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전정은 개인전 ‘Strangely Familiar’리뷰
전시기간: 2014. 10. 31 (금) – 11. 28 (금)
전시장소: 아트스페이스 J
원초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풍경
1839년 8월19일에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와 예술아카데미의 합동회의 석상에서 아라고Dominique François Arago, 1786 ~ 1853 가 사진술을 공포했을 때 대중들은 사진의 지시적이고 사실적인 특성에 열광했다. 손재주가 뛰어난 천재적인 화가가 그린 그 어떤 그림보다도 현실과 닮은 사진의 표면에 현혹된 것이다. 이후 화가들은 기록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미적인 감각 및 세계관을 표현하게 된다. 사진은 이처럼 그 이전의 다른 어떤 매체도 획득하지 못한 새로운 지위를 확보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재현했고, 지구촌에 발생하는 주요 사건을 기록하여 전달함으로써 대중과 폭 넓게 소통하는 매체가 되었다.
전통적인 사진은 현실과 동일시되었고 존재의 증명이었다. 또한 현실의 자국으로 인식되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사진가들도 그 이전에 화가들이 꿈꿔왔던 것처럼 현실을 완벽하게 묘사하는 것이 중요한 예술적 과제였다. 당시로서는 광학과 기계공학의 발전이 미약하여 현실을 재현하는데 있어서 숙련된 사진가의 기술이 중요했고, 작품의 완성도를 뒷받침하는 기본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디지털사진은 기본적인 이미지 생성원리는 아날로그 사진과 동일하지만 이미지 저장방식과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과정은 전혀 다르다. 또한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과 사건을 포착해서 재현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되어 또 다른 의미를 일깨워주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디지털테크놀로지와 결합한 이 시대의 사진은 이제 더 이상 현실의 거울도 아니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증거로서의 기능도 상실했다.
전정은이 보여주는 풍경은 초월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신비스럽고 태초의 자연 그 자제로 다가온다. 인간에 의해서 훼손되고 변형된 풍경이 아니라 순수한 자연 그 자체로 존재하는 장면을 포착한 결과물로 느껴진다. 또한 감각적이면서도 감동적인 풍경을 보여 줌으로써 보는 이를 현혹한다.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풍경은 지구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인간의 손길이 닷지 않은 자연풍경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수집한 여러 이미지를 재료로 선택하여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이 디지털프로그램의 툴Toll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여러 차례 다듬어 최종결과물을 생산한다.
숲, 달, 꽃잎, 눈이 쌓인 풍경, 나무 등 이와 같은 자연풍경 및 자연물이 현실에 존재하는 실재가 아니라 작가의 미적인 감각과 상상력이 작용하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상상속의 풍경이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기억속의 풍경을 모티브로 삼는다. 기억과 경험이 작품의 원초적인 뿌리가 되고 수집한 이미지를 재구성하여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디지털테크놀로지, 작가의 섬세한 감수성, 기억, 미적인 상상력 등이 작품의 근원으로 작동하여 생산된 결과물이다.
전정은은 초기 작업에선 자연풍경과 인공구조물이 혼합된 풍경을 만들어 냈다. 현실의 범주를 탈각한 초현실적인 풍경을 창조한 것이다. 이러한 작품은 현실이 아니라 허구적인 풍경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작업한 결과물은 얼핏 보면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 작가는 섬세하고 정서적인 감수성이 느껴지는 순수자연풍경을 재현해냈다. 마치 지구촌 오지를 여행하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신비스럽고 감동적인 풍경도 있고, 감각적인 색채가 우리를 유혹하는 장면도 있다. 너무나도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다루었기 때문에 현실에 존재하는 풍경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시대의 사진은 우리의 지각체계를 유린하고 혼란에 빠져 들게 한다. 시공간을 초월하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특히 전정은이 디지털 툴을 이용하여 재현한 이미지는 그 어떤 범주에도 해당되지 않는 영역에서 존재한다. 디지털테크놀로지, 작가의 감각, 미적인 상상력 등이 유호적절하게 어우러져서 생산된 새로운 의미의 디지털 이미지가 우리를 엄습해서 지각을 즐겁게 해준다.
디지털시대의 사진은 전통적인 사진미학과는 많은 간극이 존재한다. 오히려 회화와 유사한 부분이 많이 있다. 하지만 현실과 많이 닮은 결과물인 경우 전통적인 사진을 초월한 사실성 때문에 은염사진의 극사실적인 느낌과 전혀 다른 층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사실성을 보여준다. 작가의 작품도 회화를 비켜서 자나가는 묘한 색채, 원근법을 무너뜨린 공간구성, 밝음과 어두움의 묘한 대비 등 다양한 시각요소가 효과적으로 섞여져서 현실을 초월한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현실을 재료해서 현실을 뛰어넘은 이미지가 생성되어 우리의 지각을 변화시키고 있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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