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영 | 큐레이터 saerapim83@gmail.com
한국의 빌바오 구겐하임_ 구하우스
뮤지엄은 건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축은 뮤지엄의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일 수 있게 하는가를 결정한다.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렌조 피아노는 이것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골조를 과감하게 드러내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하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시 poem’와 같은 건축물을 지향했다. 전시에서 조명은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좌우 옆에서 들어오는 빛은 작품의 감상을 방해한다. 따라서 렌조 피아노는 스페인의 산탄데르 항만에 있는 센터르 보틴 문화센터를 위에서 비추는 빛과 물에 반사되는 빛을 이용한 공간으로 구현했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빌바오 구겐하임 역시 바다와 가까이 있으며 타이타늄으로 된 외관은 물고기의 비늘과 같이 반짝인다.
한국의 구하우스가 빌바오 구겐하임에 비견될 만한 곳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아름다운 건축과 값진 소장품을 가진 문화공간으로 북한강과 가까이 있다. 구하우스 뮤지엄의 공간은 위에서 디자인된 자연광이 은은하게 위에서 작품들을 내리비추어 작품, 감상 그리고 전시가 환상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구하우스를 디자인한 조민석 건축가는 실용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며 공간 활용에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건축가는 픽셀(pixel) 개념을 사용하여 하나의 요소가 전체를 이루다가 필요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나누어지도록 하여 빌바오 구겐하임과는 색다른 곡선으로 안온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ICOM(국제박물관협의회)에 따르면, “박물관은 유무형의 유산을 연구, 수집, 보존, 해석, 전시하여 사회에 봉사하는 비영리, 영구기관이다.”라고 정의한다. 박물관의 기원은 소장품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빌바오 구겐하임은 구겐하임 재단의 방대한 소장품을 자랑하며, 리처드 세라의 “Snake”, 앤디 워홀의 “One Hundred and Fifty Multicolored Marilyn”, 마크 로스코, 안셀름 키퍼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2012년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에는 29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였다.
Pictures at and Exhibition, 2018
벽에 기댄 호크니 호크니가 기르는 반려견 루비
구하우스는 재기 넘치는 한국 작가들의 예술 작품과 다수의 현대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색다른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구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유쾌한 Fake>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유쾌한'이라는 형용사와 'Fake'는 함께 쓰일 수 없지만, 흥겨운 유머는 유쾌하게 웃으며 즐길 수 있다. 예술에서 심미성뿐만 아니라 유희도 얻을 수 있다면 행운일 것이다. 이 전시를 통해 두 가지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서도호의 ‘Gate Small’은 예상을 뛰어넘는 '문'으로, 특정 장소에 서 있는 일반적인 문과 달리 가벼운 재료로 만들어져 어디든지 옮길 수 있는 휴대용 문이다. 앤디 오더의 감초로 만든 먹지 못하는 거대한 운동화는 서도호의 문 옆에 놓여 있다. 우리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문 앞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관습적 패턴으로 전혀 새로운 세계가 창조되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작품 ‘전시장’을 비롯하여, 앤디 워홀, 피카소, 줄리언 오피, 백남준, 알렉산더 칼더, 리암 길릭, 야요이 쿠사마, 알렉스 카츠, 제임스 터렐 등의 국제적인 예술 작품들이 구하우스에 가득하다. Glenn Kaino의 “Hollow Earth”는 아래를 바라보게 하면서도 동시에 우주로 향하게 하는 아찔함과 상승감을 느끼게 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예전에 리움에 전시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Happy Tears”는 미국으로 보내졌으며, 그 가치는 $7.1 Million에 이른다. 구하우스에는 리히텐슈타인의 “Seascape”가 있고, 그 추정가는 $7,500~$10,000이다.
‘현대예술; 형이상학적 해석’에서 조중걸은 ‘만화의 한 컷은 이제 거기에 들러붙게 될, 수없이 많은 새로운 이야기들과 의미-무의미를 전제한 의미의 토대와 근거가 된다’고 말하였다.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의 가치는 단순히 만화의 한 장면을 확대했기 때문도 아니고 단지 팝아트라 서도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은 종합이 아닌 해체이다. 삶은 근사한 크루즈가 아니라 뗏목이다. 뗏목은 어느 정도 바닷물에 젖어 있고 뗏목 바닥에는 따개비들이 붙어 있다. 바람이 불면 짠 바닷물이 얼굴을 스치며, 바다 해조류와 갈매기들이 함께한다. 팝아트는 스스로가 대중예술로 보이기를 원하지만 솔직함으로 품위를 드러내어 고급 예술이 된다. 이를 통해 구하우스 소장품의 수준을 알 수 있다.
키키 스미스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구하우스에서 작가의 “Flower Part”와 같은 흥미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엽서 크기의 그림에 콜라주로 엉덩이에 꽃이 붙어 있다. 키키 스미스의 작품은 일반적인 미적 요소를 가지지 않으며, 오줌, 월경혈, 배설물 등을 주제로 한다. 그러나 과감하고 도전적인 표현은 무거운 삶의 페이소스를 가볍게 하늘로 날려버린다.
구하우스는 한국의 예술문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경기도 지역의 예술적 보고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또한 예술을 통해 지역 사회와 국가를 연결하고 나아가 세계의 많은 이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