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을 보고
사랑이란 우리의 삶에서 아는 듯 모르고 그래서 보고 싶은 그림인지도 모르겠다. 도시의 열기를 피해 시원한 미술관으로 발길을 서두르며 나는 마르크 샤갈을 향해 그렇게 묻고 있었다.
가난했던 화가, 샤갈의 삶에 불현듯 들어와 풍부한 색감으로 자리 잡은 여인, 벨라 로젠필드는 그의 영혼에서 손끝으로 한없이 맴돌고 있었다.
환경이 주는 영향이란 빛이 만드는 음양과 같아서 인생의 깊이나 사랑의 희망은 누구한테든 어디에서든 자라난다. 그렇듯 이 두 영혼의 만남은 삶이 그려낸 우연과 운명의 조화였으리라.
각자의 회고록에서 샤갈은 그녀의 눈빛을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그것’이라 묘사하고 벨라 또한 그의 독특한 외모를‘각기 다른 방향으로 항해하는 작은 보트’라고 비유한다. 두 의식의 흐름이 순간에도 서로를 영원처럼 바라보고 드러내어 일생을 통해 인간적이자 성경적이었던 고향, 비테프스크를 배경 삼아 그의 캔버스를 차근히 채운다.
동시대의 화가로 염세적인 르네 마그리트나 추상적인 호안 미로와 비교해 볼 때, 현실주의와 초현실주의를 아우르는 샤갈이 그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사랑을 이어가는 모습은 편안하고도 한편 애잔하다.
그리고 시공을 넘은 그의 항해에서 나에게 바람처럼 불어주는 영감은 영원한 사랑도 완벽한 인생도 아닌, 지금 그대로를 드러내는 빛과 그림자로 내 마음에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