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중견 사진가들인 구본창, 배병우, 김아타, 민병헌, 이정진과 같은 작가들은 사진계 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도 작가로서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고, 30대 젊은 사진가들인 김상길, 김도균, 백승우, 이원철과 같은 작가들도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현대미술작가로서 작품세계를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아직은 수적으로 미미하지만 미술시장 내에서 일부 작가들의 작품이 유통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사진은 이처럼 과거와는 다르게 한국현대미술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문화적으로도 디지털테크놀로지의 발달과 인터넷 매체의 대중화로 인하여 사진은 이제 전공자들만의 소유가 아니라 기술적 제약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사진이미지를 생산하고 소유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일부 사진 애호가들은 사진전공자들 못지않게 사진이론을 깊이 있게 학습하여 기술적으로 숙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서도 개성적이고 독특한 작품을 제작하여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사진문화의 발전과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 요소 중에 하나가 인터넷에 개설되어 있는 사진관련 사이트이다.

물론 일부 사진관련 사이트와 인터넷 사진동호회는 여전히 유미 주의적이고 소재주의적인 사진미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카메라장비에 관련된 정보만 생산하는 소비적이고 비학문적인 경우도 많이 있지만, 인터넷에 존재하는 사진과 관련된 공간이 사진문화발전과 사진예술의 대중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 사진전공자들과 사진전문가들은 공공연하게 비전공 사진 애호가들과 인터넷 사진 사이트를 무시하고 폄하 하는 발언을 하거나 일부 사진저널에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온라인 사진모임을 모욕하는 글을 기고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동 시대 한국사진문화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 시대착오적인 행위이다.

이번에 전시하는 ‘닮음과 다름에 대하여’전은 신도시 일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주부작가들의 전시이다. 이들은 지난 3여 년 동안 기초적인 사진기술과 사진이론을 학습하는 것과 더불어서 사진작품제작 활동을 병행하였는데, 그 결과물을 이번에 전시하는 것이다.

데이는 바닷가 풍경을 찍었는데, 지극히 주관적이면서도 감정적인 시선으로 표현대상을 표현 하였다. 낮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바라보거나 카메라 렌즈를 비스듬하게 아래로 향하게 하여 셔터를 눌러서 최종 결과물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고 지극히 정서적으로 보는 이들의 내면을 자극한다. 가장 기본적인 사진 찍기 표현방식으로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는 표현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메이는 입체감이 느껴지는 동화책을 배경으로 장난감을 배치하여 인형극과 같은 내러티브를 발생 시키고 있다. 절제된 프레이밍과 표현대상 자체의 느낌이 유효적절하게 상호의미 작용하여 외형적으로 강한 자극을 전달하는 최종 결과물이 생산 된 것이다. 특히 동화책과 장난감의 조화가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결과물이다.

짧은 머리는 인공조명이 비추어져 있는 자연물을 절제되면서도 자유로운 시선으로 재현하였다. 표현대상 자체의 외형적인 느낌과 인공조명의 컬러 그리고 카메라메커니즘의 특성이 어우러져서 현실을 벗어나 존재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공간이 창조 된 것이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새로운 현실공간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초코렛은 얼음이 얼어져 있는 수면을 절제되고 감각적인 앵글로 재현하고 있다. 밝음과 어두음 그리고 카메라렌즈가 재현한 표현대상의 질감이 서로 어우러져서 조형적인 이미지가 생성되어 관람객들의 지각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종 결과물에서 작가의 정서 작가 자체가 명료하게 드러난 결과이다.

화요일은 마치 설치미술가와 같이 장난감 쥐를 특정한 사물과 조화를 이루게 배치한 이후에 카메라앵글에 담았는데, 작가가 유효적절하게 소품과 빛을 이용하여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명료하게 전달되고 있다. 작가의 세련된 카메라워크와 창조적인 연출력이 조화를 이루어서 완성도 높은 최종 결과물이 생산 되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연령대도 비슷하고 일산이라는 특정한 지역에서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면서 생활하여 삶의 모습과 사유세계가 닮아 있지만, 각자의 관심사는 서로 다르고 자신들만의 개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그러한 작가들의 정체성과 차별성이 뒷받침되어서 생산된 결과물들이므로 관객들은 동 시대의 다양한 문화적인 현상을 직, 간접적으로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