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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링크 근현대 미술인 4909명 인명록 낸 미술자료연구가 김달진씨
글ㆍ사진 김지원기자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주위의 다른 별들이 있기에 그들이 더 빛날 수 있는 것이죠. 소수의 유명 작가를 제외한 수많은 작가들이 타계 후 그 이름마저 잊히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걸어다니는 미술사전'으로 불리는 미술자료연구가 김달진(55)씨가 한국 근현대 미술인들의 정보를 모은 자료집 <대한민국 미술인 인명록Ⅰ>을 냈다. 320쪽 분량의 인명록에는 1850년생인 한국화가 채용신씨부터 1960년생인 서양화가 사석원씨까지 1850~1960년에 태어난 50세 이상의 작가 4,254명과, 1970년 이전에 태어난 40세 이상의 비창작분야 인사 655명 등 미술인 4,909명의 생몰년도와 학력, 경력, 상훈, 현직 등 정보를 수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김달진미술연구소 내에 10명의 전담 팀을 꾸리고 7개월 간 매달린 결과다.
책을 앞에 두고 김씨는 "지난 7개월이 지금껏 살면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인명록 작업은 완벽할 수가 없거든요. 작고 작가의 경우 기존 자료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고, 아예 자료가 없을 때는 유족들에게 확인을 해야 하는데 시간은 제한돼있고…. 책 제목에 'Ⅰ'을 붙인 것은 앞으로 계속 수정, 보완 작업을 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미술작가 인명록을 찾아보기 어렵다. 간단한 작가 약력을 소개한 책 <한국미술연감>은 1997년에, '월간미술'이 부록으로 내던 '미술인명록'은 1999년 이후 중단됐다.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여 만들어도 판매가 힘들기 때문이다.
미술계 사람들은 김씨가 아니었다면 이번 작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월간 '전시계'에 근무하던 1979년 '근대작고미술인인명록'을 연재하며 일찍부터 인명록 작업을 준비해왔다. 그가 미술자료 수집을 시작한 것은 고교 3학년 때인 197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근대미술 60년'전을 찾았다가 도록에 작가들의 약력조차 실리지 않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가나아트센터 자료실에서 일하던 그는 2001년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연구소를 차렸고, 2008년에는 그간 모은 자료들을 토대로 서울 창성동에 미술자료 전문 박물관도 열었다.
그는 요즘도 매일 신문 부고란을 살피며 작고 작가 목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한 경매사의 도록에 이미 사망한 작가들이 생존 작가로 표시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알려준 적도 있다. 그는 "이 책도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미술사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로 널리 쓰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미술인 인명록Ⅰ>은 전국 미술관과 박물관, 도서관, 미술대학 등에 무료 배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