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이원철 개인전 ‘TIME’ 리뷰
전시기간 : 2014년 4월 3일 ~ 29일
전시장소 : Space 22 (강남역 미진프라자 22층)
시간이 퇴적된 풍경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1826년에 초기 사진발명가 중에 한사람인 프랑스의 조셉 니세포르 니엡스는 세계최초로 사진촬영을 성공했다. 또 그 후에 또 다른 사진발명가인 루이 자끄 망데 다게르도 사진이미지를 얻는 것에 성공하여 ‘파리의 탕플대로’를 찍은 사진이 전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 다게르가 찍은 ‘탕플대로’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번화가이고 낮 시간에 찍은 사진인데 사람들은 사라지고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궁금증을 유발한다. 사진발명 당시에는 아직 기술의 발전이 낮은 단계에 머물렀기 때문에 필름의 감광도가 낮아서 낮 시간에 사진을 찍어도 오랫동안 노출을 주어야 이미지가 생성되었기 때문에 움직이는 대상은 모두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사진은 빛의 세기, 시간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잇는 매체이다. 'Photography'라는 영어단어의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빛으로 그린 그림이자 빛이 남긴 흔적이다. 그런데 사진은 현실의 복제나 인덱스라기보다는 빛의 흔적이기 때문에 흔적이 생성되기 전에 사진을 찍는 이의 의지가 개입 될 수 있다. 사진가들은 오랫동안 사진의 이러한 매체적인 특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동작을 표현하고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시간은 시대를 초월한 사진의 영원한 테마이다. 과거의 사진가뿐만 아니라 동시대 작가들도 사진을 이용하여 시간{TIME)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구현한다.
이번에 ‘Time'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한 이원철도 2004년 첫 번째 개인전부터 현재까지 시간의 흔적과 흐름을 시각화한 결과물을 생산해서 자신의 세계관 및 미적인 감각을 드러내는 사진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그동안 바다, 하늘, 오래된 왕릉, 공장 등 다양한 대상을 밤 시간대에 장 노출로 재현해서 감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사유세계를 드러내는 사진이미지를 생산했다.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에서는 과거와는 다르게 낮 시간에 장 노출을 선택해서 촬영을 했고, 촬영 장소도 국내가 아닌 중국의 북경을 비롯하여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다. 작가가 이번에 발표하는 여러 도시의 풍경사진에는 시계탑이 일정 거리를 두고서 담겨져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시계에 시계바늘이 사라지고 없고 거리도 텅 비워져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장 노출을 선택해서 시계탑이 세워져 있는 도시의 풍경을 찍었기 때문이다. 또 도시의 건물들도 현대식 건물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오래된 건축물들이다. 장 노출로 찍은 사진은 컬러가 사실적이지 않다. 긴 시간 필름이 빛에 노출되어 컬러가 변주되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벗어난 이미지가 생성된다. 특히 작가가 이번에 생산한 결과물은 대상에서 드러나는 시간의 흔적과 장 노출로 인하여 변주된 필름의 컬러가 상호작용하여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분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시간은 현실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관념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생명체에 영향을 끼쳐서 그 존재감을 일깨워준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시간의 이러한 개념과 특성을 시각화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 한 장 한 장에 생성과 소멸, 빛과 시간,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가상 등과 개념을 환기시켜주는 장면이 담겨있다는 이야기이다. 관객들은 현실에서 발생한 장면을 보는 것이지만 현실을 초월한 또 다른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이가 선택하는 표현방식에 따라서는 현실과 무관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작가도 자신의 관념적인 세계를 시각화하기 위해서 장 노출을 선택해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기록했기 때문에 현실에서 벗어나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면을 재현했다. 현실의 재현 이라기보다는 관념의 세계를 구성해서 보여준 결과물이다. 긴 시간 현실을 필름에 담았기 때문에 시간이 퇴적된 것이다. 퇴적된 시간이 인화지 표면에 재현되어 과거의 시간 속으로 여행하게 한다. 사진은 시간을 포착하는 매체이다.
작가는 사진의 이러한 기능을 좀 더 부각시켜서 자신의 세계와 독특한 미감을 표현했다. 현실의 세계를 카메라 앵글에 담았지만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또 다른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내면에 숨겨져 있는 관념의 세계를 공유하고자 한 것이 작가의 표현전략이다. 그러한 전략의 결과물이 이번에 전시하는 노스텔지어적인 이미지들이다. 작가의 철학적인 사유, 카메라와 필름의 독특한 특성, 표현대상에 내재되어 있는 시간의 흔적 등이 유효적절하게 섞여서 생산된 결과물이다. 그로인해 보는 이들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포토저널 4월 두 번째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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