같다.
서정욱 지음, 틔움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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