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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미술자료 수집 45년…활용하는 일만 남았다”

관리자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한 미술자료 수집이 벌써 45년이 되었네요. 이제 남은 것은 활용을 잘 하는 일인데 그게 걱정입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김달진(60) 관장은 최근 종로구 홍지동에 진짜 김달진박물관을 세웠다. 그동안 전ㆍ월세 사옥을 전전하며 우여곡절을 겪다 어렵사리 마련한 새 둥지다. 털어넣은 사재보다 은행 융자가 더 많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김 관장은 ‘걸어다니는 미술사전’으로 통한다. 미술계에 의미있는 전시가 열리는 자리마다 어김없이 어깨천가방을 메고 등장하는 인사로도 유명하다. 수십년간 한쪽으로 메고 다닌 가방 탓인지 4년 전엔 척추 종양으로 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기도 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아내가 그러더군요. 행복했었다고요.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왠지 마지막인 것 같아서요.” 죽거나 혹은 살아도 불구가 되었을지도 모를 대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지금은 백팩을 메고 현장을 누빈다.

그가 큰 병을 얻어 삶의 기로에 섰던 것은 비단 천가방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일에 대한 중압감과 스트레스가 수십년간 그의 척추를 눌러 왔다.

“나는 미술분야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평생을 바쳤지만 이 분야가 갖는 포지션이 사회 전체에서 봤을 때는 아주 미미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의 메세나 지원을 받는 데도 한계가 있고요. 정부 지원으로도 이 일을 계속 이어가기가 어렵죠.”

김 관장은 수익구조를 만드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쌓아온 자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박물관 운영이 순조로워야 하는데 지금 재원으로는 직원 월급주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메이저 갤러리에서 들어오던 광고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가 쌓아온 미술자료는 말그대로 ‘빅데이터’다. 반세기 미술 현장의 데이터가 그의 자료실에 있다. ‘대한민국 미술인 인명록(2010)’을 펴기까지는 27년의 세월이 걸렸다. 활발하게 활동했던 창작 미술인들 뿐만 아니라 미술사가, 큐레이터, 작품보증 전문가 등 비(非)창작 미술인들까지 5000여명에 대한 데이터가 들어 있다. 신문 기사이름 한 줄 못 올렸던 미술가들의 생몰연대까지 기록돼 있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정부도 등한시한 일을 한 개인이 그저 ‘좋아서’ 해 왔다. 그런데 잘 안 팔린다. 딱딱하고 재미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먼지만 쌓인 채 활용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이 일을 이어갈 것인지가 걱정입니다. 억지로 시켜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좋아서 해야하고 스스로 이 일의 가치를 느껴야 하는데…. 요새 젊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지루해하고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죠.”

다행히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대를 잇겠다고 나섰다. 예술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현재 박물관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짐’을 되물림한 것 같아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이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이루려는 사회, 돈 되는 일에만 매달리는 사회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잖아요. 단지 자기만족만을 위한 일 말고 다수를 위해 쓰임이 있는 일에 사람들이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헤럴드 경제 201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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