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학교생활과 공부로 순식간에 지나간 평일 이후, 모처럼의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다 얼마 전에 열린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선청화전시를 다녀왔다. 평소 미술전시나 공연을 즐겨보긴 했지만, 전공이 공학인지라 사실 역사적 흐름이 반영된 이런 유물전시에 관해선 문외한이나 다름없었기에 막연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총 500여 점의 청화백자가 선보여지는 국내 최대, 그리고 최초의 전시라고 한다. 실제로 입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청화백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일찍이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전시는 굉장히 쉽고 짜임새 있었다. 이 전시에선 청화백자의 유래부터 같은 조선시기에서도 각 시대마다, 계층마다, 그리고 심지어는 일본과 중국의 청화백자를 한 곳에서 지켜볼 수 있는데, 그에 따라 달라지는 청화백자의 모습을 발견하고 지켜보는 것은 단순히 500여 점의 백자를 눈에 담아보는 것 이외의 새로운 재미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전시 후반부에 청화백자의 안료가 되는 코발트블루 색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든 현대작가들의 전시가 흥미로웠는데, 예스러우면서도 신비한 감성의 푸른빛과 그 색에 녹아 든 신문, 반도체 같은 현대적 사물들 간의 조화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같은 날엔 여의도에서 불꽃놀이 축제가 열렸었는데, 비록 다른 매개를 통해서였지만 색(色)에 흠뻑 취하고 왔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부쩍 높아진 하늘과 청아한 날씨가 더할 나위 없이 ‘푸름’과 어울리는 요즘, 주말을 맞아 청(靑)의 향연 속으로 빠져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