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건축, 열린 작품, 그 곳을 산책하는 시민들…일본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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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숙 / 갤러리세인 대표
이시가와현 가나자와시 히로이자카에 위치한 21세기미술관은 관람객이 산책하듯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도심형 미술관이다. 가나자와시는 애도시대부터 대영주의 성읍으로 발전하여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전쟁을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옛 거리나 주택, 문화유산이 그대로 남아 일본의 전통적 도시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도자기, 염색, 칠기, 견직물, 금박제조 등 전통공업이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금박공예는 100% 가까운 생산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렇듯 전통 유산만으로도 활기찬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나자와는 2004년 21세기미술관을 설립하여 미래 전통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시청과 겐로쿠엔 근처 국공립학교 터를 미술관으로 설립하면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작품감상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건축하였다. 건축 설계는 세지마 가즈요+니시자와 류에(SANAA)로 2010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바 있다. ‘지역사회의 열린 공원 같은 미술관’의 건축 컨셉을 생각하며 하루 종일 체험하였다. 새벽에는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미술관 주변을 산책을 하고 있었고 오픈 시간에는 앞 뒤 구분이 없는 유리 아트써클의 5군데 출입구를 통해 관람객이 왕래하고 있었다. 14개 전시실 중에는 천정의 자연광과 빛의 뜰이 작품 감상하기에 최적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편안함’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휴게 공간, ‘즐거움’와 ‘편리함’을 안겨주는 체험공간과 뮤지엄 숍을 잠시 이용한 후 밤의 미술관을 기다렸다. 어둠 속, 갤러리 외관에 설치된 조형작품들은 낮에 본 작품임에도 낯선 이미지도 다가오고 제임스 터널 의 펑 뚫린 사각 천정에 검푸른 청색의 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태양이 사라진 시간, 올라퍼 엘리아슨 의 인공 태양은 청록색, 심홍색, 노랑색의 3색 유리의 조합과 주변환경, 그리고 나의 시선에 따라 밤의 빛을 다양하게 보게 된다. 미술관의 조감도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택단지를 연상시킨다. 마당이 있고 이웃사람의 소리가 담장 밖으로 넘나들며 소통하는 주택지역의 풍경처럼, 21세기미술관은 시민에게 활짝 열린 가나자와 시민의 미술관이다. 2013년 개관하는 UUL국립서울미술관이 서울 시민인 나에게 열린 미술관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