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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100년 전 청년 뒤샹에게 현대미술의 길을 묻다

노상학

100년 전 청년 뒤샹에게  현대미술의 길을 묻다
-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전을 보고


무려 100여 년 전인 1917년 미국의 한 전시장에 해괴망측한 남성용 소변기 1대가 R.Mutt라는 서명만 된 채 <샘(Fountain)>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작품으로 당당히 입성하였다. 그때 전시장은 발칵 뒤집어졌고 이 불결한(?) 작품은 결국 전시 거부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그 당시 전통과 권위의 미술계를 엄청난 충격에 빠뜨리며 전통미술이 종말을 고하는 계기가 되었고 동시에 현대미술이 태동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그렇다면 무모한 이 작품의 실제 주인공은 누구인가? 미술의 기존 관념을 단박에 비틀어버린 작가는 놀랍게도 갓 30세에 불과한 청년 ‘마르셀 뒤샹’이었다. 그는 “소변기를 단지 오브제로 선택했을 뿐이다. 일상적인 평범한 레디메이드(기성품)를 택하여 새로운 제목을 정하고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음으로써 변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고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낸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미술계에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였다.
 
‘마르셀 뒤샹’전이 작년 12월 말에 개막 4월 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현재 전시 중에 있다. 이번 전시에서 뒤샹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알려진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2)>은 누드 형상을 움직이는 기계화된 형태로 묘사하면서 동시에 ‘속도의 표현’과 ‘형태의 해체’를 시도한 작품이다. 1912년 뒤샹이 입체파 양식을 일부 차용하여 그린 그림이었으나 ‘Ism’을 중요시하는 입체파 그룹에게 미래주의적 그림이라고 냉소적인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비평을 무시하고 자유롭지 못한 ‘Ism’에서 탈피하며 예술 자유주의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작품은 이듬해 뉴욕 아모리 쇼에 출품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크게 성공을 거두게 된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작품은 1913년에 발표한 뒤샹의 첫 번째 레디메이드인 <자전거 바퀴>다. 이 작품은 최초의 움직이는 조각품(Kinetic Art)으로 바퀴와 의자라는 원래 쓰임새를 배제하고 ‘새로운 의미’의 예술품을 재탄생 시킨 기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뒤샹의 작품이 지닌 미술사적 의미는 다다(Dada)에서 초현실주의로의 이행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후세에 등장한 팝아트에서 개념미술에 이르는 다양한 현대미술 사조에도 깊이 영감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그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예술의 관점을 완전히 전복시킨 성상(星霜) 파괴주의자’임이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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