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문화예술발전이 긍정적인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길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대구는 널리 알려져 있듯이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문화예술의 도시이자, 교육의 도시였다. 대한제국말기에 선교사들이 세운 대남학교(1900년), 계성학교(1906년), 신명학교(1907년)등에서 서양학문을 배운 당시의 젊은이들이 문학, 음악, 서양화 등 여러 예술 분야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한 결과이다. 또 우리나라 예술사진 초기인 1920년대부터 대구에서 사진가로 활동한 최계복, 안월산 등이 초창기 예술사진의 경향을 선도했다.
이처럼 대구가 일찍이 문화예술의 도시로서 부각 된 것은 서문시장을 중심으로 상업이 발달하여 경제적으로 윤택하였고, 서양 선교사들이 근대적인 학교를 설립하여 서양의 새로운 학문 및 문화예술을 수용 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전통을 기반으로 갖고 있는 대구에서 1970년대에는 ‘현대 미술제’를 개최해서 현대미술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미술제에는 이우환, 박서보 등 한국현대미술의 상징적인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또 자생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박현기 작가가 이때부터 남다른 작품세계를 펼쳐 보였다. 당시에는 구상회화가 주류적인 경향이었는데, 그것에서 탈피해 개념적인 미술운동을 전개한 것은 한국현대미술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또 1970년대에는 대구의 사진가들도 타 지역에 비해서 진보적인 활동을 펼쳤다.
특히 1975년도에는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견 사진가 권부문이 ‘포토 포엠 시리즈’를 서울과 대구에서 발표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시리즈는 당시에 서울과 대구의 젊은 사진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표현방식 및 주제가 당시로서는 새롭고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1970년대 후반부터 김종수(토지,1977), 차용부(빙점에서 만난 아이들,1978), 양성철(잔상,1979), 김정수(선감리,1982) 등이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연이어서 발표한다. 또 1993년도에 40대 이하 젊은 사진가들이 주축이 되어 기획된 제1회 젊은 사진가展 ‘미래 색’은 한국현대사진에 역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처럼 대구사진은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사진의 경향을 주도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사회 전체가 보수화되어 문화예술도 그와 더불어서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동시대 예술의 흐름과 거리감이 느껴지는 전시들도 많이 개최되고 있다. 예술가는 많이 활동하고 있지만, 아방가르드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예술가는 만나기가 쉽지 않는 것이 대구예술의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엔 긍정적인 풍경도 많이 펼쳐지고 있다.
공연예술은 서울 못지않게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된지 오래되었고, 흥행에도 일정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시각예술도 대구미술관, 예술발전소 등 새롭게 마련된 전시공간을 중심으로 동시대와 마주하는 전시가 많이 기획되고 있고, 대중들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일본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가인 쿠사마 야요이의 대규모전시가 개최되어 일반관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관람객 유치도 성공하여 전국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대구사진문화도 2006년도부터 사진비엔날레가 개최되면서 사진의 도시로서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전시주제나 전시의 완성도에 있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사진계 뿐만 아니라 한국미술계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또한 행사규모도 다른 지역의 사진행사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를 보이고 있다. 내용과 규모에 있어서 기장 앞서고 있는 국제적인 사진행사다. 그래서 올해 4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대구사진비엔날레에 대한 관심이 다른 어느 사진행사보다도 뜨겁다.
현재 사진은 가장 대중적인 매체이자 동시대적인 예술장르로서 사회적으로 확장되어 우리 삶의 곳곳에 스며져 있다. 20세기초반 진보적인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나즐로 모홀리 나기 (Laszlo Moholy Nagy, 1895~1946)가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는 사진을 읽을 줄 모르면 새로운 문맹자’가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명제가 실현되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대중들은 사진을 찍는 것에만 몰두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전시 관람에도 점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개최되어 관람객 동원에 성공한 매그넘 코리아展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피展 등과 같은 전시이다. 두 전시모두 대구에서도 개최되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관람했다.
최근에 서울에 있는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의 동시대 사진가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도 20대와 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객들이 몰리는 전시 중에 하나다.
그런데 사진전시뿐만 아니라 미술전시 관람이나 공연관람도 대중들의 삶에서 일상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인 현실을 발전시키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려면 공적인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미술관과 공연장 같은 전문적인 예술 공간운영을 전문가들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대구사진비엔날레나 대구아트페어와 같은 행사도 민간전문가들이 소신을 갖고 행사를 진행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와 사회적인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작가 외에도 전시기획자를 비롯한 문화예술행정 전문가의 양성도 반드시 필요한 일중에 하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행사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의 공적인 태도와 사명감이다.
현대예술은 매체의 순수성과 장르간의 구분이 중요하다. 매체 통합적이고 탈 장르적이며 테크놀로지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자본의 역할도 중요하다. 또한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이러한 동시대예술의 지형을 제대로 파악해야 생산적인 문화예술정책을 수립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적인 지원, 예술교육, 시대를 읽어내는 예술가로서의 진보적인 활동, 대중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개발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문화예술이 발전 할 수 있다.
동시대는 문화예술이 성숙한 국가가 선진국이다. 또한 긍정적인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다.
대구사진을 비롯한 대구문화예술이 더욱 더 발전하여 문화예술 도시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마무리 한다.
대구문화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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