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화된 '서울'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다큐멘트
김영태
주명덕 사진전 '도시정경' 리뷰
한 국에서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일본 식민지 시절인 1920년대이다. 당시에 대표적인 작가가 최초로 사진전을 개최한 정해창, 이해선 그리고 여러 공모전에서 입상하여 유명한 최계복과 정도선이다. 그리고 작가적인 의식을 소유한 작가들이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이다. 그들이 바로 원로 사진가들인 주명덕, 강운구, 황규태, 박영숙 등이다. 그중에 한사람인 주명덕이 ‘도시정경’이라는 주제로 대림 미술관에서 사진전을 개최하였다.
작가가 이번에 발표한 작품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서울의 여러 곳을 자유로운 카메라워크로 기록한 흑백과 컬러사진이다. 한국의 수도 서울은 지난 40여 년 동안 현대화, 서구화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나 고유한 정서와 점점 더 동 떨어지는 도시로 변화되었다. 작가는 그것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인 심정을 특정한 사진표현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였다.
이번에 발표한 작품에서 작가가 표현대상으로 삼은 것은 고층빌딩, 광고간판, 쇼 윈도우 등 도시의 여러 구조물과 기호들인데, 평소에는 무관심하게 보고 지나간 도시의 여러 이미지들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들이 작가에게는 오랜 세월 살아온 서울이 낯설게 느껴지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작가는 자신의 그러한 심리적인 흐름을 카메라 메커니즘의 특성을 이용하여 시각화 한 것이다. 그 결과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왠지 우울하고 침울하게 느껴지고 작품의 톤도 그에 어울리게 어둡다. 그리고 구도도 산만하고 포커스도 정확하게 맞지 않다.
주명덕은 한국사진사에서 다큐멘터리사진 1세대 또는 작가주의 작가1세대로서 사진사적으로 중요한 작가이다. 그리고 사진사적 인물이지만, 아직도 작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진가이기도하다. 그가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그것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전시는 작품의 무게감이나 전시내용의 구성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기도 하다.
표현방식이 작가의 연륜에 비해서 너무 가볍고 전시구성이 산만하고 방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원로 사진가로서 지속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지나치게 서구화된 ‘서울’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사회문화적인 다큐멘트 이다.
2008.11.26 | 2008.01.18 대림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