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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린시절 추억을 재현하다

김영태

[리뷰] 오석근 사진전 '교과서-철수와 영희'

1980년대 이후 현대사진 혹은 뉴웨이브 사진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에서 만난 특정한 장면이나 사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여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미적 감수성과 미술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을 새롭게 구성하여 보여준다는 것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그 무엇을 카메라를 이용하여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록하여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과는 전혀 다르게 작가가 마치 영화감독처럼 구성하고 연출하여 그것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때 사진은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작가의 세계관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된 결과이다.

이번에 서울 서교동에 있는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젊은 작가 오석근은 사진가라기보다는 영화 감독이나 행위예술가에 가깝다. 전시작품에서도 그것이 잘 드러나고 있다.

오석근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철수와 영희’라는 캐릭터의 가면을 쓴 모델을 동원해서 특정한 장면을 연출하여 사진으로 기록하였다. 작품 한 장 한 장을 살펴보면 술레잡기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어릴 적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작품 속 모델의 옷차림과 작품의 배경이 유기적으로 의미 작용하여 작가의 표현의도를 명료하게 드러낸다. 연출사진은 완벽한 콘티를 바탕으로 그에 적합한 모델과 소품 그리고 촬영장소를 잘 선택하여야 하는데 이번에 오석근이 발표한 작품은 그것이 잘 뒷받침되어 완성도 높은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였다.

작품마다 모델의 동작과 작품의 배경이 잘 어우러져 있고, 작품의 전체적인 컬러도 주제와 잘 부합되어 보는 이들이 작품과 동화된다. 작가는 자신의 어릴 적 기억과 영화적인 상상력 그리고 사진기술을 바탕으로 서사구조와 비주얼이 모두 갖추어진 결과물을 생산하는데 성공하였다. 현대사진에서는 작품의 내용과 그 외형이 모두 완성도를 보일 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오석근의 작품이 그것에 해당된다.

현대사진은 작품 한 장 한 장이 스토리텔링이 분명하고 전체적으로도 주제가 명료하게 드러나는 것이 보편적인 표현방식이다. 그것이 작품 한 장으로 모든 이야기를 하는 근대사진과 구분되는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그리고 내용적으로도 공론적이고 보편적인 것이지 않고 작가 개인의 사적인 경험과 기억에 의존한다. 오석근의 작품은 그것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동화나 어린이 드라마 또는 연극의 특정한 장면 같이 느껴진다. 동시대 현대사진의 표현방식과 내용적인 특징을 잘 반영하는 전시회로 평가되고 기억될 것이다.


2008.08.02-2008.08.23 | 아트스페이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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