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아티스트 토크 / 2014_1018_토요일_03:00pm
참여작가김봄_김승택_안세권_이양정아장석준_최원준_최은경
주최 / 성북구주관 / 성북문화재단후원 / 서울시기획 / 성북예술창작터
관람시간 / 09:00am~06:00pm
성북예술창작터SEONGBUK YOUNG ART SPACE서울 성북구 성북로 23(성북동 1가 74-1번지)Tel. +82.2.2038.9989
『성북 도큐멘타』전은 독일 카셀에서 1955년부터 시작되어 5년마다 열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미술행사의 하나인 '카셀 도큐멘타'에서 제목을 빌려왔다. "전시회는 모던아트의 기록(Documentation)"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 제목처럼, 『성북 도큐멘타』전은 성북을 소재로 하여 만들어진 예술작품을 통해 성북을 재조명해 보고자 마련되었다. ● 성북은 정릉, 의릉, 서울성곽, 심우장, 최순우 옛집 등 수많은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역사문화의 도시이자, 고려대학교, 한국종합예술학교 등 10개의 대학이 자리 잡고 있는 교육의 도시이다. 무엇보다 북한산, 북악산을 중심으로 한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예로부터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미아리고개와 같이 역사의 아픔을 지닌 곳도 있으며, 급속한 도시화의 물결 속에서 재개발로 인해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성북의 모습들은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여러 가지 영감을 주었다. 이 전시에는 김봄, 김승택, 최은경, 장석준, 안세권, 최원준(x김익현), 이양정아 등 7명의 작가의 시선으로 성북이라는 도시와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작가들 대부분 성북과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성북 소재의 학교를 다녔거나, 거주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성북의 언저리를 자주 밟았던 작가들이다. 그래서인지 성북과 관련된 작업이 적지 않고, 이들이 작품화한 성북의 모습도 다양하다. ● 김봄은 서울성곽, 북악스카이웨이 등 성북의 역사, 문화적인 명소를 중심으로 작업했다. 서울의 주요 모티브라 할 수 있는 시청, 덕수궁, 광화문 광장, 남산, 한강, 서울성곽 등을 주로 다루어왔던 김봄은 고지도의 형식을 빌려 현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성북과 관련해서는 북악산 줄기를 따라 자하문에서 정릉까지 서울 옛 성곽터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인상 깊은 아이콘들을 재조립하여 '그림지도' 형식의 이미지 지도를 만들어냈다. 특히 장소를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곳과 관련된 사건이나, 그 장소를 찾았을 때 만났던 사람들의 모습까지 기록하여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 최은경과 김승택, 장석준은 성북의 풍경을 작품화하되, 변두리나 골목과 같이 사람들의 삶과 좀 더 밀접한 풍경들을 가지고 작업한다. 최은경은 책, 거울, 문, 창문 등 일상의 사물들이 담긴 실내 풍경을 그리다가 쌍문동이나 미아리 지역의 골목길과 모퉁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런 익숙한 이미지들을 분명하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경계들을 흐릿하고 몽환적으로 표현하여, 작가가 직접 경험한 순간의 시간과 공간이 가진 복잡다단한 느낌과 감정들까지 담고 있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대상이나 유사한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 또는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 김승택도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여들어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살아가면서 남긴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골목길에 주목한다. 작가에게 익숙한 성북동 골목길, 석관동 거리 풍경 등을 사진으로 찍고,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마우스 드로잉을 더해 새롭게 만들어진 작품에는 작가의 눈에 비친 풍경뿐 아니라 그 곳에 함께 존재하는 물건들이 그려진다. 이 물건들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 주로 도시화의 뒤안길에 있는 변두리 지역, 후미진 뒷골목, 오래된 상가들, 소규모 공장들 등의 이미지를 수집하여 작업하는 장석준은 정릉의 흰색 박공집, 성북동의 돌담등 성북과 관련된 소재들을 작품화하였다. 그는 각각의 풍경들에서 부분적인 요소들을 수집하여 컴퓨터에 차곡차곡 모았다가, 이미지가 어느 정도 쌓이면 같은 종류끼리 반복적으로 배열하여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성북동 돌담을 수집하면서는 성북동에 뒤섞인 빈부의 조화된 풍경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돌담 이미지를 바닥에 설치하여 누군가의 삶을 받치는 평평한 터전으로 만들기도 했다. ● 한편, 안세권, 최원준, 이양정아는 좀 더 사회적인 측면으로 성북에 접근했다. 