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삶의 고독과 사물의 존재감을 표현한 사진전
김영태
권부문 사진전 ‘돌에게-To the Stones’ 리뷰
인간이 외부에서 발생하는 특정한 현상이나 사물을 보고 느낀 것을 선호하는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한 결과물이 예술작품이다. 그래서 그 결과물에서는 작가의 지적인 수준과 관심사가 드러난다. 특히 사진작품은 카메라라는 기계적인 도구를 이용한 결과물이지만, 자동적인 프로세스에 전적으로 의지한 결과물이기 보다는 작가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생성된 최종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그것의 완성도에 따라서 보는 이들의 감성과 이성을 자극하는 강도가 달라진다.
권부문은 치밀하고 자신의 논리가 분명한 작가이다. 그래서 그가 생산한 최종 결과물도 불투명하고 모호하기 보다는 명료하게 그 존재의 의미를 전달한다. 작가가 이번 전시회에서 발표한 작품들은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찍은 돌이다.
작가는 지극히 사실적이고 단순하게 대상을 재현하였다. 그 결과, 외형적으로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대상을 단순하게 재현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전시된 작품들 중에서 사막에서 찍은 단일한 컬러의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인간 삶의 고독감과 사물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느끼게 한다.
이번에 전시한 작품들은 대형카메라와 고화질의 디지털 팩을 사용하여 찍었고, 최종 결과물도 2미터가 가깝게 초대형 사이즈로 인화하였다. 그리고 액자도 디아섹으로 하였다. 그 결과 단순한 대상들이지만 보는 이들을 시각적으로 압도 한다. 사물의 존재감이 극단적으로 표현 되었는데, 무엇인가 외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감상에 빠지게 한다.
권부문의 사진 찍기 방식은 컨템포러리(contemporary) 하기 보다는 지극히 스트레이트 하고 모더니즘(modernism)적이다. 하지만 카메라 메커니즘의 특성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여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다.
그래서 최종 결과물에서 작가의 감성과 세계관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관람객들의 감성을 깊이 자극하고 즐겁게 한다. 하지만 조금은 대상의존적인이고 소재주의적인 작업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위험도 느껴진다. 그것을 작가의 사진적인 표현능력과 작가주의적인 철학으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열리고 있는 권부문의 전시회는 지난 봄 아르코 미술관에서 개최된 전시회에 이어서 그의 작가적 역량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였다. 특히 전시회가 열린 장소가 대형화랑 5개가 공동 출자하여 개관한 상업화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의 작가적 행보에 관심을 갖게 한다. 사진적인 사진에 대한 매력과 감흥을 깊이 있게 느끼게 하는 전시회이다.
2007년 12월 7일(금) - 2008년 1월 17일(목) | Gallery C. Fine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