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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 사진. 시공간을 초월하여 세상을 풍자하다.

김영태

이상현 개인전 ‘낙화의 눈물, 조선로켓 유랑기’ Review


2014.11.27.~12.30

트렁크 갤러리 


사진. 시공간을 초월하여 세상을 풍자하다.



20세기 초반에 등장한 다다이스트 Dadaist 와 슈얼리스트 surrealist 는 서양사회에서 중세이후부터 이성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사고에 기반을 두고 형성된 합리주의를 부정하고 기존의 체제를 과격하게 비판하거나 무의식의 세계 혹은 꿈을 바탕으로 현실을 재구성하는 예술작품을 발표했다. 이들은 모더니즘아트Modrnism Art의 핵심을 이루는 예술행위를 했지만,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다다이스트인 마르셀 뒤샹은 ‘샘’을 비롯한 일련의 레이디 메이드 Ready Made 작품을 발표해서 예술의 개념화, 비 물질화를 주도했다. 이와 같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에 의해서 예술이 새로운 스타일을 탐구하거나 예술을 위한 예술에서 벗어나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미학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 중에 하나가 독일의 존하트 필드 John Heartfield, 1891. 6. 19 ~ 1968. 4. 26 가 나치독일을 비판하고 풍자한 포토몽타주photomontage 작업이다. 작가는 사진, 영화 등 미디어를 수용하여 자신의 세계관 및 미적인 주관을 드러내었다. 이처럼 아방가르드 예술이후 동시대 예술가들은 현실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을 생산한다.



조선선비로켓명상도, 132 x 100cm,Digital C-print, 2014


이러한 미학적 태도는 1960년대 개념미술과 1970년대 후반부터 포스트모더니즘미술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제도화 된다. 회화, 조각 등 전통적인 시각예술에서 탈피하여 영상, 사진, 대지예술,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예술로 수용하여 예술의 영토를 확장하고 예술의 순수성이 아닌 표현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현실을 알레고리적으로 풍자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동시대 예술가의 기본적인 표현전략이다. 사진가를 비롯한 한국의 시각 예술가들도 20세기 중후반부터 서양미술의 이러한 경향에 영향을 받아서 현실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작업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주된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작가 중엔 중견 작가로서는 이상현의 디지털사진이미지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작가는 최근 10 여 년 동안 시공간을 초월하여 현실을 해체하고 알레고리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보여주었다.


이상현은 대한제국말기나 일제강점기에 촬영한 필름을 스캔하고 디지털프로그램에서 가공하여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사진이미지를 생산한다. 마치 조선시대의 풍자시인 김삿갓과 해학과 유머가 느껴진다. 작가는 서양문화의 소산물인 사진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와 동시대적인 현실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주관을 드러낸다. 영화적인 상상력 혹은 미술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을 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전위적인 작업을 연상시키는 결과물을 보여준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낙화의 눈물, 조선로켓 유랑기’에서도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한반도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작가는 2009년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뉴스를 접하고서 서구열강의 각축 때문에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처했던 대한제국시절이 생각났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작품이 출발했다. 대한제국말기, 이승만 대통령시절, 한국전쟁, 남한과 북한의 현재 등 시공간을 초월하여 정치, 사회적인 부조리함을 풍자하고 비판한다. 대한제국말기에 나라의 운명이 서구열강의 제국주의적인 욕망 때문에 백척간두에 처해있고 백성은 하루하루를 어렵게 연명 할 때 이완용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매국노적인 행위를 했다. 그러한 상황은 동시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현재 북한은 민중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것을 외면하고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남한도 정치인들은 민심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정치적인 욕망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재현해서 부조리한 현실을 환기시키기고 있다. 대한제국말기의 선비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남한과 북한 사회의 여러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한다. 



광화문꼴불견 171x120cm, Digital C-print, 2014


작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북한의 군사퍼레이드, 대한제국말기의 광화문풍경, 한국전쟁당시에 헐리우드 배우 마릴린 먼로가 미군을 대상으로 위문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풍자적인 이미지를 생산했다. 스틸이미지외에도 한반도의 상황을 풍자하는 영상도 함께 보여주는데, 전시작품뿐만 아니라 전시구성도 스펙터클하여 보는 이의 흥미를 자극한다. 작가는 실제로 현실에서 발생한 사건을 포착하고 기록해서 현실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과 관계없는 허구적인 장면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근거로 해학적인 이미지를 재구성했다. 과거의 전통적인 은염사진은 현실에서 발생한 사건이나 존재하는 대상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존재의 증명이자 부재의 증명이다. 그와는 다르게 디지털테크놀로지를 수용한 현재의 사진은 현실을 재료로 창조된 현실을 재현한다. 또한 전적으로 상상력에 의존해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기도 한다. 그로인해 현실과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디지털사진이미지도 존재한다. 이상현도 디지털프로그램을 화가들의 도구와 표현재료인 붓과 물감처럼 사용하여 자신의 세계관을 드러낸 것이다. 과거에 수집된 사진이미지,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또 다른 허구적인 이미지 등 여러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혼합하여 내러티브를 생산한다. 현실과 가상이 어우러져서 파타피지컬Pataphysical한 세계가 구축된 것이다.


작가는 역사와 현실을 바라보는 자신의 세계관, 미술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 시대의 특정한 정치,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자신의 주관을 표현했다. 또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표현과정에서는 가장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툴tool을 사용한다. 가장 동시대적인 내용과 표현방식을 선택해서 작품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동시대 사진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작가라고 칭稱할 만하다. 이번에 작가가 발표한 ‘낙화의 눈물, 조선로켓 유랑기’ 도 이러한 층위에서 작동한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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