쉴 새 없이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서울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시간의 기억들을 수 년에 걸쳐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 안세권은 도시의 개발 논리에 밀려 점점 허물어지는 삶의 터전, 청계천이나 월곡동, 삼선동 등을 집중적으로 기록하였다. 대표작 중 하나인 「월곡동의 빛」은 2004년에서 2007년까지 월곡동의 재개발 과정을 지속적으로 기록한 작품으로, 재개발을 위해 기존의 삶의 터전이 사라지면서 그곳을 밝히던 불빛 또한 점차 사라져가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담기도 했다. 그는 이런 재개발 풍경을 카메라의 눈을 빌려 조용히 바라보면서,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재개발 문화에 대한 반성적인 지적을 하고 있다. ● 최원준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나, 사회의 시스템 안에서 은밀하게 존재해왔던 곳, 예를 들면 텍사스촌, 중앙정보부가 있었던 의릉, 증축하는 지하철 역사, 군사시설 등을 다큐멘터리 적으로 기록한 바 있다. 2004년에서 2007년에 걸쳐 진행되었던 「텍사스 프로젝트」는 한국의 대표적인 집창촌이 성매매방지법, 서울시 재개발 정책 등 사회 정책의 변화로 인해 다양한 공간으로 변모된 양상을 기록한 것이다. ● 이양정아는 한동안 살았던 석관동의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반지하 자취방으로부터, 88만원세대가 바라보는 서울을 이야기한다. 그는 「300/20」 프로젝트를 통해300만원에 월세 20만원의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부동산매물의 개수와 위치를 리서치하고, 작가가 살고 싶은 집을 찾아 현재의 경제적 능력으로 소유 가능한 면적을 계산해 보는 작업 등을 진행하였다. 작가는 본인이 처해있는 현실을 통해 서울의 청년 주거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주거라는 삶의 기본적인 요소가 누군가에게는 삶의 위협이 되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 이 작가들이 기록한 성북의 다양한 모습 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성북의 다른 면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다양함이 성북의 진경이 아닐까 한다. 더 나아가 이 모습들은 우리 삶에 보편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성북 도큐멘타』 전이 매년 가을 성북에서 열리는 예술, 인문축제인 '성북진경페스티벌'과 맞물려, 예술작품을 통해 성북의 진경을 만나보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승택 ● 김승택은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기억 속에서 재구성된 도시의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데 관심이 있다. 작가가 30여 년을 살아온 도시인 서울을 주로 작업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발전하는 도시상을 보여주는 빌딩 숲보다,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는 오래되고 낡은 도시의 모습들, 특히 도시 언저리의 골목길에 주요 관심을 두고 작업해 왔다. 빠져나갈 것 같은 길이 막혀있고 막혀있는 곳도 다시 돌아오게 되는 골목에 매력을 느끼고 작가가 직접 걸어 다녀 본 곳, 사는 곳 등을 기점으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동네의 풍경과 오브제를 사진에 담고 연결고리를 찾아 화면에 재구성하는 작가의 작업은 직각의 도시가 아닌 하나의 유기체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이 도시의 내면에 머무르며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여들어 삶의 터전을 이루며 일구고 남긴 삶의 흔적들을 기록하고 있다. 작가가 주목하는 골목길은 바로 이러한 흔적들이 묻어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김봄 ● 김봄은 시간과 사건들이 겹겹이 쌓인 흔적들이 현대 도시 속에서 보존될 때 그 가치가 소주하게 기억된다고 생각하고, 시시각각 변해가는 도시 풍경 중에서 역사적으로 남겨질 이야기들을 기록한다. 김봄의 작품에는 작가가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 서울의 다양한 모습이 등장하는데, 대체로 시청, 덕수궁, 고아화문 광장, 남산, 한강, 서울성곽 같은 서울의 대표적인 모티프들을 작품화한다. 그는 이러한 특정한 장소들을 고지도 형식을 빌려 그리는데, 그 안에는 달라진 서울의 현재 모습이 담겨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성북 관련 작품들은 작가가 작업노트에서 언급했듯이 '북악산 줄기를 따라 자하문에서 정릉까지 서울 옛 성곽터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인상깊은 아이콘들을 재조합하여 '그림지도' 형식의 이미지 지도를 만들어내며 시각적인 재미를 더하고 있다.
