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798예술단지의 작은 화랑들에서 진행되는 한국 예술가들의 전시로 2023년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한파 속에서도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하이브센터포컨템포러리아트(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에서는 한국 신세대 예술가 최민영의 개인전 《Dark Brightness》(2023.11.14-12.1)이 열렸다.
《최민영: Dark Brightness》 포스터
최신작 19점은 여성 서사에 기반을 둔 독특한 순간을 표현해냈다. 하얀 벽의 갤러리에 걸린 작품은 차분하고 비밀스러웠지만, 그 안의 요소를 파고들면 어딘가 불편한 사회 문제를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어항과 물고기라는 오브제를 활용해 무의식 속에 구분되어 있던 세상의 경계를 드러내는 작품을 바라보며 어항 너머의 세상을 한번 생각해보기도 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최민영 작가의 전시가 열리다니 반가울 따름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타불라라사(Tabula Rasa)갤러리에서는 허수연 시각예술가, 클레멘틴 브루노, 카타리나 카세르만, 천후이린(陈惠琳)의 공동 전시 《Untalely》(2023.11.4-12.30)가 진행되었다. 다른 국가에서 온 여성 작가들의 작품은 따로 또 유사한 메시지를 분출해냈다. 허수연 작가는 현대인이 경험하는 불안과 왜곡을 한지를 소재로 표현해냈다. 평면적인 그림도 한지를 통해 은근한 입체감이 살아났고, 이러한 구성이 비밀스럽게 돌출되는 인간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담고자 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러한 소규모 전시가 지닌 힘은 분명히 존재한다. 생활 리듬이 빠르고 경쟁도 가장 치열한 도시 중 하나인 베이징 시민도 이런 그림을 통해 내면의 각박함과 불안함을 마주하고 인지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갤러리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