장석준 ● 장석준은 도시의 이곳 저곳을 다니며 도시 산업화가 만들어낸 도시의 익숙한 이미지를 수집하여 그것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주로 도시화의 뒤안길에 있는 변두리 지역, 후미진 뒷골목, 오래된 상가들, 소규모 공장들 등을 찍되 그것들의 부분적인 요소들을 수집하여 작가의 컴퓨터에 차곡차곡 모은다. 이미지가 어느 정도 쌓이면 같은 종류끼리 반복적으로 배열하여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밤이 되면 종로 3가 뒷골목을 가득 채우는 주홍색 포장마차들, 성북동의 돌담들, 정릉의 박공집들, 주차장과 상가의 파란 셔터들, 모텔 주차장마다 치렁치렁 걸려있는 비닐 가림막 등은 이런 방식을 통해 새로운 풍경으로 만들어졌다. 우리의 반복되는 일상처럼 이런 풍경들은 반복적으로 배열되면서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구조화되었다. 서울뿐 아니라 몇 차례의 해외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통해 뉴질랜드, 북경 등의 도시 이미지도 수집해 작품화 했고, 최근에는 타이베이의 풍경을 모아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작가의 개인적인 관심에서 시작되어 수집되고 만들어진 풍경은 동시대의 사회, 도시 속의 모습 또는 병리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매개가 되고 있다.
최은경 ● 최은경은 작품의 초창기에는 책, 거울, 문, 창문, 화장실 등 일상의 사물들이 있는 실내풍경을 그리다가 2007년 무렵에는 옛 안기부 건물이자 작가가 전문사 과정을 밟고 있었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안의 장소들을 그리면서 외부 풍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쌍문동, 이문동, 미아리 같은 도시 변두리의 골목길이나 모퉁이를 그리기 시작했고, 낙향하신 아버지가 살고 계신 정읍의 관청리 인근의 농촌 풍경들도 작가에게 중요한 모티프가 되고 있다. 작가 특유의 빛 바랜 색감과 분명하지 않게 표현된 대상들은 몽환적으로 표현되는데, 이런 방식을 통해 작가가 직접 경험한 순간의 시간과 공간이 가진 복잡다단한 느낌과 감정들까지 담고 있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대상이나 유사한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 또는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최원준 ● 최원준은 극복하지 못한 근대화의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한편 군사정권시절의 트라우마를 비디오와 단편영화로 다루고 있다. 최근 몇년간은 아프리카와 남북한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작업으로는 「텍사스 프로젝트 2004-2008」, 「타운하우스2006-2010」, 「물레2011」,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 등이 있다. 서울의 에르메스 아뜰리에, 대만의 타이페이 비엔날레, 프랑스 파리의 팔레드 도쿄, 케 브랑리(Quai Branly) 미술관,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등 국내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안세권 ● 안세권은 쉴 새 없이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서울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시간의 기억들을 수년에 걸쳐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보여 주는 현재의 풍경과 끝없는 사회 개발의 논리에 밀려 사라질 상황에 처해 있는 풍경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서울의 변두리에 살았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의 개발논리에 밀려 점점 허물어지는 삶의 터전, 예를 들면, 청계천이나 월곡동, 삼선동 등을 기록하였다. 그의 사진 작업에 담긴 풍경은 새로운 다음 단계를 향해 가는 장소라기보다, 허물어진 터전의 신음과 씁쓸한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런 풍경을 카메라의 눈을 빌려 조용히 바라보면서,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재개발 문화에 대한 반성적인 지적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안세권은 희망찬 내일과 미래를 준비하는 환하고 반듯한 서울의 낮이 아닌, 피곤하고 지친 몸을 뉘어 놓은 늦은 저녁부터 새벽의 시간을 기록한다. 작품 속에 담긴 풍경들은 이런 온기마저도 사라진 침묵과 망각 속의 푸르스름한 표정으로 남는다.
이양정아 ● 이양정아 작가는 사회적 지위를 측정하는 구체적인 표식인 '집'을 연구함으로써 그 이면에 숨겨진 다층적인 사회 계층과 구조를 연구한다. 서울, 강북, 강남,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등 다양한 집의 종류에 따라 사회적 계급이 나뉘고 개인의 가치가 다르게 매겨지는 현실에서 젊은 세대와 비정규직 등과 같이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뒤쳐진 이들은 '집'을 소유하지 못해 뒤쳐진다. 작가는 하위 계층이 갖게 되는 경제적 지표와 사회적 계급에 대한 비관을 넘어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프로젝트 『300/20』를 진행한다. 작가의 작업은 거주할 수 있는 부동산 매물의 개수와 위치를 찾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작가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찾아가 현재의 경제적 능력으로 소유가 가능한 면적을 계산해보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의 경제적 지표를 드러낸다. 작가는 본인이 처해있는 현실을 통해 서울의 청년 주거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주거라는 삶의 기본적인 요소가 누군가에게는 삶의 위협이 되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 장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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